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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물성에 최소한의 빛을 담아

우영지 개인전 _ Samata, 감각의 진자

by 정윤희
KakaoTalk_20250519_173537425_14.jpg ©우영지, 고요를 위한 기도 23-2, 130.3x65.0cm, India ink & Acrylic on canvas, 2023



빛이 얇은 천을 타고 흘러내린다.

차르르...

투명한 얇은 천과

얇은 천을 그리는 데 소진된 소량의 물감은

빛을 담기 위한 최소한의 물성이다.



KakaoTalk_20250519_173537425_21.jpg ©우영지, 고요를 위한 기도 23-3, 130.3x65.0cm, India ink & Acrylic on canvas, 2023



최소한의 물성에

최소한의 빛을 담아 관찰하고자 하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자 하는

인간의 집념에서 비롯되었다.



KakaoTalk_20250519_173537425_24.jpg ©우영지, Samata 25-3, 53.0x45.5cm, India ink & Acrylic on canvas, 2025




얇은 천들을 따라 빛과 그림자들이 어른거리면

우리들의 마음은

마치 미지의 존재를 만난 것 마냥

기대감에 일렁이곤 한다.




KakaoTalk_20250519_173537425_22.jpg ©우영지, 깊은 고요가 주는 위로 24-2, 53.0x45.5cm, India ink & Acrylic on canvas, 2024




혹 빛을 머금은 천들이 바람을 타고 휘날리기라도 하면

그 미지의 존재가

흥이 나서 우리의 주변을 휘감고 있는 것만 같다.




KakaoTalk_20250519_173537425_25.jpg ©우영지, 깊은 고요가 주는 위로(좌), 고요를 위한 기도(우)




하치만 빛은 빛이고,

천은 천이며,

물감은 물감일 뿐.

빛이 천을 타고 흐르다 뚝 끊기듯

감각의 유희도 곧 끝나버리고




KakaoTalk_20250519_173537425_23.jpg ©우영지, 깊은 고요가 주는 위로 24-5(좌), 깊은 고요가 주는 위로 24-6(우)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고

또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허무감을 안고

냉혹한 물성의 세계를 다시 마주한다.


감각의 유희를 극한으로 즐겼던 후폭풍은

극한 피로감이다.

그 순간 당신은 무얼 추구해야 할지

또 무엇을 버려야 할지 결정할 수 있겠는가.


미지의 존재가 있다 한들

눈앞의 얇은 천,

혹은 소량의 물감보다 더 중요하다 감히 말할 수 없고

하물며 그걸 바라보는 나보다는 더욱 그렇다.






<전시 정보>

Samata, 감각의 진자 _ 2024.5.14-5.20

갤러릴밈 _ 서울 종로구 인사동 5길 3



<작가 소개>

우영지 _ 젯소를 칠하지 않은 아사천에 습기를 먹인 후 먹물을 올린다. 물길을 따라 먹이 자연스럽게 이동하면서 얼룩을 만든다. 먹물 얼룩 위에 펴 바르는 물감은 본연의 색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한다. 먹색이 스며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색은 고요하다. 그 고요한 색이 나에게 위로가 된다. 나는 고요를 그린다.

(작가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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