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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의 치료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2)

by 돌장미 Apr 08. 2025

우울증은 유전적 측면과 어린 시절 경험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 둘 다 모두 해당되는 것 같다. 비록 어릴 적 부모님 사랑의 보살핌 아래 자라왔지만, 결과적으로 11살에서 12살 사이 이미 나는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있었다. 청소년 사춘기 호르몬 폭발의 농간일 수도 있겠다만 학교에서 웃으면서 지내는 와중에도 늘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보냈다.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니 우울증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들이 들으면 비웃겠지만 "존재가 고통"이라는 중2병스러운 문장은 오랜 기간 10대 20대를 넘어 오랜 기간 나를 지배했다.


정신이 힘든 상황에서 외부의 객관적인 시선으로 나의 내면을 분석하는 것은 상황 극복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미래의 비슷한 어려움에도 대처할 수 있는 통찰력을 준다는 점에서도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신과를 방문한 결과 거부감과 경계심을 남겼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방문하였으나, 두 병원 모두 방문에 실패했 몇 년 세 번째 병원에서야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인생 진로에 대한 의사의 조언 (대학원을 그만두라는 ) 또는 부모님과의 관계 분석을 통한 심리 상담 모두 나와 잘 맞지 않았다. 처음 보는 의사에게 나의 내밀한 삶을 급작스럽게 열어 보이는 것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병원의 의사 선생님은 나의 정신 감정이 처한 상황에 대해 담담하게 짚어주었고 나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약물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나를 세 번째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게 한 요인은 외부적인  것이 컸다. 첫 회사에 입사한 지 5개월 만에 신입사원 파견을 1년간 떠나게 되었는데 적응에 실패한 것이다. 정신적으로 극도로 고통스럽고 수많은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 허우적거렸지만, 발현된 우울증의 증상으로 단순화시키자면 매우 표준적이고 간결하게 정리할 수 있다.


     - 슬프고 공허함, 희망 없음

    - 불안함, 공황감

    - 체중 및 식욕의 감소

    - 피로 및 기력 상실

    - 쓸모없는 존재라는 느낌, 과한 죄의식

    -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생각이 반복됨


약물 치료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약물의 종류와 용량을 조절했다. "레보트틸정"과 "헬스피온 서방전"을 처방받았는데 각각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 재흡수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 세로토닌: 기분, 수면, 유연성에 관여한다. 또한 우리가 마음을 열고 변화에 적응하도록 돕는다. 세로토닌은 주변사람들에게 존중받는다고 느낄 때 증가하고 감정이 상할 때 감소한다.

    - 노르에피네프린: 주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을 조절하며, 각성, 주의력, 집중력, 기억력, 심박수와 같은 신체적 반응에도 관여한다.

    - 도파민: 동기부여, 보상, 기쁨과 같은 즐거운 감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한 운동 제어, 학습, 주의력 및 의사결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파민이 보상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독이나 충동적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약물을 복용하면서 완전히 치료된 건 아니지만 강박적으로 반복하게 되는 부정적인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비록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고통스럽지는 않은, 참을만한 수준의 불만스러운 일상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되었고 답답한 상황에서도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다. 회사 파견 생활 부적응으로 인한 우울증이라는 사실이 비교적 명백했기 때문에, 나의 우울증은 약물 치료로도 어느 정도 호전을 보였지만 원래 소속으로 복귀하고 난 후 몇 달간 완전히 회복되었다. 더 이상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었을 때 병원 치료를 가벼운 마음으로 그만두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나는 다시 병원을 다니고 있으며 마지막은 없다는 생각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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