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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푸켓에서 현지인의 안내로 치약을 샀다

푸켓에서 설 세기 10

by 정윤희 Feb 14. 2025


푸켓에서 여행하는 동안 현지인에 대한 호감과 궁금증이 높아졌다. 늘 예쁜 미소를 띠고 공손하게 인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5박 6일의 짧은 일정 안에서 현지인과의 만남이라고는 서빙이나 운전을 하는 피상적인 만남이 전부였고, 여러 식구를 인솔하며 바삐 다니는 동안 다른 외부 사람에게 이야기를 건넬 의욕이 잘 나지 않았었다. 그래도 라차 섬 가는 길 기사님은 자신들의 사는 형편을 유창한 한국어로 익살스럽게 이야기를 해주셔서 우리 가족은 차 안에서 여러 번 빵빵 터졌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출국 전날이 되자 태국 사람들과 좀 더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던 것에 대해 후회가 조금 들었다. 그래서 다음날 기회가 된다면 현지인과 잠깐이라도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다음날 오후 블루엘리펀트에서 식사를 마치고 우리 가족은 센트럴푸켓에 갔다. 레이트 체크아웃이 무산된 데다가 식사가 너무 빨리 끝나버려서 공항 픽업 차량을 타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있었다. 지도로 검색해 보니 블루엘리펀트에서 센트럴푸켓까지 택시로 십 분 거리였다. 센트럴푸켓은 시밀란 섬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발견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막연하게 정실론이 푸켓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은 규모가 엄청 컸다.


주변에 글로벌 기업들의 사옥과  고층 아파트도 많이 보였다. 그래서 이곳이 푸켓의 도심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사실 쇼핑몰을 굳이 가야 하나 하는 마음이 있기도 했지만 딱히 다른 대안이 없어 그곳으로 갔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팔찌나 액세서리 구경을 더 해보고 싶었고 시어머니는 기회가 된다면 치약을 구입하고 싶어 하셨다.


사실 이런 소소한 아이템만 사기에는 이곳은 엄청난 규모의 쇼핑몰이고 럭셔리 숍도 많이 입점되어 있었다. 원래는 이곳에서 디저트도 먹을 계획이었는데 아무리 걸어도 배가 꺼지지 않아 그냥 먹지 않았다. 그렇지만 적정한 가격의 식당들과 디저트 숍들은 정말 많았다. 우선 아이들이 앞장서서 원하는 숍을 들르고 어른들은 아이들을 졸졸 쫓아다녔다.



나중에 블로거들의 글들을 읽어보니 우리가 있었던 곳은 센트럴 푸켓에서도 플로레스타로 불리는 구역이었다. 이곳에는 맥도널드, Tops, 각종 베이커리와 디저트, 식당, 문구류, 캐주얼 의상 등 주로 먹거리와 잡화들을 접할 수 있었다. 조카가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싶다고 하여 문구점을 들렀다. 다이소나 오피스디포에서 봤던 아이템들이 즐비했는데 아이들의 눈에는 또 새로웠던 것 같다. 한참을 구경했으나 조카는 이곳에서 마음에 드는 선물을 고르지는 못했다.


팔찌를 파는 팝업 스토어에도 들렀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각자 원하는 팔찌를 골라 차고 직접 계산도 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직접 사보라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용돈을 챙겨주셨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중 일부를 공항에서 직접 환전도 했었다.


다음으로 치약을 보러 왓슨스 매장에 갔다. 직원의 안내로 가장 안쪽 치약 코너로 갔더니 다양한 종류의 치약이 즐비했다. 그중 나는 콜게이트라는 브랜드와 어느 고급 치약 패키지에 박힌 블랙핑크 리사의 얼굴만을 알아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콜게이트 치약을 사야 할 것 같은데 그중에서도 향이 너무 다양해서 뭘 골라야 할지 난감했다. 시어머니는 가격을 듣더니 가격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비싸다고 하셨다. 그래도 이곳에서는 1+1 패키지라 우리나라 코스트코에서 사는 것보다 반값 정도 하는 거라고 설명드렸다.


한 예쁘장한 여자분이 옆에서 무언가를 고르고 있었다. 콜게이트의 여러 향 중에 가장 시원한 타입이 뭔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분은 잠시만 기다리라 하고 친구를 데려왔다. 영어가 유창한 친구라 데려온 듯했다.


"쿠쥬 플리즈 리드 디스 인 잉글리시?"

콜게이트 치약 패키지에 적힌 꼬불꼬불한 태국어를 가리키며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콜게이트의 각 향을 몇 가지 알려주셨다. 뿐만 아니라 그곳에 진열된 여러 가지 치약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셨다. 가장 아래쪽에 있는 치약은 태국 브랜드 치약이었다. 그 여자분이 말씀하시기를 허브향이 가미된 치약이고 자신의 할머니가 무척 좋아하는 치약이라고 했다. 시어머니를 가리키며 원하시면 써보시라고 했다. 지금 보니 그곳에서는 온라인에서 사는 가격의 반값이었다.





사진출처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사진출처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두 유 라잌 디스 원?"

하고 물어보니, 자신은 허브 치약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고는 콜게이트를 좋아한다면, 달리 치약을 써보라고 한다. 자신을 이걸 쓰는데 정말 좋다며,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신다. 여러 향 중에 한 가지를 콕 짚어 가리켰다.






사진출처 11번가사진출처 11번가


지금 보니 홍콩 브랜드이고, 역시나 태국에서는 온라인에서보다 반값에 살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여자분의 말을 믿고 이 상품으로 선택했다. 시어머니는 여러 개 사서 친지분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줄 생각이셨다가 한국의 치약과 비교해 가격이 싸지 않다는 걸 아시고는 우리 쓸 것만 사자고 하셨다. 그래서 1+1 묶음 세 개를 들었다.


계산대에 줄을 서니 그 여자분도 옆에서 줄을 서고 계셨다. 그러면서 태국엔 얼마나 머무시냐며 다른 들를 곳들을 추천해 주었다. 6일간의 여행이고 안타깝게도 오늘 출국한다고 말했다.


아 그러냐며, 여행 즐거웠냐고, 어딜 다녀왔냐고 물어본다. 정말 좋았다고, 기회가 되면 또 오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섬 투어를 많이 다녔다고 했다. 그랬더니 약간 찌푸리며 덥지 않았냐고 물어본다. 아무래도 이분은 바닷가에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가 보다. 그러고 보니 다른 태국인들에 비해 얼굴도 하얗고 메이크업도 우리나라 그 또래 여성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덥긴 했지만 정말 좋은 시간이었고, 난 더위에 강하다고 말했다. 팔로 뽀빠이 제스처를 해 보이며. 다행히 빵 터져 주었다.


나중에 재인이가 귀띔해 주기를 그분이 치약 고르는 동안 매대 앞에서 나에게 

"웨얼 알 유 프롬?"

하고 물어봤었다고 한다. 내가 못 듣고 치약 고르는데 집중해서 아빠가 대신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했었다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었는데도 불구하고 한 번 더 걸어준 그분에게 감사하다. 전날 밤 현지인과 잠깐이라도 대화를 하고 싶다고 기도를 해놓고는, 정작 나는 잊어버리고 다른 데 정신이 팔려 있었던 거다. 


그때 나도 그분에 대해 질문을 좀 해볼 걸 그랬다. 무슨 일을 하냐고 묻고 싶었지만 초면에 실례일 것 같아 그러지 못했다. 대신 여기 자주 오느냐, 어디에 사느냐 정도는 물어봐도 됐을 텐데...


친절한 현지인 덕분에 만족스러운 쇼핑을 마치고 다시 택시를 잡고 숙소로 향했다. 출발할 때 기사님께 100바트를 챙겨 드리며 천천히 가달라고 부탁드렸고, 가는 길에 기념품 가게에 들러 줄 수 있냐고 여쭤봤다. 기분 좋게 수락해 주셨고 우리가 쇼핑을 마칠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려 주셨다.


아이들은 기념품 가게 들러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마지막으로 골랐다. 조카가 스무 개 재인이가 두 개를 더 골라 판매대에 놓으니 두 개 100바트 짜리를 세 개 100바트로 쳐준다 했다. 그리고 하나는 서비스로 주겠다 했다. 만족스러운 쇼핑이었다.


이곳 판매원은 굉장히 나이가 어려 보였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는데 그때도 이번에도 서너 살짜리 아이를 돌보며 그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동생인지 자신의 아이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린 나이에 열심히 살고 있어 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팔찌에는 'Made in China' 딱지가 달려 있었다. 남편이 웃으며 친구들한테 선물할 때는 딱지를 떼라고 아이들에게 말한다. 어쨌거나 아이들은 고대하던 팔찌 쇼핑에 행복해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사진 출처 : https://blog.naver.com/seonga0907/221762403960)



우리는 마지막으로 킴스 마사지에 들렀고 시어머니의 원대로 나도 처음으로 이곳에서 마사지를 받았다. 킴스 마사지가 여기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면 다른 가족들에게 이만큼 만족스러운 여행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발 마사지와 얼굴 썬번케어를 신청했다. 어른들은 발 마사지와 등, 어깨 마사지를 신청했다. 발 마사지는 리클라이너 의자 위에서 받고 등, 어깨 마사지는 2층의 방에서 탈의 후 받았다. 팔을 뒤로 들어 올리며 등을 누르거나 우리를 마사지사들의 허벅지에 앉혀놓고 마사지를 하는 등 액티브한 동작에 한동안 정신이 가출했었다. 등과 어깨 마사지는 매일 이곳을 왔던 다른 가족들도 처음 받았었는데, 시누와 남편은 조금 아프다고 했고 시어머니는 매우 흡족해하셨다.


공항을 향하는 차 안에서 마사지의 여파로 몸이 확 풀려 졸음이 쏟아졌지만 태국의 마지막 밤 풍경을 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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