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시어머니의 착한 치매

by 솔솔솔파파

어머니는 달동네에서 내려오셨지만 고단한 삶은 어머니를 끝까지 쫓아다녔다. 사진관을 하시는 아버지를 도와야 했고, 아이를 키우는 것도 오로지 어머니의 몫이었다. 아버지는 기저귀 갈아주는 것 한 번, 안아주는 것 한 번 하지 않으셨다.


어머니가 돌봐야 하는 가족은 그뿐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시골에 살던 동생들을 한 명씩 불러 서울에서 자리 잡을 때까지 집에서 머물게 했다. 그 도련님과 아가씨를 챙기는 일 역시 어머니의 몫이었다.


크지도 않은 집에서 서방님, 도련님에 아가씨까지. 어머니는 서열로 따지면 한참 아래였다. 도련님과 아가씨는 취직과 결혼으로 얼마 후 출가했지만, 그들이 있는 동안 밥과 빨래는 당연히 어머니의 일이었다.


어머니는 "그래도 동생들이 착해서 특별히 힘들게 하지는 않았어"라고 말씀하셨지만, 돌봐야 할 가족이 한 명 더 늘어난다는 것은 단순히 밥 숟가락 하나를 더 놓는 일처럼 가볍지 않았다. 그것은 훨씬 더 무거운 책임을 의미한다. 어머니는 새벽같이 일어나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며, 틈틈이 사진관 일까지 도우셨다. 하루 종일 앉을 틈조차 없는 삶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돌봄은 병든 시어머니였다.


"시어머니는 말씀이 없으셨어. 무엇을 해도 '네가 알아서 하라'라고 하실 정도로 날 믿어주고, 나에게 모든 걸 맡기셨어. 그런데 중풍을 맞으시고, 돌볼 집이 없어서 우리 집에 계셨지. 참 점잖고, 착하셨어."


아버지는 4남 2녀 중 차남이자 셋째였다. 그 시대 관념으로 보면 부모를 꼭 모시지 않아도 됐었다. 하지만 아들 넷 중 어머니를 모시겠다고 나선 사람은 아들들이 아닌 둘째 며느리였던 어머니였다. 본인 몸도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처럼 주저앉을 때가 많은데, 병든 시어머니를 모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어린아이를 키우며 사진관 일까지 하던 어머니에게는 더욱 버거운 일이었다.


어머니는 나이 들고 병들어서 자식들에게 돌봄을 받지 못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안타까워 본인이 모시기로 했다. 그래도 중풍은 점잖은 병이었다. 1년 후 할머니는 치매 판정을 받으셨다.


"거의 매일 아침 내 일은 어머니 계시는 방에 들어가 똥을 치우고, 목욕을 시켜드리는 일이었어. 어머니가 실수를 하시고, 앉은 채로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바닥, 문지방, 이불, 베개에 온통 그것을 묻히고 다니셔서 그걸 다 치우고, 목욕을 시켜드려야 했거든. 이불과 기저귀를 매일 빨아야 했어. 그래도 착한 치매였어. 다른 집은 욕하고 소리 지르고 한다던데 우리 어머니는 조용하셨거든."


아침에 할머니 방을 치우고 나면 어머니는 손과 코 끝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점심때까지 밥을 못 드셨다.


"아니, 그걸 몇 년씩 어떻게 하셨어요? 힘들지 않으셨어요? 엄마의 엄마도 아닌데..."


나는 답답함과 어머니 대신 느끼는 억울함을 담아 어머니께 여쭤보았다.


"왜 안 힘들어. 어느 날은 그냥 눈물이 주르륵 나더라. 밥을 못 먹어서 기운도 없고, 내 신세가 처량하기도 하고. 울면서 그냥 치웠어. 해야 하니까 한 거지 뭐."


기도하는 마음으로 내가 좋은 업을 쌓으면 그 복이 나의 말년이나 자식에게 갈 거라는 믿음으로 참고하셨다.


그러다 어머니가 아파서 누우시면 할머니는 다른 아들 집으로 가셨다. 하지만 그 집에서는 할머니 때문에 부부싸움을 했고, 결국 며칠 뒤에 우리 집으로 다시 돌아오셨다. 어머니의 병이 점점 더 심해져서 결국 할머니는 첫째 아들 집(전라도 광주)에 가셨고, 그곳에서 한 달 정도 계셨다.


큰아버지는 동생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보내라 하셨고, 기저귀, 세탁기, 옷 등 다양한 것을 요구하셨다. 결국은 매달 일정 금액을 보내라고까지 하셨다.


어머니는 이러다가 형제들끼리 사이가 상할까 봐 걱정하셨다.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 집에서 어머니가 모실 때는 형제들 누구에게도 물건이나 돈을 요구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물론 알아서 보낸 형제들도 없었다.


결국, 어머니는 할머니가 걱정이 돼서 단판을 짓겠다는 작은아버지들과 광주로 내려가셨다.



착한 시어머니의 착한 치매는 결국 나쁜 결말을 맞을 것 같았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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