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夏至

김하린 개인전, 하지

by 정윤희
KakaoTalk_20250624_202131432_18.jpg ©김하린, 하지 2025 - Mill, 2025, 복합매체, 400x430x160cm




나도 내가 이런 모습이 될 줄은 몰랐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크고 주름지고 치렁치렁해져 있었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미처 나도 다 알지 못한다.

언젠가,

가는 줄로 연결된 작은 생명이 내게서 나왔고

그것은 여전히 나와 연결되어 있다.




KakaoTalk_20250624_202131432_20.jpg ©김하린, 위의 세부



KakaoTalk_20250624_202131432_21.jpg ©김하린, 위의 세부


KakaoTalk_20250624_202131432_22.jpg ©김하린, 위의 세부




잘리고,

흘러내리고,

봉합되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일종의 조각이라고 할 수 있다.




KakaoTalk_20250624_202131432_28.jpg ©김하린, 위의 세부



KakaoTalk_20250624_202131432_27.jpg ©김하린, 위의 세부


KakaoTalk_20250624_202131432_26.jpg ©김하린, 위의 세부




그리고 나의 눈에는 필터가 씌었다.

사실 마음먹기만 하면

그 얇은 막을 뚫고 나가

언제든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KakaoTalk_20250624_202155813_09.jpg ©김하린, 태양을 땅 속에 꾹꾹 눌러 심는다, 2025, 천, 실, 180x120x35cm




하지만 어쩐 일인지

주로 그냥 머무르는 선택을 한다.


하지만 나의 틈 사이로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꽤나 흥미로울 때가 있다.




KakaoTalk_20250624_202155813_12.jpg ©김하린, 상동


KakaoTalk_20250624_202155813_06.jpg ©김하린, 상동




이미,

비워냄으로써 달라질 수 있는 한계를

조금은 벗어난 듯하다.


하지만 나는 현재

보호받고 있고

또 누군가를 보호하고 있으니

그 대가를 조용히 치르고자 한다.




KakaoTalk_20250624_202155813_18.jpg ©김하린, 붉은 하지 2025-1, 2025, 나무소판, 구슬, 64x47cm




그 모든 순간에

크고 작은 수많은 보석들이

내 안에서 자라나고 있음을

지금은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당분간 나는

계속 확장될 예정이다.







<전시 정보>

하지 夏至 _2025.6.19-7.2

갤러리 밀스튜디오 _ 서울시 중구 다산로 234 밀스튜디오 빌딩 1층




<작가 소개>


김하린 _


극에 달한 태양 속에

소멸과 생성이 맞닿아 이글거리고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숨결이 뜨거운 날


짧은 달은 더욱 영롱할지니

소멸과 생성이 맞닿은 경계에서

하지의 영원한 순환은 굽이친다.


<하지 1 _ '하지'를 위한 작가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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