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나쁜 일은 정말 한꺼번에 온다

by 작은거인




코로나 시절에 우리 숙소뿐 아니라

전국에 많은 독채 숙소는 사랑을 받았다.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못하는

그런 시기에 우린 산과 강이 푸르고

자연 속 독채 숙소를 오픈하다 보니..

기대 이상으로 사랑을 많이 받았고

든든한 조력자 엄마와 청소를 쉬지 않고

다니며 행복하고 바쁜 날들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손님도 없고 직장도 쉬는

휴일 같은 날이 찾아왔다.

엄마와 함께 맛있는 점심을 먹고

마트에서 숙소 청소에 필요한

각종 소모품과 비품을 구매하고

헤어진 지 5분 만에 엄마의 전화가 걸려왔다.


" 아들, 엄마 차 사고가 났어, 이걸 어떡하니. "


헤어진 지 불과 5분밖에 안 되는 시간이라

멀리 가지 않으셨고, 나는 통화를 끊고

바로 사고 현장으로 뛰어갔다.



엄마는 좁은 곳에 볼일을 보기 위해

차를 넣고 잠시 주차를 했다가

다시 차량을 후진하는 상황에서

주행 차선에 오는 차량이 앞을 보지 않고

후진하는 엄마 차량과 그대로 충돌했다.


주행 차선에서 직진하는 차량이

전방 주시를 하며 클락션을 눌러주면

일어나지 않을 사고였지만

사고가 나고 과실을 따지자면

엄마의 과실이 많이 커 보였다.

다행히 양측 모두 다친 사람은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하며

보험사에 연락을 해놓고 기다리면서

몸은 다치지 않았지만, 심적 부담이 있은

엄마를 괜찮다고 위로하고 있었다.


강안채 바로 윗집에 사시는 어른께서

오랜만에 전화가 와서 무슨 일이지?

안부 전화를 주시나 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 어디야? 지금 난리가 났다. 큰일 났다! "


네? 무슨 일 있나요? 다짜고짜 큰일이라니

무슨 일인가 싶어 다시 물어보았다.


" 너거 집에 지금 불이 났어. 불이 난리 났다 "

" 빨리 와야 한다. 집이 다 타고 있다이.."

.


" 아무도 없는데 무슨 집에 불이 나요? "

윗집 어른은 약주를 한잔하셨는지

난리 났다는 말을 반복하셔서..

우리 집이 아니겠지? 취하신 건 아닌지.

생각을 하며 재차 물었지만


" 지금 불이 크게 났다고, 빨리 와 "

" 난리 났다니까네.. 진짜 큰일 났다고. "

.


" 네! 지금 바로 가볼게요."

"소방서에 신고 좀 해 주세요"


너무나 평화롭고 따뜻했던 4월에 오후

30분 만에 차량 사고에 이어 집에 화재라니..

엄마는 집에 불이 났다는 말을 듣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며 눈물을 쏟았다.

갑작스러운 화재 소식에 정신없지만

일단 가서 직접 확인을 해봐야 한다.

그러고 보니, 차량이 사고가 나서

차를 타고 갈 수가 없다!!


차량 뒤쪽이 망가진 채로 이 차를 타고

수리 보낼 생각 없이 가 봐야 하는 건가?

택시를 타고 가봐야 되나?

정신이 없으니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순간

때 마침 아빠가 전화가 왔다.

아빠는 소식을 듣고, 회사에서 뛰쳐나와

금세 차량 사고 현장에 도착을 했고


" 아빠 엄마, 나 혼자 다녀올게요 "

" 사고 난 차량 수습 좀 부탁해요 "


.

땅에 주저앉아 있던 엄마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 무슨 소리야. 지금 차가 중요해?"

" 다 같이 빨리 가. 가봐야지! "

그리고 아빠 손을 잡고 재빨리 차를 탔다.


차량 사고 접수를 하기 위해 도착한

보험회사 직원에게

집에 화재 소식을 말하며

차량 사고에 대해서는 모든 걸 맡기고

우리는 차에 신경을 쓰지 못한 채

그냥 화재가 난 봉화 강안채로 출발했다.


운전대를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뉴스에서만 보던 주택 화재?

그게 나의 일이 될 수 있는 건가?

설마 우리 집이 아니겠지,,

아무도 없는 집에서 화재라니

별생각이 다 들기 시작하며

이게 꿈은 아닐까? 현실을 부정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던 찰나에..

강안채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나의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아내는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혹시나 걱정을 많이 할까 봐

내 눈으로 모든 걸 확인하고 나서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전화를 받지 말까? 생각하다가도

아무 일 없는 척 전화를 받았다.


아내는 다짜고짜 급하면서도

침착한 목소리로..

"우리 집에 지금 불이 났다는데.. 알아?"


아내는 마을 이장님을 통해 전화를 받고

빨리 가보라며, 나에게 전화를 했다.

아내의 말 한마디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래도 지금 가장 침착해야 되는 사람이

내가 되어야 된다는 생각에 조용히 말했다.


" 응, 지금 가고 있어,, "

" 내가 확인해 볼게, 너무 걱정하지 마 "


아내와의 통화가 우리 집 화재를 나에게

확실하게 인정시키게 만들었다.


이제는 집 일부분만 탔겠지?

그렇게 큰 화재는 아니겠지?

소방관분들이 일찍 출동해서

화재는 모두 진압했겠지?


또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쏟아지며

차량으로 40분의 이동거리를

30분도 채 안 걸리게 속도를 내면서도

도착하지 않고, 그냥 계속 이대로

도로를 달리기만 하고 싶었다.


도착하기 전 마지막 터널이자

강안채의 도착이 임박함을 알려주는

노루재 터널을 들어서면서까지도

터널이 끝이 나지 않게

계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였다.

내 눈으로 확인해야 하면서도

내 눈으로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면서 결국

도착해 보니, 이미 많은 소방관들과

무슨 일인가 싶어 찾아오신

주변 동네 주민분들까지 모였다.


화재는 믿기 힘들었지만 사실이었고

현장을 보는 순간 엄마는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아빠는 그런 엄마를 안아만 주셨고

나는 불에 탄 집 위로 연기만 올라가는

강안채를 그저 멍하니 쳐다만 봤다.


생각보다 화재는 심각했다.

퇴근하고 급하게 운전해서 올 것 같은

아내가 걱정이 되었고,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 괜찮아, 큰 문제는 아니야 "

" 여기 오지 말고, 곧 퇴근하면

집에 가서 아이들 저녁밥 챙겨줘 "


걱정하는 아내에게 이 순간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우리 가족이 모두 공을 들여 만든

이곳이 무너지는 것을

단 한 사람이라도 덜 봐야 한다.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나니

소방관 아저씨 한 분이 나에게 오셨다.


" 집주인 되세요?"

"지금 불이 다 꺼져 보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불이 지붕 속에

아직 가득합니다."

"지금 불을 완전히 끄려면

집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집주인분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마당 아래에는 포클레인이 이미

집을 덮칠 준비가 되어 있었고,

나의 동의와 함께 소방 직원분들까지

집을 무너뜨릴 모든 준비 후 대기하고 있었다.

동의를 하면 집은 전소가 되고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며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것이 무너진다.


만약 동의를 하지 않는다면..

소방 직원분들은 불이 또다시

크게 일어나 산불 또는 주변 밭으로

옮겨 붙지 않도록 지붕 속

불을 계속 진압하며 몇 시간이

걸릴지 모를 상황을 대처해야만 했다.


"나는 잠시 고민 후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특별하게 아무 일도 없이 평화롭고

행복하던 일상의 하루하루에서

항상 사고는 한순간에 찾아오고 몰려온다고 한다.

나에게는 뉴스에서만 보던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날은 지금껏 살면서 가장 힘든 순간이

하루에 몰아쳐 온 것만 같았다.

지금도 한순간도 잊을 수 없는 그날 하루

4월 21일 오후 3시 화창한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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