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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는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부담해야 하는가?(1)

법인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할 수 없다

by 심재우 변호사 Mar 05. 2025



최근 우리 사회에서 화제가 되는 법적 이슈들이 정말 많습니다.

윤석렬 대통령 탄핵 심판과 이재명 대표의 형사 재판을 중심으로, 한덕수 총리 탄핵 관련 권한쟁의 심판, 마은혁 헌법재판관 미임명과 관련한 권한쟁의 심판, 감사원의 선거관리위원회 감사와 관련한 권한쟁의 심판 등 정말 많은 법적 쟁점들이 헌법재판소와 법원을 중심으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이러한 민감한 주제들에서 살짝 벗어난, 그리고 위 이슈들에 의해 최근에는 잘 회자되지 않고 있는, 하지만 중요한 주제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바로 상법 개정안에 관한 것인데요.


우선은 이 상법 개정안이 과연 어떠한 내용이길래 문제 되는 것인지 먼저 살펴보고, 그다음 찬성하는 쪽의 논리와 반대하는 쪽의 논리를 소개하는 순서로 가보려고 합니다.




상법 개정안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는 상법의 규정을, '이사는 회사와 주주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로 개정하는 것입니다.

즉, 이사로 하여금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도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입니다.


보다 명확히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다양한 개정안이 있고, 또 그 개정안마다 문구와 해석도 조금씩 달라지지만, 모두 소개하면 재미없으니 하나만 소개해 드립니다).



(현행)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개정안)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간단한 개정입니다.

단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라는 문구 하나를 추가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간단한 개정이 뭐가 문제라고 정계, 재계, 언론들이 난리일까요?




우선 순서대로, 이사의 충실의무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하겠습니다.

이사의 충실의무란, 말 그대로 이사가 회사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뭔 당연한 말을 하나 싶으실 겁니다.

이사든 직원이든 자기 업무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아니냐, 이렇게 반문하고 싶으신 분도 있으실 것이고요.

맞는 말씀입니다.

다만, 이사는 이사만의 특수성이 있습니다.

이사는 회사와 '위임 관계'에 있고, 회사를 대표하는 대표자라는 점입니다.


회사는 법인격이 있는 독립한 법적 주체입니다.

회사의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권리 및 의무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이 3/20까지 어떤 회사에 식재료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한다면, 여러분은 그 약속을 꼭 지켜야 합니다. 

반대로 그 회사가 여러분에게 식재료 공급 대금을 주지 않는다면, 여러분이 그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이와 같이, 회사는 엄연히 존재하는 실체입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굉장히 관념적인 존재이기도 합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회사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생각과 결정과 행동을 대신할 존재가 필요합니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이사'입니다.




한 가지 간단한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회사의 대표이사 A가 있습니다. 
A는 자기 명의로 된 땅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이 땅을 회사의 공장 부지로 활용하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A 자신과 회사 사이에 토지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토지를 양도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때, 어떤 생각이 A의 머릿속에 스칩니다. 

'매매 가격을 시세보다 비싸게 하고 싶다'

어차피 회사의 최고 의사 결정은 대표이사인 자신이 합니다. 
토지 매매 계약에 날인하는 것도 대표이사인 자신입니다. 
그러니 마음만 먹으면, 땅의 가격을 시세보다 비싸게 해서 개인 계좌를 두둑이 해도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떠신가요?

만약 회사가 스스로 생각과 결정과 행동을 할 수 있었다면, A의 생각에 동의했을까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위 사례는 회사와 이사 사이에 이익이 상반되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이사가 이득을 볼 수록 회사가 손해를 보는 동시에, 이사로 하여금 회사를 배신할 유인을 가지게 하는 상황이지요.


이러한 딜레마를 경제학에서는 '본인-대리인 문제'라고도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수많은 대리인들이 있습니다.

회사와 이사와 같이 관념적인 존재를 대신하기 위해 존재하는 대리인도 있고, 미성년자와 같이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정대리인(부모)도 있으며, 의뢰인과 변호사와 같이 특정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전문가인 대리인을 고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경우에나 대리인은 본인을 위해 행위를 해야 합니다.

법적으로도 그렇고, 또 도덕적으로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리인과 본인이 동일한 주체는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서로의 이익이 모순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위에서 든 사례처럼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이 바로 상법 제382조의3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사의 충실의무'인 것입니다. 

즉, 이사의 충실의무는 결국 '회사를 배신하지 않을 의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이사는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부담해야 하는가?(2)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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