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3일(수) [1]
오전 9시
오늘도 재활치료실
도착하니 류마티스내과 교수님이 나를 찾는다.
신경과 J 교수님의 의뢰로 찾아왔다고 한다.
나의 증상 몇 개를 체크한다.
관절의 상태는 어떤지 등 간단한 문답이 계속된다.
내 증상의 결과는 조금 다른, 와닿지 않는 질문이었어서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J 교수님과 의논은 더 해보겠지만 류마티스성 척수염은 아닌 것 같아요."
짧은 문답을 마치고 그녀는 총총총 사라진다.
진단을 이렇게 후다닥 진행하나?
내 척수염의 원인질환은 대체 무엇일까?
잠시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찰나
나를 부르는 별쌤의 목소리에 이끌려서 작업치료실로 입장한다.
09:00~09:30 작업치료 (별쌤)
별쌤과의 첫 대면은 꽤 강력했다.
그는 열정맨 st의 표본이었다.
"안녕하세요, 다이아님!
오늘은 우선 형식적인 테스트를 진행해야 해요.
시간 아까우니 최대한 빠르게 해 보시죠."
그는 마치 총알처럼 움직였다.
우선 손과 팔의 근력, 허리의 유연성, 각종 작업수행 능력 등 내 상반신 기능이 이상 없음을 체크했다.
그리고 몇 가지 문답이 이어졌다.
Q. 혼자 서있을 수 있는지?
A. 못해요.
Q. 혼자 휠체어는 탈 수 있는지?
A. 어제 처음 배워서 연습 중이에요.
Q. 일상에서 보호자의 도움을 얼마나 받는지?
A. 수저로 밥 먹기 빼고 거의 모든 것...
Q. 화장실에서는 어떤지?
A. 이동은 남편이 도와줘요.
Q. 재활로 뭘 먼저 제일 치료하고 싶은지?
A. 화장실을 혼자 가고 싶어요.
그 외 몇 가지 문답을 후다닥 끝내고 그는 내 휠체어를 끈다.
"테스트는 이 정도만 하시죠!
어제 트랜스퍼 기초는 배우셨다 하셨죠?
일단 화장실로 갑시다."
도착한 곳은 병원 내 장애인화장실
안전바를 어떻게 세팅하는지
휠체어를 어떻게 주차하는지
발, 다리, 머리 등을 어떻게 하는지
어디를 잡고 움직이는지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훈련했다.
남편과 함께 용변 보는 삶...
이젠 끝내겠어!
09:30~10:00 운동치료 (정쌤)
정쌤과의 첫 대면도 다른 의미로 강력했다.
세련된 속눈썹
코에서 빛나는 피어싱
여성임에도 강인한 전완근
알록달록하고 귀염귀염한 양말
노란색 크록스와 귀여운 지비츠
그녀는 쎈언니와 귀요미 사이 그 어딘가에 있었다.
우린 우선 인사를 가볍게 나눴고
그녀는 내 다리의 감각을 우선적으로 테스트했다.
여기를 찔러보고
저기를 꼬집어보고
어디에 힘줘보게 하고
저기를 굽혀보게 하더니
무릎 위 쪽 허벅지 부근을 집중적으로 누른다.
"한번 서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여기에 힘을 줘보세요.
제가 도와드릴 테니 겁먹지 마시고!
자 일어납니다."
그녀가 누르고 있는 부분에 힘을 줘본다.
어어?? 어어어???!
되네?
서... 섰다!
내 허벅지의 근육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물론 치료사님이 내 골반을 꽉 잡아주고 있다.
어제는 반쯤 들려있었다면 오늘은 어느정도는 스스로 해낸 느낌이었다.
"어떤 기분이에요?"
그저 불안하고 무섭다.
이 감각을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렇게 세워드리면 보통 하늘에 붕 떠있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거예요!
허공에 붕 떠있는 기분!
하지가 마비되니 하늘을 나는구나!
추측건대 상반신은 중력을 느끼지만 하반신은 느끼지 못해 그런 것 같다.
계속하다 보니 멀미가 난다.
눈이 핑핑 돈다.
"힘드시죠? 우선 앉으세요.
앞으로 저랑은 혼자 일어서기 위한 운동을 할 거예요."
일어 서기 위해 다리 어디 근육을 쓰는지
서서 어떻게 유지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을
아주 세밀하게 코치받는다.
정쌤은 나보다 내 몸을 더 잘 아는 것 같다.
오전 치료를 마치고 병실로 올라왔다.
온몸이 노곤노곤하다.
남편도 기진맥진해 보인다.
재활치료 중 보호자는 생각보다 바쁘다.
이동 보조는 기본, 간단한 심부름부터 가끔은 치료사님 보조까지!
꽤 많은 것을 수행한다.
게다가 남편은 내가 치료를 받을 때 옆에서 계속해서 질문하고 필기했다.
이 운동을 둘이서 셀프로 진행해도 될지
어디에 좋은 동작인지
어떤 걸 주의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수준까지 해도 좋은지
어쩔 땐 나보다 더 바빠 보였다.
(TMI) 남편은 MBTI 기준 J 성향이다.
믿음직스러운 치료사님들과
성실하고 열정적인 보호자, 남편 덕분에
마음 한편이 아주 든든하다.
역시! 투병은 혼자 하는 게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