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모든 시작의 순간은
조금씩 어설프고 서툴다.
머리로는 이해를 충분히 하고
준비를 완벽하게 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전은 연습과는 너무 다르고
실수가 발생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우리의 시작은 생각처럼 완벽하지 않다.
강안채 숙소의 시작도 내 마음은 완벽했지만
손님을 받고 실전이 벌어졌을 때는
왜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 했지? 라며
파워 계획형의 나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건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고
오시는 손님 또한 서툴기는 마찬가지였다.
2021년 11월 1일 오픈을 위해
한참 마당 셀프 공사를 하고 있을 때
벨이 울리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 거기 숙소 맞죠? 예약을 하고 싶어요 "
아니, 아직 내부가 완성되지 않았고
방이 몇 개인지, 화장실이 몇 개인지
비용이 얼마인지도 모르시는데..
벌써 숙소 예약을 하신다고 전화가 온다니
생각지도 못해서 전화를 받고 살짝 놀랐다.
물론 개인 SNS에 오픈 날짜와 함께
예약을 진행한다고 내부 공사 이미지를
하나씩 올리며 연락처를 남겨두기는 했었다.
식당은 오픈날에 맞춰 방문하면
식사가 가능하고, 예약이 필요해도
하루 이틀 전이면 충분할 수 있지만
숙소 예약은 일반 식당과는 다르게
넉넉잡아 두세 달 전에 미리 예약을 하고
여행 계획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렇게 오픈이 되지 않은 채 완성된 내부를
보지 않으시고 미리 예약을 하시는 듯했다.
" SNS 보고 새로 오픈한다 하셔서
여행 일자가 딱 맞아 가려고 합니다. "
" 몇 명까지 수용이 되는지 그리고
비용은 얼마나 되는지 좀 더
자세히 여쭤보려고 연락드렸어요"
예약하신다는 전화 한 통에
그저 신이 나서 방은 2개 있고요.
거실형으로 방이 하나 더 있습니다.
화장실은 내부에 하나 외부에 하나 있고요.
실내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술도 마시는
그런 공간도 준비를 하고 있어요!! 라면서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혼자 술술 하고 있었다.
그리고 첫 예약 전화라 그런지 기쁜 마음에
너무 잘해 드리고 싶었다. 인원 추가 비용도
받지 않고, 그저 예약을 꼭 성사시키길 바랐다.
그렇게 셀프 공사를 하던 중 전화 한 통으로
모두의 공유 세컨하우스 강안채의
첫 예약 손님을 확정 지었다.
방문 날짜는 11월 첫 주말이었다.
11월 1일 오픈날에 맞춰 겨우
모든 오픈준비를 다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첫 손님이 오시는 날
마침 직장에는 쉬는 날이라 직접 구석구석
다 살펴보면서 부족함이 없는지
또 한 번 살피며 손님 입실 준비를 마쳤다.
손님은 이른 시간에 숙소 입실을 하시며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럽다는 연락을 주셨다.
그동안 리모델링으로 고생한 시간들을
모조리 보상받는 것만 같았다.
감사함과 함께 즐거운 추억이 되시길 바라면서
기쁜 마음으로 통화를 마친 후
혹시나 늦은 밤에라도 연락이 오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아무런 연락 없이
첫날의 긴 밤이 무사히 잘 지나갔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 보니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셀프로 만든 야외 벽돌화로를
덮는 뚜껑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옛날 쌀을 담아두는 쌀독의 뚜껑으로 사용하던 것을
마당에 직접 만들어 놓은 벽돌화로와 함께
그 화로를 덮는 덮개용으로 하나 만들었는데..
사이즈와 색상이 너무 잘 어울리고
정말 안성맞춤이라 내 마음에 딱 들었다.
그러나 이 뚜껑의 재질이 나무여서..
손님들이 밤에 다 같이 불멍을 즐기시고
불씨가 날아갈까 싶어, 뚜껑으로 화로를
안전하게 덮으시고는
모두 잠을 주무시러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뚜껑이 홀랑 다 타버리고
재만 남게 돼버린 상황에 깜짝 놀랐고
그 아침에 급히 연락이 오게 된 것이다.
보기에도 오래되어 보이고
직접 만든 것처럼 보이는 그 뚜껑으로
안전하게 화로를 덮어두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밤사이에 뚜껑은 다 타버리고
그동안 이곳을 열심히 준비한 나의 마음까지
알고 생각하시니 걱정도 되고,
또 변상을 어떻게 해야 되나 싶어
자고 일어나서 많은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그 연락을 받은 나도 가장 먼저 생각된 것은
이미 타버린 그 뚜껑이 너무나 아까웠다.
처갓집 시골에서 안 쓰시는 것을 얻어와서
깔끔하게 세척하고, 오일스테인으로 여러 번
칠을 마치고서 정성 들여 만들었는데..
첫 손님이 오시고 하루 만에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했다.
화로는 불을 피우는 곳이고, 불이 항상 있는데
그곳의 덮개를 나무로 쓴다는 건
지금이 꼭 아니더라도
며칠 내에 벌어질 당연한 사고였다.
" 뚜껑은 옛 물건으로 타버린 게 아쉽지만, 괜찮습니다."
"화로에 뚜껑으로 나무를 쓴 제 잘못이에요"
"언제라도 일어날 일이었고,
손님은 아무 잘못이 없어요"
"변상에 대해서도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게 안심을 시켜드리고, 혹시라도
마음이 불편하시지 않게 얘기를 잘 전하고
이제 없어진 뚜껑을 무엇으로
대체해야 될까 고민이 생겼다.
검색창에 화로 뚜껑을 검색해 보았다.
생각만큼 만족스러운 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당근 앱을 켜서 다시 검색을 했다.
뒤집어 삼겹살을 구워 먹기도 하는
녹이 슨 솥뚜껑을 팔고 있었다.
어디 쓸 곳 하나 없어 보이는 옛날 솥뚜껑이
단돈 3만 원에 파는데 거리를 따져보니
차량 10분 거리에 구매가 가능했다.
즉시 메시지를 보내고,
찾아가 빠르게 구매를 하고 받아왔다.
퇴실 청소를 하면서 화로의 뚜껑을 바꾸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는
아무 문제 없이 사용하고 있다.
준비가 완벽하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준비는 오픈 첫날 그렇게 무너졌고,
방문하신 손님들도 처음이라 서툴렀다.
(타버린 뚜껑의 흔적이 남아있는 벽돌사진과 솥뚜껑)
그리고 다시 몇 개월 뒤
또 한 번의 사건이 발생했다.
하루를 잘 묵으시고 퇴실하시는 손님이
차량으로 후진 중 야외용 재떨이를 찌그러트리고
전화로 사과와 함께 문자 이미지를 보내셨다.
항상 이런 연락을 받을 때 첫 생각은
뭐지? 그런 일이 있다고?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손님 입장에서 생각하거나,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생각을 해 보면
그런 일이 발생되게 한 원인은
가장 먼저 나에게 있다.
화로의 뚜껑이 나무 재질로 해 놓은 게 원인이었고
재떨이의 위치가 차량에 간섭이 될 수 있는 게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었다.
오히려 차량에 흠집이 나서 속상하지 않을까?
추억이 남는 여행이 기분 좋지 않게 남을까?
방문한 손님의 입장이 더 생각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하나씩 발생할 만한 일들을 제거하고
개선해 나가면서 아무 일도 없는 날들이
많아지고 그런 하루가 당연해지기 시작해졌다.
그리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발생했던 그런 작은 문제조차 사소해졌다.
우리는 완벽하지 못하기에 시작을 두려워한다.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시작은 누구나 서툴다.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한
나의 오만함도 있고
실수와 서툰 그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니까
지금은 그런 나의 시작과 서툼이
전혀 부끄럽지가 않다.
-시작의 순간은 누구나 서툴다-
나이가 많다고
모든 순간에 능수능란한 것도 아니고
경험이 많다고 해서
또 다른 시작이 익숙한 것도 아니다.
시작은 서툴다.
누구를 만나든, 무슨 일을 하든,
어느 곳을 가든 모두
그렇게 서툴게 시작한다.
잘해보고 싶은 마음은 한가득이지만
어쩔 수 없는 서툼에 조급해져
실수도 한다.
-선미화 '당신의 계절은 안녕하신가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