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사안, 그 두 번째 이야기(1)

휴대폰이 울릴 때 마다 나는 흠칫 했다

by 하고잽이교사

학교폭력은 종종 교실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운동장일 수도 있고, 복도일 수도 있고, 방과 후일 수도 있다.

O학생의 사건도 그랬다.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방과 후 체육활동 시간,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있었다.

O학생이 다른 남학생에게 크게 맞았다고 한다.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학생은 다섯 명. 그중 누구도 O학생의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누구도 O학생을 ‘때렸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며칠 뒤 CCTV를 확인했다. O학생 주변의 5명의 학생 중 H학생이 먼저 손을 뻗었고, O학생이 밀치며 대응했다.

그들은 서로 몸싸움을 벌였고, 누가 일방적이었다고 하기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O학생은 단호했다. 사과를 받고 싶다고 했다.

정확히는, H학생과 부모님이 함께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교장, 교감, 담임, 생활부장이 모두 보는 앞에서.


그 순간 나는 무언가 균열이 생겼다는 걸 직감했다.

학생의 잘못은 학생이 사과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교육해 왔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사과 자리에 앉는 것이

항상 교육적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H학생의 부모님도 말했다.


“우리 아이가 먼저 때린 건 맞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그 사과 방식은... 조금 어렵겠습니다.”


그 대답은 다시 O학생과 그의 아버님의 감정을 자극했다.
“결국 사과도 안 하겠다는 거냐”라고,
“이건 학교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일 아니냐”라고.

그리고 그날 저녁, 교육청 민원 접수 의사를 밝혔다.

그는 어느 날은 “화해시키고 싶다”라고 했고,
또 다른 날은 “전부 다 신고하겠다”라고 말했다.


3개월 동안 O학생 아버님은 나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연락을 시도했다.

전화, 문자, 학교 방문. 학생들과는 하루 두 시간 수업이 전부였지만,
그분 과는 하루 열두 시간 내내 대면 중이었다.

학급의 학생들을 보느라 전화나 문자를 받지 않으면 학교로 찾아왔다. O학생 아버님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계속되는 연락에 마음이 점점 불안해지고 겁이 났다.

특히 학교에서 사안 처리를 잘못한 거 아니냐고 물어볼 때는 '내가 실수했으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에 손이 떨렸다.'

KakaoTalk_20250518_154815872.jpg 당시 주고받던 문자
KakaoTalk_20250518_154901852.jpg 당시 주고받던 문자

O학생 아버님이 더 힘들었던 이유는, 그의 입장이 매일 바뀌었다는 것이다.

보통 학부모들은 입장을 한 번 정하면 그대로 간다.
"우리 아이가 억울합니다." 혹은 "정말 죄송합니다."
그중 하나다. 둘 다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O학생의 아버님은 달랐다.

하루는 ‘정말 많이 생각해 봤다며 자체해결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고,
그다음 날은 ‘아이와 대화해 봤는데 아무래도 신고해야겠다’고 말했다.
사과의 방식도, 신고 범위도 매번 달랐다.
“같이 있었던 아이 다섯 명 전부”였다가,
“그중 두 명만 책임 묻겠다”고도했다가,
“역시 전부 다시 조사해 달라”라고 말을 바꿨다.

조사 범위가 명확하지 않으면 학교는 갈 수밖에 없다.
“누구를, 어디까지, 왜”라는 경계가 흐려지면
우리는 자꾸만 되묻게 된다.
이건 어디까지 감정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그리고 결국,
학교는 처음부터 이 사안의 중심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의 말에 흔들리는 가장자리에서 그를 따라 걷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휴대폰이 울릴 때마다 심장이 뛸 준비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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