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피늄 (delphinium)은 한국 꽃 이름으로는 제비고깔인 어여쁜 꽃이에요. 돌고래를 닮아서 영어 이름으로는 델피늄, 날렵한 제비와 꽃잎 가장자리 뾰족한 부분이 고깔 같아서 제비고깔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델피늄이 외국 꽃인 줄로만 알았는데 한국에서도 자생하는 꽃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어요. 도심 속에서 피어있는 모습을 잘 보진 못했지만 산에서 들에서 푸른색의 제비고깔을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면 정말 반가울 것 같습니다. 하늘색, 보라색, 파란색, 하얀색 등 다양한 색의 하늘하늘한 델피늄이 있고 실제로 지구상에 수백 종이 넘는 델피늄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가장 마음에 남는 건 역시 자그만 파란색의 귀여운 델피늄인 것 같아요. 파란색이지만 뒤편이 보일 정도로 투명한 꽃잎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상쾌해지는 기분이에요.
우리 집의 작은 아기 100일을 맞아 델피늄 꽃다발을 준비했어요. 미니 델피늄의 꽃말은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줄게요."라고 합니다. 저에게 찾아온 작은 아기는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행복을 주었으니 델피늄과 우리 아가가 참으로 어울리는 한 쌍이에요. 수북한 델피늄 꽃다발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어 감상을 하려고 했는데, 아차! 델피늄은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이 먹으면 독성이 있는 꽃이었어요. 꽃을 샅샅이 파악하려 드는 고양이 파브르를 막기 위해 얼른 사진만 찍고 아쉽지만 고양이들이 접근할 수 없는 외진 곳에 화병을 두고 감상하였습니다. 좋아하는 꽃이 참 많은데 많은 꽃들이 고양이에게 독성이 있답니다. 고양이들도 우리처럼 눈으로만 감상했으면 좋겠는데 재간둥이 고양이 파브르는 꼭 한 번은 맛을 보고 곱씹어봐야 호기심이 해소되나 봅니다. 호시탐탐 델피늄을 바라보는 파브르를 수채화로 그려보았습니다.
고양이 파브르의 이름이 곤충학자 파브르에서 온 게 아니냐고요? 맞아요. 사실 곤충학자로 유명한 장 앙리 파브르는 식물학에도 조예가 깊었습니다. 파브르의 식물기를 읽는 도중 귀여운 삼색 아기 고양이를 만나게 되었고 활발하고 장난기 넘치는 모습을 보고 파브르라고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92세까지 장수하신 식물학자 파브르님께는 죄송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이 고양이를 똥깡아지 파브르라고 부르고 있어요. 강아지처럼 애교도 넘치고 사랑이 많지만 고집도 세고 가끔은 제 코도 깨무는 코깨냥이기 때문이죠. 그래도 매일 저와 저의 남편에게 웃음을 주는 사랑스러운 고양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