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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신 절제 수술 2년 후

알도스테론 (8)

by 돌장미 Apr 01. 2025

어느덧 시간이 흘러 부신 절제 수술을 한 지 2년이 흘렀다. 지금 나는 알도스테론증 수술 완치 후 후유증으로 인한 신장 기능 저하 문제가 다소 있긴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매우 건강하다. 가장 좋은 큰 변화는 더 이상 처진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전엔 살다 보면 침대까지 걸어갈 힘이 없어서 피곤할 때 침대가 아닌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누워있곤 했는데 지금은 거의 그럴 일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이상 두통에 자주 시달리는 일이 없다.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자주  머리가 깨질 것 같은 편두통을 달고 살았다. 잘 대처를 못하던 고등학교 시절엔 참다가 고통을 못 이겨 새벽에 응급실에 간 적도 몇 번 있었다. 그 이후론 진통제를 자주 먹으며 두통을 달래곤 했었다. 그런데 부신을 제거하고 나니 거짓말같이 두통이 사라졌다. 이제는 특별한 날이 아니면 머리가 아프지 않다. 떨어진 혈압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한결 건강해진 기분이다.


완치 후 2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병원을 다니며 검사를 받고 내가 가진 알도스테론증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던 그날들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이 과정을 통해 새롭게 그리고 새삼스럽게 깨달은 사실은 사람마다 정상, normal의 상태가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이가 젊은 편이었기 때문에 나는 내가 건강한 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의 부신 종양을 떼어버리고 나니 힘이 넘친다는 느낌을 비로소 제대로 알 수 있었다. 호르몬이라는 것이 몸에서는 서서히 나를 변화시키기 때문에 예민하게 스스로를 관찰하지 않으면 나의 상태를 알아차리기가 힘들다. 오랜 시간 동안 쇠약함을 건강함으로 알고 지냈었지만 지금 다시 그때의 몸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을 것이다.


사람마다 normal 에너지 상태가 다르다는 것은 현재의 내가 놓치고 도달하지 못한 에너지 레벨 또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말로는 기가 약하다, 강하다로 표현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결국의 사람이 가진 에너지는 호르몬과 근육량에 의해 크게 좌지우지되는 게 아닐까? 너무 유물론적인 관점일 수도 있겠지만 인내심과 정신력은 사람을 인간답게 버틸 수 있게 하는 보완적인 요소가 아닌지 생각이 든다. 풍요로운 삶을 영유하기 위해 제대로 된 호르몬 밸런스와 근육량 그리고 체력을 갖추어야겠다는 다짐을 새삼스럽게 하게 된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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