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 개인전, 점으로 된 사람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풀이 일어날 때 점들도 함께 일어난다
점은 풀처럼 가볍고
풀처럼 연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풀은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면서
점들도 함께 일으켜 세운다
비를 몰고 오는 동풍에 나부껴 누웠다가
한동안 울음으로 지새웠던 존재들은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서
바람보다 먼저 기지개를 켠다
비바람에 눈물은 비워도
기억은 잃지 않는다
그게 가볍고 연약한 존재들의 삶이다
그래서 점들은 먼지처럼 흩어져 사라진 것 같아도
어느샌가 그 자리에 모여있다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 풀이
점을 일으켜 세우고
점은 기억을 깨운다
기억은 우주의 섭리와도 같다
** 김수영 시인의 <풀>을 인용하였습니다.
<전시 정보>
점으로 된 사람들 People of Dots _ 2025.4.17-5.1
엘러펀트 프리지 _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97길 20-4
<작가 소개>
김수진 _ 보도사진 속 인물들은 보통 사건을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처럼 다뤄지곤 한다. 그들은 특정한 맥락에 갇힌 채 기능적으로 소비된다. 하지만 배경을 지움으로써, 사건은 사라지고 사람만이 남는다. 그렇게 사건의 맥락으로부터 분리된 인물들은 대상이 아닌 존재로, 하나의 개인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설명되지 않은 표정, 눈빛, 몸짓은 기사 너머의 삶에 대한 무한한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작가노트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