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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요추천자, 뇌척수액 검사

by 다이아

2024년 10월 16일(수) [3]


신경과 병동에 도착했다.

배정된 병실은 10층의 3인실.

꽤나 뷰 맛집이다.


창문 밖 번화가엔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있다.

부럽다는 생각으로 한눈팔고 있는 사이

간호사님이 와서 곧 받을 검사에 대해 안내해 준다.


"식사하시고 2시에 뇌척수액 검사 진행할게요.

새우자세를 하시면 요추에 주삿바늘을 꽂아서 뇌척수액을 뽑을 거예요.


검사 끝나면 바르게 누운 자세로 6시간 정도 가만히 있으셔야 하니까 화장실 미리미리 다녀오세요."


이어서 검사 후 부작용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경미한 것부터 심각한 것까지 와다다!

그 후 자연스럽게 설명을 들었다는 동의서에 서명시킨다.


간호사님이 퇴장한다.

우린 다급히 스마트폰에 검색을 돌린다.


꽤나 무시무시한 TMI 이미지가 떠오른다.

(출처) 구글 이미지검색 / Terese winslow LLC


스마트폰 화면을 끈다.

안 본 눈 삽니다.




안 본 눈을 못 사고 2시를 맞이했다.

간호사님들의 손길에 따라 침대채로 처치실로 옮겨진다.


처치실에 도착하니 다들 분주하다.

무시무시한 도구들이 즐비하다.

두 눈을 질끈 감는다.


간호사님이 나를 새우자세로 세팅했다.

패드를 깔고 옷을 들춘다.

신경과 J 교수님이 입장한다.


"소독부터 할게요"


차가운 솜이 몸을 여러 번 훑는다.

긴장감도 내 몸을 훑는다.


"제가 여기서 요추천자를 제일 많이 한 교수예요.

잘 끝날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해드린 환자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아프지는 않은데 불편감은 좀 있다고 해요.


소요 시간은 환자분에 따라 빠르면 30분 길게는 1시간 이상 걸리는데 보고 안내해 드릴게요.


시작합니다."


허리에 불편한 뻐근함이 느껴진다.

바늘이 꽤나 깊게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다.

무언가를 매다는 게 느껴진다.

척수액을 채취하는 병 같은 것 같다.


"척수액 잘 나오네요.

이 정도 속도면 3~40분이면 될 것 같아요."


격려의 말을 더하고 교수님은 퇴장한다.

간호사님이 주변을 달그락달그락 정리한다.


요추천자는 생각보다 아프진 않았다.

그냥 허리에서 척수액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무서웠고 마음이 불편했다.


긴장에 온몸에 땀이 맺히는 것 같다.

열심히 소독해 뒀는데 땀 나도 되나?

의문을 지우며 버티고 버텨본다.


"이제 5분 정도만 더 하면 될 것 같아요."


가장 힘겨운 마지막 5분이 지나갔다.

간호사님이 후처리를 시작한다.

바늘이 뽑힌다.

으아 후련하다!


처치실의 문이 열리자 남편이 대기하고 있다.

남편의 얼굴이 약간 창백하다.

물어보니 바닥에 피가 흥건했다고 한다.

혹시 많이 아팠을지 걱정했단다.


"웅! 다행히 아프진 않더라~"


일단 저번처럼 당당하게! 센 척을 해본다.


"그... 그런데 피가 그렇게 많이 났어? 얼마나?"


마지막은 조금 깨갱했나.




자리로 돌아와 6시간 동안 절대안정!

꼼작 없이 누워 중요한 잔업을 처리한다.


숨을 크게 가다듬고 팀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우선 병에 대해 개괄적으로 이야기를 드린다.

최소 3개월은 병가를 내야 할 상황임을 암시한다.


다행히 너그러이 이해해 주신다.

아기의 안부를 묻는다.

나도 모른다 대답한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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