2024년 10월 16일(수) [1]
새벽 1시
가까스로 잠들었던 나를 낭랑한 목소리가 두들겨 깨운다.
"다이아님! MRI 찍으러 가세요.
곧 이송기사님 오 실 테니 준비하세요."
새벽 4시 예정이라 했었는데 금방 부르네?
오히려 좋아!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휠체어에 앉는다.
남편이 뒤를 따른다.
병원의 밤은 고요하다.
깊게 가라앉은 복도를 건너 영상의학과에 도착했다.
"교수님이 임산부인 만큼 더 신경 써 달라 부탁하셔서 자리 나자마자 바로 불렀어요.
새벽 4시보단 지금이 낫죠?
그리고 환자분 잠시 부축해 드릴게요.
MRI 기계까지 몇 발자국만 걸어서 가주실 수 있을까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검사실은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검사실 문에서 MRI 기계까지는 열 발자국 정도밖에 안 되는 거리이다.
그 짧디 짧은 거리를 간호사님들의 부축을 받아 안간힘을 다해 이동했다.
간신히 검사대에 누웠다.
귀마개와 헤드셋을 껴주고 왼손에 콜벨을 쥐어준다.
지금 진행하는 검사는 척추(요추) MRI로
내 병을 진단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검사 중 하나라고 한다.
MRI는 자기장으로 진행되는 검사로 방사선 노출이 없어 임산부에게도 안전한 편이라 한다.
다만 혹시 모르니 조영제는 사용하지 않을 거라 했다.
소요시간은 40분 정도로 폐소공포증이 없으면 그렇게 힘든 검사는 아니라고 한다.
"눈은 감으시는 게 마음 편하실 거예요.
검사 중에 움직이시면 안 되고 기침도 안 돼요.
숨은 얕게 쉬어주셔야 잘 찍힙니다.
힘드시거나 답답하시면 왼손에 콜벨 눌러주세요.
시작합니다."
와다다 쏟아진 지시는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기침도 안된다고? 기침을 참을 수 있나?
숨을 얕게 쉬는 게 뭐지? 숨을 어떻게 쉬었더라?
MRI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약간 당황하고 있다 보니 공격적인 소리가 들려온다
따잉따잉따잉따잉따잉따잉따잉
다가다가다가다가다가다다가다
드륵드륵드륵드륵드륵드륵드륵
공사장 소리 같기도 하고
매미가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온갖 소리가 귀를 때리니
무의식의 세계로 끌려가는듯한 느낌이다.
10분, 20분, 30분, 40분...!
버티다 보니 검사는 어느새 끝나있었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환자복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다.
간호사님들에게 매달려
열 발자국 이동해 다시 휠체어에 앉았다.
이땐 몰랐지.
내가 곧 이렇게도 걸을 수 없을 거라는 걸.
대기실에 앉아있는 남편이 다가와 휠체어를 끌어준다.
"할만했어?"
하루 만에 부쩍 야윈 채.
잔뜩 걱정하는 눈초리의 그이.
나는 당당하게! 센 척을 해본다.
"검사가 아픈 것도 아닌데 뭐~"
이땐 몰랐지.
다음 검사가 요추천자, 뇌척수액 검사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