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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줄은 싫어요!

by 다이아

방광 기능 장애


내 병에 흔히 수반되는 증상이으로 30살 넘은 성인인 나에겐 꽤나 치욕적인 단어의 조합이다.


게다가 나는 어려서부터 방광이 약했다.

특히 방광염에 꽤 자주 걸렸는데 이에는 물을 많이 먹는게 좋대서 의식적으로 물을 벌컥벌컥 마셔댔다.

이에 따른 연쇄 작용으로 절박뇨도 가끔 있었다.


그래서 이 정체불명의 병에 걸리고 소변장애가 올까봐 지겹도록 벌벌 떨었다.




입원 초 신경과 J 교수님과도 하루정도 소변량 체크를 했었고 그땐 큰 이슈 없이 정상범위로 판정났다.


다만 스테로이드 치료와 별개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 방광 기능은 더 악화되었다.


화장실에 갈때마다 휠체어를 타야하니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에

요의를 계속 참았기 때문이다.


기억을 되돌려보니

하루에 딱 4번 소변을 봤다.

아침먹고 1번

점심먹고 1번

저녁먹고 1번

자기전에 1번


아프기 전에는

하루에 물을 2L는 기본으로 먹었고

1시간에 1번씩 화장실을 다녔는데 말이다.


그러다보니

방광은 점점 더 커졌고

내 몸은 요의에 점점 더 둔감해졌다.




재활의학과에 전과하니

소변량 체크를 다시 하자고 한다.

신경과와 이미 했다고 해도 씨알도 안먹힌다.


"이 병이 방광 장애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건 알고 계시죠?

방광 기능이 약화되어있는 경우 비뇨의학과랑 협진해서 방광쪽 재활도 해야 해요.


3일정도 소변량과 잔뇨량을 볼게요."


소변기능 확인에는 보호자인 남편이 해줘야 하는 역할이 많다.

이걸 3일동안이나 해야하다니...


[측정방법]

1. 휴대용 변기를 양변기 속에 넣는다. (남편이...)

2. 볼일을 본다.

3. 소변통에 옮겨서 양을 잰다. (남편이...)

4. 휴대용 변기와 소변통을 정리한다. (남편이...)

5. 간호사님을 불러 아랫배에 초음파 측정기로 잔뇨량을 잰다.

왼쪽부터 휴대용 변기, 소변통, 초음파 측정기


[기록지]

08:00 1,100ml

12:30 650ml

18:30 600ml

22:30 550ml

잔뇨량은 매번 100~200ml 사이였다.

이와 비슷한 수준의 기록이 3일간 누적됐다.


기록지를 본 재활의학과 간호사님의 동공이 빠른 속도로 흔들렸다.


보통 사람들은

소변이 방광에 200ml 이상 차면 요의를 느낀다.

평균 소변량은 250~350ml이다.

평균 잔뇨량은 30ml 이하이다.

나의 수치는 평균을 한참 벗어나 있었다.


"배뇨 기능이 너무 악화되어 있어요.

일단 요의를 느끼는 기능 자체가 약해졌고

소변을 배출하는 기능도 안 좋네요.


특히 잔뇨량이 이렇게 많으면 감염 위험이 커요.

소변줄을 해야할 수도 있겠네요."


으악! 소변줄은 싫습니다!

아직 소변을 못보는 것도 아닌데... 제발요.


소변줄을 꼈다가 내 몸이 그것마저 까먹으면 어쩌나.

그나마 보던 소변까지 못볼까봐 공포스러웠다.


"일단 이틀 더 관찰해볼게요.

물 많이 드시고 요의는 절대 참지 마세요.

아니 요의가 없어도 주기적으로 화장실에 가세요."


그래도 재활로 휠체어 트랜스퍼를 배워 화장실 사용이 조금은 편해져 다행이었다.

기간만큼은 남편에 대한 배려를 잠시 내려뒀다.

물을 의식적으로 많이 마셨다.

1~2시간에 한번씩 화장실에 의식적으로 들렀다.


소변량 체크에도 꾼이 됐다.

소리와 시간으로 소변량을 맞추는 경지까지 이르렀다.


다행히 수치는 점점 정상화됐다.

소변량 평균 400ml, 잔뇨량 100ml 미만을 맞추고

간신히 소변줄 협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일단 당분간 소변줄은 없이 지켜볼게요.

대신 매주 소변 검사는 하실거에요.

관련 수치가 안좋아지면 다시 체크해보죠."


휴,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이 난다.


10월 23일(수)~27일(일)

약 5일간의 소변 집중 체크기간이 드디어 끝났다.

그래도 작은 고비를 하나 넘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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