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지 개인전 _ Samata, 감각의 진자
빛이 얇은 천을 타고 흘러내린다.
차르르...
투명한 얇은 천과
얇은 천을 그리는 데 소진된 소량의 물감은
빛을 담기 위한 최소한의 물성이다.
최소한의 물성에
최소한의 빛을 담아 관찰하고자 하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자 하는
인간의 집념에서 비롯되었다.
얇은 천들을 따라 빛과 그림자들이 어른거리면
우리들의 마음은
마치 미지의 존재를 만난 것 마냥
기대감에 일렁이곤 한다.
혹 빛을 머금은 천들이 바람을 타고 휘날리기라도 하면
그 미지의 존재가
흥이 나서 우리의 주변을 휘감고 있는 것만 같다.
하치만 빛은 빛이고,
천은 천이며,
물감은 물감일 뿐.
빛이 천을 타고 흐르다 뚝 끊기듯
감각의 유희도 곧 끝나버리고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고
또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허무감을 안고
냉혹한 물성의 세계를 다시 마주한다.
감각의 유희를 극한으로 즐겼던 후폭풍은
극한 피로감이다.
그 순간 당신은 무얼 추구해야 할지
또 무엇을 버려야 할지 결정할 수 있겠는가.
미지의 존재가 있다 한들
눈앞의 얇은 천,
혹은 소량의 물감보다 더 중요하다 감히 말할 수 없고
하물며 그걸 바라보는 나보다는 더욱 그렇다.
<전시 정보>
Samata, 감각의 진자 _ 2024.5.14-5.20
갤러릴밈 _ 서울 종로구 인사동 5길 3
<작가 소개>
우영지 _ 젯소를 칠하지 않은 아사천에 습기를 먹인 후 먹물을 올린다. 물길을 따라 먹이 자연스럽게 이동하면서 얼룩을 만든다. 먹물 얼룩 위에 펴 바르는 물감은 본연의 색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한다. 먹색이 스며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색은 고요하다. 그 고요한 색이 나에게 위로가 된다. 나는 고요를 그린다.
(작가노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