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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고 거칠고, 낙타보다 더 무서운 것"

by Camel Feb 17. 2025

"뜨겁고 거칠고, 낙타보다 더 무서운 것"


마라케시에서 출발한 지 아홉 시간째. 창밖 풍경은 점점 거칠어졌다. 초록이 사라지고 붉은 바위산이 나타났고, 그마저도 사라지자 황량한 사막이 끝없이 펼쳐졌다. 나는 그제야 실감했다. 사하라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사막 입구에서 기다리던 낙타 무리는 생각보다 컸다. 나는 가장 얌전해 보이는 낙타를 골랐다.

"이름이 뭐야?"

"얘? 얘 이름은 샤이탄." 가이드가 씩 웃었다. "악마라는 뜻이야."

잠깐만, 뭐라고?

그러나 항의할 틈도 없이 낙타가 천천히 무릎을 펴더니 나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예상보다 높았다. 중심을 잡느라 허벅지가 후들거렸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사막의 바람.

모래가 칼날처럼 피부를 할퀴었다. 태양은 잔인했고, 공기는 건조했다. 몇 걸음만 가도 입술이 바싹바싹 말랐다. ‘아, 이래서 사막을 건너는 게 위험한 거구나.’ 낙타보다 더 무서운 건 이 환경 자체였다.

한참을 걷다가 거대한 모래언덕 앞에 멈춰 섰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사하라의 모래는 태양을 받아 불타오르듯 붉게 빛났다. 너무 아름다웠다. 그런데 그 순간, 내 낙타가 갑자기 뒤돌아 나를 빤히 쳐다봤다.

"왜?"

샤이탄은 대답 대신 코를 훌쩍였다.

"…설마, 나한테 정 붙인 거야?"

악마 같은 낙타와, 미친 듯이 아름다운 사막 한가운데서.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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