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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츠와프 기행] 유럽 작품 첫 찍먹글

<브로츠와프 국립 박물관>, 파란만장한 땅 위의 유산들

by 흑투리
주의! 글에 개제한 일부 작품들 중에는 다소 선정적이거나 특정 신체 부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작품들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위 사실에 먼저 유념하며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실로 오랜만에 다시 이어가는 기행글이다! 먼저 글을 이어가기 전에, 혹시 위의 경고문을 보고 놀라신 분들?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다음부터 소개할 작품들은 대부분 회화 작품일 텐데, 교과서로 미술 작품들을 보신 분들이라면 알다시피 조금 거시기한 신체 부위가 드러난 것들도 존재하지 않는가. 있는 작품 자체를 왜곡하거나 숨길 수는 없으니까, 그 부분에 조금 유의해달라는 말이다. 투리는 본인의 설명에 대해 좀 더 생생한 이해와 공부를 위해 그저 있는 그대로 작품들을 올리는 것뿐이다. 절대로 다른 의도(?)를 가지고 올리는 게 아니다. .......절대로. 믿어 달라.



(⁕ 이번 글부터 미술 작품에 관한 글을 업로드할 시 필요할 경우 위의 경고문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자, 아무튼 마저 '브로츠와프 박물관'에 관한 감상을 이어가자. 앞의 글에서 투리는 실레지아인 작품에 대한 설명을 끝으로 말을 마쳤다. 이 글에서는 근대 폴란드 작품들과 전반적인 유럽 작품들 코너를 위주로 소개하고자 한다.





2층에서 먼저 마주한 코너는 근대 폴란드 작품! 시대상을 정확히 말하면 17~19세기 폴란드 작품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글을 쓰기에 앞서, 흔히 글의 노잼력(지루함)을 높이는 대표적인 주제가 미술관이나 박물관이라고 한다. 사실 지루한 정도도 전시관 나름이긴 한데, 어떤 전시관 같은 경우는 작품 하나하나마다 설명이 많아서 피곤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투리가 기억하기에 해당 전시관은 특별히 작품마다 설명이 많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사실 투리가 미술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한 게 한몫한다는 것도 안 비밀). 게다가 해당 미술관(박물관이지만 사실상 미술관이라고 하자)은 투리가 맨 처음으로 갔던 미술관이라 경험이 부족한 것도 있어서, 이번 글은 그저 유럽 작품들을 보면서 눈호강한다는 느낌으로 읽어준다면 감사할 것 같다!




군대의 사열을 나타낸 작품



그래도 그냥 그림만 올리기에는 심심하니까, 중간중간 간단한 설명이나 투리의 감상 정도는 언급하도록 하겠다. 이 코너에서 마주한 폴란드 작품들은 대부분 회화 작품들과 일부 조각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적인 특징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해당 작품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폴란드 지역에서 활동한 폴란드와 외국 작가들의 작품들이라고 한다.




해당 코너에 있는 폴란드 작품들



사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작품들 중 핵심적인 것들은 르비우 시립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of the City of Lwów)과 키이우의 몇몇 박물관들에서 온 소장품들이다. 가져온 작품들은 각각 287점과 180점인데, 해당 작품들은 1945년 반환 조치에 따라 브로츠와프로 이전된 것들이라고 한다. 물론 아까 말했듯 단순히 회화만 있는 건 아니고 예술적 공예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폴란드 작품들의 특징이 뭔가 궁금해서 한 번 찾아봤는데, 17세기 작품들은 폴란드의 전성기 시대에 나온 작품들이라고 한다. 이 당시의 작품들을 보면 주로 폴란드 귀족들의 복장과 문화가 드러난 작품들이 많았다고.







이때 폴란드 연방의 귀족들은 자신들을 "사르마티안(Sarmatyzm)"의 후손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사르마티안은 기원전과 서기 4세기쯤까지 활약한 이란계 유목민 집단을 말하는데, 폴란드 귀족들은 그들의 정신을 본받아 본인들의 정치, 예술, 복식으로 발전시켜 동방적이고 용맹한 이미지를 강조시켰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투리가 발견한 위의 작품이 어쩌면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전시관의 초상화들. 그 중 오른쪽의 초상화는 아우수그투스 3세의 초상화이다.




어쨌거나 왕과 귀족들에게 저러한 생활방식과 문화가 깃들어 있는 것을 사르마티즘(Sarmartism)이라고 하는데, 사르마티즘의 영향 때문인지 폴란드 귀족들의 복장은 상대적으로 서유럽의 귀족들에 비해 풍성하고 긴 옷자락이 강조된 특징을 가진다.




인물의 초상화들이 아주 많이 보인다. 그 중에는 귀족들도 포함되어 있는 듯.



물론 해당 전시관에는 전성기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투리의 글을 꾸준히 읽어온 분들은 눈치챘겠지만, 이후 폴란드는 국권을 상실하고 100년 넘게 지도에서 사라지는 수모를 겪게 된다. 이 시기부터는 폴란드의 역사와 국토, 민족에 대한 주제가 강조된 작품들이 드러난다. 이러한 작품들은 폴란드의 영혼을 아주 잘 간직하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한편 어떤 화가들은 이 시기에 폴란드의 다양한 풍경들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만들었다고 한다.




왼쪽은 크라쿠프의 겨울을 그린 작품, 오른쪽은 크라쿠프의 성 메리 성당 안을 담아낸 작품




그렇다고 저 위의 작품들이 모두 투리의 설명에 해당하는 작품인지는 본인도 모른다. 투리는 그저 학생일 뿐이지, 전문가는 아니니까. 하지만 아무래도 모르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의 배경을 가지고 보는 것이 단순한 감상보다는 낫지 않을까? 위의 크라쿠프(폴란드의 대표 도시들 중 하나) 사진들을 통해서 폴란드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것처럼.






참고로 투리가 찍은 이 박물관의 대표 작품도 이 전시관에 있었다! 'Boy in Sunshine'이라는 이름의 이 작품은 알렉산데르 기에림스키(Aleksander Gierymski, 1850–1901)라는 작가의 대표작들 중 하나인데, 한여름의 태양빛 아래 분위기가 이 작품 속에 훌륭히 포착되어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 작품은 본래 분실된 작품으로 취급받고 있었는데, 2004년 미술 경매에서 우연히 발견되어 폴란드 문화부 등의 도움으로 본 전시관에 걸릴 수 있었다.







자 다음 전시관은 15세기에서 20세기까지의 유럽 회화 작품 전시관. 해당 전시관의 작품들은 독일어권 국가,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등 다양한 나라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Eve (Lucas Cranach, 1531)




그중 전시관에 들어가자마자 딱 눈에 띈 이 작품! 인류 최초의 여성인 이브를 그린 이 작품은 루카스 크라나흐라는 독일 르네상스의 저명한 화가가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살짝의 배경설명을 하자면, 최초의 인류가 그렇듯 당시의 이브는 원래 옷을 입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브는 뱀의 유혹에 넘어가 선과 악을 분별하게 하는 선악과나무의 열매를 따먹고, 이에 수치심을 느껴 아담과 함께 잎으로 중요부위를 가리기 시작한다.


위의 그림은 그 선악과나무 아래 열매를 먹기 전의 이브의 모습을 묘사한 그림으로, 오른쪽 위에는 회색 따리를 튼 뱀이 그려져 있다. 한편 왼쪽에는 이브의 손이 잘려 나간 듯한 이상한 구성이 돋보인다. 원래 이 작품은 아담과 이브의 전신이 모두 포함된 대형 작품이었다고 하는데, 17세기 초에 무슨 이유인지 두 인물의 상반신만 남긴 채 잘려 나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남았다고 한다.






미술관이 꼽은 또 하나의 미술 작품! 왼쪽의 작품은 브론지노(Bronzino, 1503~1572)라는 화가가 그린 'Madonna with the Child and St John (1530)'이라는 이탈리아 작품인데, 해당 작품은 이탈리아 회화 컬렉션의 걸작들 중 하나로 평가받는 작품이란다.



이 캔버스의 중앙에는 책을 읽는 마리아가 묘사되어 있으며, 그녀는 오른손으로 아기 예수를 받치고 있다. 그리고 그 오른쪽 아래에는 나중에 세례자 요한으로 알려질 성 요한(St John)이 나와 있다. 이렇게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그리고 세례자 요한이 함께 등장하는 구성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회화에서 흔히 사용된 방식이라는데, 브론지노는 특별히 이 작품에서는 해당 인물들의 배치가 삼각형 형태를 띠도록 그렸다.




St Paul the Apostle (Ambrosius Holbein), Crucified Christ Venerated by St Jerome (Luca Signorelli)



Lamentation




다만 작품 인물들과 구도를 떠나서, 역시 유럽은 전체적으로 기독교적으로 관련된 인물들의 작품이 많은 것 같다. 사실 15세기에서 20세기까지의 작품 모음이라서 전시된 작품들의 폭이 넓은 편이기는 하지만, 고대 시대부터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교회의 영향력은 역시 어디 가지 않는다. 이렇듯 유럽 회화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도 종교적인 주제는 빠질 수가 없다.




Dancing Girl
Wine Festival, Narcissus




물론 그렇다고 종교적인 주제의 회화만 전시되어 있던 것은 아니다. 어떤 작품은 그리스/로마 신화, 또 어떤 작품은 풍경 사진 등, 역시 국립박물관답게 여러 종류의 다양한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지금 올린 사진들 이외에도 투리는 더욱 많은 사진들을 보관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작품들이 이 박물관 안에 보관되어 있다는 얘기이다. 물론 투리가 간 미술관들 중 해당 박물관이 가장 많은 미술 작품들을 보유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복잡한 설명이 없고 전시관이 적당히 잘 나누어져 있는 만큼, 미술 작품이 궁금할 때 한 번쯤 눈으로 구경하기에 '브로츠와프 국립 박물관'은 나쁘지 않은 장소라고 생각한다. 특히 전시회 가격이 무료인 토요일이라면 상당히 많은 돈을 아끼면서 나름 퀄리티 있고 균형 잡힌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Lot and two daughters. (대충 아버지를 술에 취하게 하고 자신들의 자손을 만드려 하는... 두 딸을 그린 작품)




사실 한 층을 더 올라가면 아시아 문화와 관련이 깊은 'Miracle-Workers' 전시관이 하나 더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번 글은 유럽 회화 작품들의 첫 찍먹글을 인증하는 내용이기도 하고, 더 이상 글이 길어지면 지루하기도 하니 딱히 다루지는 않겠다. 폴란드와 아시아의 문화 교류에 관심이 깊은 사람이라면 찾아볼 만은 할 듯. 어쨌거나 여러 폴란드 유명 작가들의 작품과 다사다난한 이송 과정을 통해 보관된 작품들이 모여 있는 곳이 바로 이 '브로츠와프 국립박물관'이다. 서양미술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둘러보기에도 좋고 유럽의 미술사를 이해하기에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진에는 담아내지 못했지만 브뤼겔의 작품도 이곳에 한 점 있다고 하니,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들르시길. 이상이 투리가 경험한 첫 번째 박물관의 기행글이었다!





(P.S 투리의 최애 작품은 뭐였냐고? 아래에 업로드한 여성의 작품이었다. 17~19세기 폴란드 작품 전시관에서 발견한 그림이었는데, 투리의 눈에 여성이 정말로 아름다웠던.....ㅎ 절대로 사심이 담겨 있습니다)


Clementine Walic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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