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1)
우울증은 굉장히 복잡한 질병이다. 다른 질환의 경우 혈액 검사, 영상 검사 등 기계로 검측한 수치에 기반하여 진단을 내리지만, 우울증의 경우 인간의 주관적인 증상에 대한 판단이 많이 개입하는 병이기 때문에 진단 과정과 치료의 효과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정신건강문제라 호르몬 수치만으로는 진단하기 어렵다. 호르몬 불균형은 우울증을 일으키는 유일한 요인이 아니며 약물 치료만이 우울증 치료의 완전한 답안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경전달물질 조절 기반의 우울증 약물 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점을 고려하여 우울증에 대해 호르몬 관점에서 개인적인 경험을 써보려고 한다. 비록 나는 정신의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아온 환자의 입장에서 그간의 우울증에 대한 감상을 남기고 싶다.
우울증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호르몬은 세로토닌 (Serotonin), 노르에피네프린 (Norephinephrine), 도파민 (Dopamine), 옥시토신 (Oxytocin)등 수많은 물질들이 있다. 약물 치료는 위에 언급된 호르몬의 생성 및 기능 조절에 관여하여 신체 내 호르몬 균형을 찾는 치료 방법이다. 하지만 우울증의 약물 치료는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신경전달물질 간 상호작용이 크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콕 집어서 약물을 투여하여 우울증을 낫게 하기는 어렵다. 약물 치료가 효과적인 경우에도 모든 우울증 환자가 다 같은 약을 처방받지 않는다. 심지어 같은 환자의 경우에도 때에 따라서 서로 다른 호르몬을 타깃으로 하여 우울증을 치료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 개인에게 알맞은 약 조합을 찾아낸 경우 환자의 삶을 극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기도 하다.
나는 어릴 적부터 우울증을 앓아왔던 것 같다. 치료를 시작한 시점은 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매 순간 우울증에 시달린 것은 아니지만 익숙한 우울증의 감정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속되었다. 우울증이 심화되는 시기들이 있었고 그때마다 발현되는 감정들도 약간씩 달랐다; 강렬한 감정부터 무감각한 느낌까지. 인생의 시기마다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던 우울증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 증상을 뽑으라면 고통스러움과 다시는 행복해질 수 없을 것만 같은 단정적인 느낌, 그리고 죽음을 향한 집착 등이 있을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우울증은 다른 많은 방법을 통해 개선이 가능하다. 가까운 사람으로부터의 따뜻한 관심, 생활 습관 개선, 환경 변화 등이 중요한 해결책에 포함된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그 어떤 처절한 노력보다 나와 궁합이 맞는 약 두 알이 현재의 나를 나답게 살 수 있게 삶의 궤도에 올려주었다. 우울증은 매우 흔한 질병이지만 우울증을 단 한 번도 앓아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해받기 어려운 곤혹스럽고 외로운 병이기도 하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 환자들을 잘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