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서평] 파워 오브 도그/ 토마스 새비지

by cm

광활한 황야를 배경으로 한 서부극은 흔히 총잡이들의 용맹한 활약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만약 가장 치명적인 무기가 총이나 주먹이 아닌, 인간의 마음을 파고드는 ‘말’과 ‘경멸’이라면 어떨까요? 오늘 이야기할 책, 토머스 새비지의 <파워 오브 도그>는 전통적인 서부극의 외피를 쓴 날카로운 심리 스릴러입니다. 제인 캠피언 감독이 이 책을 영화로 구현해내기도 했죠. 이 소설에 대해서 한 번 들여다보겠습니다!


<파워 오브 도그> 거친 남성성의 신화 뒤에 숨겨진 인간의 나약함과 잔인함, 그리고 억압된 욕망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독자의 숨을 멎게 만듭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몬태나의 거대 목장을 운영하는 필 버뱅크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그는 예일대에서 고전학을 전공한 수재이지만, 일부러 거칠고 지저분한 카우보이의 모습으로 자신을 위장합니다. 그는 날카로운 독설과 상대를 꿰뚫어 보는 눈빛으로 주변 모든 것을 통제하는데 특히 유약한 동생 조지를 경멸하며 살아가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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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그의 동생 조지가 아들을 둔 과부인 로즈와 결혼하며 균열이 가기 시작합니다. 필은 자신의 세계에 침입한 로즈와 그녀의 섬세한 아들 피터를 ‘약한 존재’로 규정하고, 보이지 않는 폭력을 가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결코 주먹을 휘두르지 않습니다. 대신 교묘한 경멸과 무시, 심리적 압박으로 로즈의 영혼을 서서히 파괴하며 그녀를 알코올 중독으로 몰아넣습니다.


이 지옥 같은 목장에서 유일하게 필에게 맞서는 인물은 로즈의 아들 피터입니다. 연약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날카로운 관찰력과 차가운 이성을 가진 피터는 필의 잔인함의 근원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무엇인지를 간파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조용하고 연약해 보였던 소년은 자신의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가장 우아하고도 완벽한 복수를 실행에 옮깁니다. 어떤 복수인지는 이 글에서 적지 않겠습니다. 스포일러를 할 수는 없으니깐요!


제인 캠피언 감독의 영화가 이 숨 막히는 긴장감을 이미지와 분위기로 탁월하게 그려냈습니다. 영화는 관객에게 단서를 던져주며 추리극으로 서사를 이끌어갑니다. 광활한 서부의 목장이라는 배경이지만 그 속에서 진행되는 심리싸움은 아이러니함을 자아내죠. 반면 소설의 경우에는 서부의 배경을 글로만 서술하기 때문에 인물들의 내면을 훨씬 더 직접적이고 깊숙하게 파고듭니다. 처음부터 인물들의 비밀을 독자에게 알려주고 그 비밀이 어떻게 파국을 만들어내는지를 지켜보게 하는 차지가 있죠.


이 책은 서부극의 신화를 해체하고, ‘남성성’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폭력과 자기기만이 숨겨져 있는지를 폭로합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에 여러분은 ‘개의 힘(power of the dog)’이라는 제목의 진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 겁니다.


"그는 눈을 들어 산을 보기만 해도 그 개의 숨결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거대한 개가 그토록 또렷이 보이는데도 그 형상을 알아본 이는 필 말고 딱 한 사람뿐이었고, 조지는 결코 그 한 사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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