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아들과의 만남
저희 어머니는 이제 여든 살이 넘으셨습니다.
황반변성으로 양쪽 눈의 시력을 모두 잃으셨고,
협심증 증세와 목디스크, 허리디스크로 고생을 하십니다.
여든이 넘으셨으니 어떤 병은 노화로 인한 것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압니다.
어머니의 병은 마음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요.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는 나이 들어가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살고 계실까?’
나도, 아이들도 언젠간 그 길을 걸을 텐데…
그 끝에 있는 건 뭘까?
가장 두려운 건 뭘까?
아마도 가장 두려운 것은 '잊힘', '쓸모없음', '짐' 일 것입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외로움,
더 이상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쓸모없음,
자식에게 경제적, 심리적으로 주는 부담감.
점점 건강을 잃어가면서 느끼는 상실감.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어머니의 병은 마음의 신호일 수도 있겠다…’
아무도 듣지 않은 마음.
말하지 못한 슬픔.
이런 감정들이 억눌려져 엄마를 아프게 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시작합니다.
“엄마 이야기, 제가 들어드릴게요. 예전에 있었던 속상한 일 다 털어놓으셔요.”
글을 쓰면 치유받을 수 있지만, 글을 쓰지 못하시는 어머니는
마음속 억울하고 분한 것을 털어놓는 것만으로
치유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판단하지 않고, 끼어들지 않고, 그냥 옆에 앉아서 조용히 들어드리려 합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러 갑니다.
내가 바라는 작은 소원이 있다면, 어머니가 이 세상을 떠나실 때,
삶이 고행이 아니라 소풍이었다고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