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작은 정원, 카네이션 이야기
오늘도 아침 일찍 정원으로 나왔다. 아직 이슬이 마르지 않은 카네이션 잎사귀가 반짝이며 나를 반긴다. 분홍빛 꽃봉오리를 살포시 만지며 어제보다 조금 더 부풀어 오른 것 같다고 혼잣말을 한다. 며칠 전부터 이 아이가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엄마가 되어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설레고 긴장되는 마음이다.
처음 카네이션 모종을 심었을 때가 떠오른다. 봄바람이 살랑이던 날, 조그만 모종을 들고 와 정원 한켠을 일구었다. 삽으로 흙을 파고 퇴비를 섞으며, 이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게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빌었다. 연약해 보이는 초록 잎사귀들을 흙에 심으며, 내 마음도 함께 심는 것 같았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시든 잎은 정리해주는 일이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때로는 카네이션에게 말을 건넨다. "오늘은 햇살이 참 좋지? 쑥쑥 자라렴." 누군가 들으면 웃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작은 대화가 좋다. 식물도 마음을 안다고 하지 않던가.
특히 좋아하는 시간은 이른 아침이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정원에 나와 카네이션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 아직 세상이 깨어나기 전, 고요한 새벽공기 속에서 나와 카네이션만이 서로를 바라본다. 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 줄기, 새로 돋아난 잎사귀, 꽃봉오리의 작은 변화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비가 오는 날이면 걱정이 된다. 혹시 강한 비에 줄기가 꺾이지는 않을까, 뿌리가 썩지는 않을까. 그래서 비가 그치면 제일 먼저 정원으로 달려가 카네이션을 살핀다. 괜찮아, 다 잘 있구나 확인하고 나면 그제야 마음이 놓인다. 이런 내 모습이 마치 자녀를 키우는 엄마 같다고 느낄 때면 스스로가 우습기도 하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행복한 축제가 시작된다. 하나둘 꽃잎을 펼치는 모습이 마치 발레리나의 우아한 몸짓 같다. 분홍빛, 연보라빛, 진분홍빛... 같은 카네이션인데도 꽃마다 조금씩 다른 색깔을 띠는 게 신기하다. 첫 꽃이 피었을 때는 너무 기뻐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자랑하기도 했다.
향기도 참 좋다. 진한 향수 같은 게 아닌, 은은하고 포근한 향. 마치 엄마의 품같은 향기가 나는 것 같아 더욱 사랑스럽다. 때로는 꽃 앞에 앉아 그저 향기만 맡고 있을 때도 있다. 그러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잡념이 사라진다.
시간이 지나 꽃이 시들기 시작하면 아쉽고 서운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별이 아닌, 다음 만남을 위한 잠깐의 휴식이라는 것을. 시든 꽃은 정성스레 잘라내고, 새로운 꽃봉오리가 맺히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다시 설렘이 시작된다.
카네이션을 키우며 나도 함께 자라는 것 같다. 조급하지 않게 기다리는 법을, 작은 변화에 기뻐하는 법을, 시련도 성장의 과정이라 받아들이는 법을. 내 마음의 정원에도 어느새 예쁜 꽃이 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