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재인이 어록

by 정윤희

"우리 꼬기는? 보상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숙박비 깎아달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저녁메뉴로 팔도비빔면에 구운 고기를 얹어 먹을 생각에 부풀어 있던 재인이가 정전으로 고기를 버리게 되자 매우 속상해했다. 숙소 운영자의 동생이라고 밝힌 한 남자가 다급히 수습하던 모습이 생각났다. 외국인에게서는 한국인처럼 대처가 빠르지 않아도 매사 여유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기대가 내게는 있었나 보다. 재인이에게 그런 요구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음~ 아빠가 있었으면 다 먹을 수 있었는데..."


운 좋게 쌀국숫집에서 왕갈비가 들어간 메뉴를 발견했다. 갈비 외에도 국수 위에는 여러 부위의 소고기가 올라가 있었고, 한국에서 먹던 것보다 식감과 풍미가 좋았다. 다 먹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재인이가 아빠 이야기를 유난히 많이 했다. 그리고 더는 냉장고 속 고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블레스유!"


재인이가 어느 쇼츠에서 봤는데,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재채기를 했는데도 이 말을 해주지 않아 서운해한다고 한다. 약한 감기가 왔는지 재채기를 자주 하는 내게 재인이는 매번 이 말을 해주었다. 자신도 재채기를 하고 나면 왜 이 말을 안 해주냐는 눈빛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곤 했다.


"이제는 중국인이라도 보고 싶다."


한국인이 시야에서 보이지 않으면 재인이는 조금 두려운가보다. 먼발치에서라도 한국인처럼 보이는 사람을 발견하면 꼭 '한국인이다' 작게 외쳤다. 하지만 한국인은 고사하고 동양인이 전혀 보이지 않는 거리를 우리는 자주 지나쳐야 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내가 여기에서 배운 게 있는데, 엄마가 지도를 볼 땐 아무 말 없이 기다려 줘야 해. 그래야 엄마가 길을 빨리 찾더라. 십삼 년 만에 처음 알았어."


넌 정말 감동이야.



2025.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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