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동기들과 함께 방문한 곳들
줄곧 크라쿠프 기행글로 가득 찼던 본인의 글에 투리를 위한 휴식 글! 요새 본인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거의 1.5일에 한 번꼴 정도랄까? 하지만 모든 순간이 항상 최적인 컨디션일 수는 없다. 어떨 때는 시작부터 손이 리듬에 맞추듯 순조롭게 글이 써지지만, 어떨 때는 1시간이 지나도록 글의 제목조차 지나가지를 못한다. 유감스럽게도 이 글을 쓰는 날은 후자에 가까운 상태.
여러분도 항상 기행글만 보면 글의 분위기가 딱딱해지니, 이번 글은 본인의 뇌피셜에 절인 가벼운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그 주제는 '아시아 식당'. 사실 아시아 식당이라고는 해도 나오는 식당은 한국과 일본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투리가 폴란드에서 주로 가본 식당이 한국이랑 일본밖에 없어서. 게다가 본인이 아는 한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식당이 그 두 나라들밖에 없기도 하다. 그러면, 3월까지의 타임라인을 바탕으로 투리와 엮인 그 두 인기만점(?) 국가의 식당에 대한 경험들을 밝히도록 하겠다!
첫 시작은 일본 음식점부터. 당연한 얘기겠지만, 일본은 유럽에게 있어 아주 친근한 국가이다. 아마 유럽인들의 선호 관광지로 따져도 아시아에서 1위가 일본이지 않을까 싶다. 이는 현재 일본이 정치/문화적으로 가장 친서방적인 아시아 국가에 속한 것도 있겠지만, 원래 19세기 후반부터 유럽은 자포니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고흐와 같은 작가들이 대놓고 일본풍을 주제로 한 작품을 그렸으니, 말 다 한 셈이다.
일본 음식점도 예외는 아니라서, 주변을 보다 보면 일식당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바르샤바에 산다면 멀어도 버스로 10분에서 20분 정도 거리에서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편의점에 가면 아예 초밥 세트가 따로 있다. 이처럼 일본 음식점은 그 대중성이 폴란드에서 거의 피자와 케밥 체인 다음가는 정도로 높은 편이다. 다만 유명한 만큼 그 한계도 명확한 편인데, 식당을 가면 대부분이 초밥이나 라멘이라는 것. 본인이 폴란드에서 태어났다면, 아마 아는 일식이 초밥과 라멘밖에 없을 정도로 말이다.
모든 국가의 교환학생이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투리가 갔던 '바르샤바생명과학대학교'에는 각 교환학생의 '버디'가 존재한다. 이 '버디'란 존재는 형식적으로 본인이 맡은 대상 학생을 전담마크해 필요한 게 있으면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그중 한 한국인 동기의 버디가 마티라는 학생이었는데, 이 친구가 입학 설명회가 끝나고 당시의 한국인 일행을 위의 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신주쿠(新宿) 역' 컨셉의 브랜드를 들고 캐주얼한 일본풍 장식으로 도배된 식당은, 누가 봐도 여기가 일식을 다루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통 특정 국가의 음식점을 가면 그 국가 교민이나 유학생들의 비중이 많은 편인데, 일본인은 아예 찾을 수 없었다. 애초에 위치부터가 현지인들이 사는 거리 중앙에 있어서 그런지 자리는 폴란드인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해당 식당은 거의 라멘만을 주 메뉴로 하는 곳이었는데,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먹었던 일식 라멘과 큰 차이가 없었다. 물론 투리의 미각이 까다롭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라멘은 그 자체로 이미 전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아서 굳이 큰 현지화를 거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유명한 음식이기는 하다.
위의 일식당은 초밥집. 여기는 3월 23일 크라쿠프 3일 차 여행을 갔을 때 점심으로 방문한 식당이다. 식당의 이름은 'FoggyYami Sushi'. 앞에 안개가 낀 것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맛있는 스시를 만든다는 얘기인가.
우리는 각자 초밥이 골고루 섞인 세트메뉴로 주문을 했는데, 위의 사진을 보면 거의 모든 초밥이 롤 형태로 나온다. 1권에서도 설명한 적이 있지만(1권 11화 '동양인, 유럽 교환학생이 되기까지' 참조), 유럽에서 나오는 초밥은 우리가 아는 밥 위의 생선 형태로 잘 나오지 않는다. 물론 찾아보면 아주 없는 건 아니고, 어느 정도 이상의 고급 식당으로 가면 그 '친숙한 초밥'을 볼 수 있다. 다만 비율로 따지면 많아야 20% 정도.
다시 한번 이유를 설명하자면, 구미인들은 전체적으로 날생선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생선 형태로 밥을 올리는 것보다는 저렇게 김이나 다른 재료로 밥을 만 형태로 요리가 나온다. 실제로 본인이 덴마크에서 필리핀계 미국인 친구랑 날생선 요리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도 역시 몇 입 먹고는 자기는 더 이상 못 먹겠다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문화상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생선 자체를 생으로 먹는 형태가 익숙하지 않아 보인다. 또한 대부분의 유럽 대륙은 신선한 바다 생선을 근처에서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신선도가 일본의 초밥이나 한국의 회에 비할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아까 얘기한 것처럼, 투리가 본 음식들은 라멘과 초밥 말고는 기억에 남는 일식이 없다. 야끼니꾸, 소바, 오코노미야끼 등 정말 다양하고 매력적인 일식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라멘과 초밥 음식점들이 많은 탓에 해당 요리를 파는 음식점들은 상대적으로 묻히거나 아예 안 보이는 것 같다. 애초에 여기는 유럽 음식이 메인이니 굳이 억지로 다른 일식을 찾지는 않았는데, 본인과 같은 생각을 하면서 산다면 적어도 폴란드에서만큼은 다양한 일식을 볼 일은 드물 것이다.
다음은 한국 음식점 차례. 솔직히 인구 수나 규모에 따졌을 때 한국의 영향력이 중국이나 일본의 그것에 비하면 약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본인이 자부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의 일상 속에 한국은 분명히 영향력이 존재한다. 바르샤바나 브로츠와프 같은 (폴란드 내에서) 유명한 도시들은 어느 대형 마트를 가도 불닭볶음면이나 한국식 라면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잘하면 초코파이나 허니버터 칩 같은 과자들도 찾을 수 있다.
19세기에 유럽이 '자포니즘'에 빠졌다면, 21세기 초는 한국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통적으로 믿고 즐길 수 있는 게 일본이라면, 이른바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가 한국인 느낌. Kpop 얘기는 이제는 얘기하면 입이 아플 정도이고,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와 같은 드라마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어 ESN이나 고속도로 전광판에서도 공식 광고로 활용할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케이팝 데몬 헌터즈(케데헌)', '킹 오브 킹스'와 같은 외국 애니메이션에서도 한국의 돋보이는 활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렇게 위 사진처럼 한국 문화가 유럽 공식 매체(?)에서 나온 건 일본도 못 한 일이다!
다시 주제를 한국 음식점 얘기로 돌리면, 폴란드에서는 일식집만큼 흔하지는 않더라도 역시 쉽게 찾을 수 있다. 어느 정도냐, 투리가 브로츠와프나 우치 도심을 돌아다니면 지나가면서 한식집을 꼭 한두 군데씩 만난다. 어떨 때는 한국 과자점, 또 어떨 때는 분식집. 우치 중심지에서는 심지어 한 거리에 한국 음식점이 세 군데씩이나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본인은 유럽에 있을 때 한국 음식점을 그리 자주 가지는 않았다. 그나마 몇 안 되는 한국 음식점 경험을 꺼내서 여러분께 전하고자 한다. 위 사진의 음식점은 'Miss Kimchi'. 역시 마티가 학교 행사 뒤풀이로 데려다준 음식점이다. 이곳을 들른 날짜는 3월 20일로, 폴란드 봉기 박물관 관람을 마친 이후 저녁 시점이다.
현지인이 데리고 온 식당이라는 말은 그곳이 곧 찐 폴란드인이 좋아하는 식당이라는 방증. 처음에 마티가 데리고 갔던 일식집이나 여기나 안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했고, 들어가기 전에는 줄까지 서야 했다. 아이러니한 게, 본인은 한국인이면서 처음에 식당 메뉴가 적응이 안 되었다. 오른쪽의 사진에서 줄을 서다가 본인의 차례가 되면 먹고 싶은 반찬의 번호를 불러서 말하는 식이었는데, 사진이 없는 메뉴를 보니 해당되는 번호의 음식이 어떤 음식에 해당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어떤 요리가 나온다는 사전 정보도 없이 들어가다 갑자기 영어 메뉴판을 보니까 뇌정지가 나와버린 것이다. 심지어는 직접 반찬을 확인했음에도 대부분이 한국어로 어떻게 부르는지 모르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나온 음식은 위의 음식! 독자 여러분은 저 반찬 하나하나를 한국어로 뭐라고 하는지 설명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따로 보니까 그렇지, 저게 비슷비슷한 반찬끼리 모여 있으면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멘붕이 온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반찬을 받아서 무사히 식사를 마친 투리. 배가 고팠던 투리는 저 식판을 아주 싹싹 비웠다. 함께했던 동기는 같은 한국 학교 학생 2명과 중국인 동기 프랭크. 아마 저 친구들 중에서 본인이 제일 빨리 먹었을 것이다.
잘 먹기는 했지만, 한국 동기들 사이에서는 우리 입맛에 비추어봤을 때 소문난 맛집이라고 할 수준은 아닌 걸로 결론 내렸다. 보면 알겠지만, 약간 맛있는 학교 급식실 정도? 반찬을 보면 애초에 컨셉이 그런 느낌인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한국 음식점이 그리우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즐길 만한 음식점이기는 했다.
조금 전체적인 분포에서 한국 음식점들에 대한 설명을 하자면, 제일 두드러졌던 음식점은 K-치킨집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배달이나 치킨집에서 시켜 먹던 그 양념과 후라이드 치킨, 닭강정이 유럽에서도 은근 많이 보였다. 본인은 현 육체가 학생이었을 시절 외국에 소개하는 음식으로 항상 비빔밥 같은 것들만 배웠는데, 역시 실상은 달랐다. 비빔밥 전문점은 유럽 전체를 통틀어도 기억이 날까 말까였지만, 치킨집은 투리가 본 한국 식당의 50%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한국 음식점은 일본처럼 특정 메뉴들이 압도를 하는 느낌보다는 저마다 메뉴가 전체적으로 골고루 분포한 편이었다. 어떤 곳은 김밥을 위주로 파는 식당이었고, 또 어떤 곳은 분식집 전체, 어떤 곳은 덮밥을 위주로 파는 곳이었다. 속이 든든한 국밥을 내놓는 곳도 있었다. 한 마디로 스펙트럼이 골고루 분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일본처럼 대표 음식 이미지의 정체성이 얕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본인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식당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말은, 그만큼 사람들이 더욱 다채롭게 한식을 즐기고 체험할 수 있다는 얘기기도 하니까. 어느 한 메뉴에서 고정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메뉴에 지속적으로 변화를 주어 그 다양성이 유럽에도 고루 퍼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번 글에서는 폴란드에서 볼 수 있었던 한일 양 음식점의 분포와 각각의 음식들을 순수 투리의 뇌피셜(?)을 담아 설명해 보았다. 물론 투리가 폴란드의 모든 지역을 다 가본 것은 아니다. 그래서 투리가 못 가본 도시들 중에서는(Ex) 엘블라크(Elbląg) 등...) 본인의 말이 틀릴 가능성도 언제나 존재한다. 이건 그저 본인의 경험에 근거한 내용이니, 그저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글을 마치기 전에 한 가지만 더 설명하자면, 한국 음식점이든 일본 음식점이든 상당수의 식당은 순수 폴란드인들로만 운영되고 있었다. 그들이 누군가의 의도적인 강요에 의해서가 아닌 본인의 의지에 따라 그 식당을 연 것은 자명한 일. 우리의 것, 우리의 음식에 애정을 쏟아 본국 그대로의 맛을 재현하시는 유럽인들의 열정을 향해, 투리는 진심으로 무한한 감사와 격려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