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업이든 작은 장사든 시작하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많은 시간을 들여 신중하게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브랜드 네이밍 = 업체 이름이다.
이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큰 생각 없이 지어도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중요하게 생각해서
숙소 이름을 짓는데 신경이 많이 쓰였다.
마음에 들지 않고 대충 지어놓고
만약 손님이 덜 찾아온다면..
이름 탓을 하게 될 수 있다.
여러 마케팅 책에서 나오는
좋은 브랜드 네이밍의 3가지 원칙은
첫째 브랜드 네임이 짧고 직관적이어야 하고
둘째 이름 속에 무엇을 파는지,
어떤 마음으로 장사를 하는지 등
내용이 느껴지는 스토리를 담아야 하고
셋째 발음하기 쉬워야 한다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가 지은 강안채의 네이밍도
브랜드 네이밍의 원칙에 크게
어긋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이름 짓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작은 시골에 민박집 강안채의
이름도 그냥 툭 쉽게 지어지지는 않았다.
숙소 이름에 대한 의미에 대해
지금은 많이 아는 분들이 계시지만
오픈하고 얼마 안 되어 놀러 오신 손님이
저녁에 술을 마시고 전화가 온 적이 있다.
"사장님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데요.."
" 강안채의 뜻이 뭔가요? "
이름의 스토리가 무엇인지..
갑자기 그게 궁금하시다며 늦게
전화를 하셔서 당황스러웠지만
강안채라고 짓게 된 이유를 말씀드리자
" 거봐! 내가 맞잖아! 5만 원 내놔! "
술 한잔 하시면서 이름의 스토리에 대해
서로 의견이 엇갈리셨고
그렇게 내기를 해서 이기셨다고,
감사하다며 기분 좋게 통화를 마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강안채'라 지어진 이름의 정답은
우리 부부의 성을 하나씩 따서
강현구의 '강'
안인선의 '안'
그리고 집의 수를 표현하는
집 한 채 두채 할 때 '채'
그렇게 강안채라고 이름을 짓게 되었고
5만 원 내기에 틀리셨던 분의 의견은
이곳에 와보니, 강 안쪽에 집이 있어서
강안채라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결과론적으로 그런 의미로
현재 강안채가 되었지만
강안채 이름 짓는 것도 역시나..
나의 계획처럼 되지 않은 스토리가 있다.
한참 오픈날짜에 맞춰 셀프 공사를 할 때
몸으로는 공사를 해가며 일을 하고
머리로는 이름은 어떤 것이 좋을까?
생각이 나는 데로 고민을 했다.
모두의 공유 하우스이며
민박집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흔하디 흔한 **민박, **펜션 같은
진부한 이름은 전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건축탐구집'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며, 전원주택의 삶을
꿈꾸었고 세컨하우스도 가지게 되었다.
그 방송에서 나오는 멋진 집들은
민박집이나 펜션은 아니지만
그 집 만에 스토리가 담긴 이름 또는
부부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이름 등
그럴싸한 이름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그 영향으로 우리도 그런 이름으로
하나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강안채를 운영하기 전
살고 있는 집의 옥상에서 캠핑을
즐기며 술도 마시는 공간으로 만들어 놓고
이곳에도 우리만에 이름을 지어 붙였다.
"안강포차"
우리 부부의 성을 따서 안강포차라고
지어놓고, 손님도 초대해서 옥상 캠핑을
즐기기도 했는데..
나의 성을 앞세운 강안포차보다
부르기 쉽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옥상에도 안강포차를 지었으니
민박집에 이름도 "안강채"라고
짓는 게 좋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가족들의 분위기는 냉담했다.
냉담한 분위기 속에서도
안강채가 왜 괜찮은지에 대해
계속해서 부가 설명을 이어갔다.
부부의 성을 하나씩 따서 의미가 있고
안강채는 부르기 쉽고, 한번 듣고
기억하기가 너무 쉽다.
우리는 고집 센 성씨들을 모아
"안강최"라고 많이 부른다.
그리고 안강최에 대한 유명한
일화도 전해 내려오기도 한다.
산 김 씨 셋이 모여도
죽은 최 씨 1명을 못 이기고
최 씨 셋이 모여도
강 씨 1명을 못 당하고
강 씨 셋이 모여도
안 씨 앉은자리를 못 넘본다는
고집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안강채라는 이름은 '안강최'라는
재미난 스토리와도 연관되어
사람들이 쉽게 불리고, 기억하기 쉽고
피식 웃을 수 있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가장 반대는 우리 엄마였다.
그렇게 끼워 맞춰 함부로 짓는 게 아니라
절에 가서 스님에게 이렇게 이름을 써도 되는지
스님에 말씀과 OK 확인을 원했고
음양오행 사주팔자에 대입해 보니
안강채라는 이름은 나에게 좋지 않았다.
이름이 좋지 않아 사업이 번창하지
못한다는 말에 가족 모두 안강채는
선호하지 않게 되었고,
나 또한 그런 부정적인 얘기를 듣고
고집 쌘 강 씨 성을 가진 나지만
혼자만 고집을 부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안강채라는 이름을 포기하게 되었다.
"안강채가 아니면 바꿔서
그럼, 강안채로 합시다!"
"안강채가 아닌 강안채는 되겠지?"
이름을 그렇게 쉽게 짓는 게 아니라며
또 한 번 스님에게 찾아가 물어본다는
엄마의 말에 직접 내가 듣고 싶어
함께 절에 방문했고, 완벽하지 않지만
강안채는 그나마 낫다는 스님 말씀에
나는 강안채를 하겠다고 정했고
가족들은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반대는 없었다.
그렇게 강안채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모두의 공유하우스이며
독채 민박집을 오픈하였고
벌써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동네 어르신들과
오고 가며 만나 인사드리며 이곳을 소개하면
강안채보다 안강채라고 부르신다.
" 아니요, 안강채가 아니고 강안채입니다."
그렇게 다시 한번 말씀을 드려도
"어? 내가 또 안강채라고 했나? 허허 "
그렇게 웃으며 말씀하시면서도
다음에 또 만나서 이야기하실 때는
역시나 안강채라고 부르시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은 뭐 하러 절에 두 번이나
찾아가서 이름을 강안채라고 짓냐며
어차피 안강채라고 불리잖아 하면서
절을 좋아하는 엄마를 놀려먹기도 한다.
일본 미학의 매우 중요한 개념 중
'와비사비'라는 말이 있다.
부족하고 결함이 있지만, 그게 오히려
더 나은 상태로 전환되는 것을 말한다.
나는 지금의 강안채라는 이름이 참 좋다.
오히려 하지 못했던 안강채보다 더 좋다.
뭐든 계획처럼 되지 않고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나중에 시간이 흘러 그게 더 좋을 수가 있다.
와비사비라는 말처럼 말이다.
친구들이 가끔은 술 한잔하면서
우리 부부가 금슬도 좋다며
셋째 아이를 가지라며 장난스레 이야기할 때
나는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다.
" 난 벌써 셋째 키우고 있잖아! "
"첫째는 딸 강다윤"
"둘째는 아들 강민규"
"셋째 바로 강안채!"
"셋 다 모두 정성 들여 잘 키울 거야!"
그저 사랑스러운 나의 막내 강안채다.
그런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으로
이곳 강안채를 계속 키워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