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모로코에서 길을 잃었다"
마지막 직장을 그만둔 후, 나는 혼자가 되기로 했다. 낯선 땅에서 나 자신을 다시 찾고 싶었다. 그렇게 비행기를 타고 모로코 마라케시로 떠났다.
마라케시는 혼돈 그 자체였다. 제마 엘프나 광장에 들어서는 순간, 길거리 음악, 향신료 냄새,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오토바이가 정신을 빼앗았다. 낯선 언어와 소음 속에서 나는 설렜고, 조금은 겁이 났다.
하루는 메디나(구시가지)에서 골목길을 따라 걷다가 길을 잃었다. 지도도 소용없었다. "샬라(천천히)!" 노인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는 손짓으로 길을 가리켰고, 나는 그를 따라갔다. 골목을 돌 때마다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그렇게 우연히 도착한 곳은 한적한 루프탑 카페였다. 민트티를 마시며 해가 지는 마라케시를 바라봤다. 붉은 도시가 황금빛으로 물들며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길을 잃었지만, 덕분에 더 특별한 순간을 만났다. 어쩌면 삶도 여행도, 길을 잃을 용기가 필요한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