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제도, 변화하는 전문성
학교폭력 업무를 하다 보면 예민한 부분이 많다 보니, "혹시 내가 실수하면 어떡하지?", "괜히 피해 입는 건 아닐까?" 같은 불안이 교사들 사이에 늘 있었다. 그 불안을 덜어주고자 교육청에서는 주기적으로 학교폭력 업무 담당 교사 또는 생활부장을 모아 연수를 열었다. 주로 "이럴 땐 이렇게 해라"라는 매뉴얼이나 사례 공유가 중심이었다.
가끔 연수에서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기도 한다. 연수가 끝난 후에도 연락을 이어가며 서로 사례를 나누고, 조언을 구하고, 때로는 작은 위로도 주고받는다. 몇 년 전, 그런 자리에서 20년 차 베테랑 생활부장 선생님과 밥을 먹으며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분은 과거엔 "학교폭력"이라는 단어 자체를 거의 쓰지 않았다고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 역시 초등학생이었던 20여 년 전에는 학교에서 그런 말을 들어본 기억이 거의 없었다.
그 선생님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학교폭력'이라는 용어와 업무가 체계화된 건 2014년 대구의 한 중학생이 학교폭력을 당해 자살한 사건 이후라고 한다. 전국적인 이슈였고, 많은 이들이 큰 슬픔에 빠졌던 사건이다. 그 일을 전후로 학교폭력 신고와 대응 체계가 제도화되기 시작했다. 당시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폭대위)'라는 조직이 있어, 학교 내에서 사안을 심의하고 조치 사항도 자체적으로 결정해 통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도는 크게 바뀌었다. 2020년대 즈음, 교육청에서 직접 심의하고 조치 사항을 통보하는 체계로 변경된 것이다. 학교 현장의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해 학생에게 1~9호 사이의 조치가 내려지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에 대해 학부모들이 항의하거나 반발하는 일이 잦았다. 학교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이후 2024년에는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제도'가 도입되었다. 사안이 중대하거나 교육청 판단에 따라 조사가 필요한 경우, 전담 조사관이 학교에 직접 방문해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 조사를 진행한다. 담당 교사는 일정을 조율하고 자리를 마련하며, 보고서를 정리해 교육청에 제출한다.
그 선생님은 웃으며 말했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지금이야 제도가 많이 정비돼서 살 만하죠."
나는 그 얘기를 듣고 생각했다. 학교폭력 대응 체계는 제도적으로 분명 발전해 왔다. 그렇다면 학교폭력 업무 담당 교사의 '전문성'도 그에 맞게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예전에는 조치사항을 정확히 결정하고 통지하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면, 지금의 전문성은 사안의 경중을 판단하고, 적절한 지원을 연결하며, 사전ㆍ사후 조치를 체계적으로 조율하는 역량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금 학교 현장에는 다양한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 있다. 너무 많아서 교사조차 전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물며 학부모는 오죽할까. 그래서 수많은 지원책 중에서 사안과 학생에게 가장 적절한 방안을 찾아 연결해 주는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졌다. 최근에는 '맞춤형 통합지원위원회'라는 형태로 외부 위원을 학교에 초청해 학생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조율하는 시스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런 위원회를 적절히 운영하는 것 역시 담당 교사의 핵심 업무 중 하나가 되었다.
또한, 나는 '사전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실제로 학교폭력이 일어난 사례들을 살펴보면, 보통 그전에 작은 조짐이나 신호가 있었던 경우가 많다. 담당 교사는 학교 안팎의 정보와 감각을 바탕으로 조기 개입의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사안이 발생한 뒤 조치하는 것보다, 사안이 발생하기 전에 막는 것이 학생을 보호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학교폭력업무 담당 교사 한 사람이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수백 명에서 천 명에 가까운 학생들을 일일이 살필 수도 없고, 몸이 하나인 이상 모든 반을 다 돌볼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업무가 앞으로 더 지속 가능해지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업무 분장의 변화와 실질적 지원 체계 마련, 둘째는 담임선생님들은 물론이고, 보건, 상담, 교감, 교장 등 다양한 학교 구성원과의 긴밀한 협업 체계 구축이다.
결국 현 시점에서 학교폭력 업무 담당 교사의 전문성이란, 제도의 이해와 행정력은 물론이고, 관계를 통해 조기 개입을 실현하고, 학생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지원을 찾아내는 감각과 태도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 학생이든 가해 학생이든 모두 학교가 보호해야 할 아이들이라는 원칙을 끝까지 잊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