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쿠프 기행] 소방관이 파견 가는 세계 유일의 성당

<성모 승천 교회>, 썰도 많고 눈호강도 하는 크라쿠프의 대표 성당

by 흑투리


오늘의 기행글은 투리의 민폐짓으로부터 시작한다. 뭐냐고? 감히 크라쿠프의 대표 관광지, <성모 승천 교회> 앞에서 모이기로 한 시간으로부터 20분이나 늦은 것이다! 이날 모이기로 한 시간은 오후 6시. 곧 있으면 성당 문이 닫을 시간인데도 말이다! 원인은 다른 게 아니라 버스를 잘못 타서.



예상대로였다면 제때 맞춰서 도착했어야 할 버스가, 알고 보니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던 것이었다. 알고 보니 구글맵의 목적지를 다른 성당으로 착각했던 것. 생각해보니 바르샤바에 있었을 때는 우연히 들어갔던 성당이 본인이 오래 전부터 들르고 싶었던 그 성당이었던 걸 모른 적도 있었다. 투리, 어째서 거룩한 성당을 앞두고 이렇게 서투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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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렇게 생긴 성당이 바로 투리가 소개할 '성모 승천 교회', 다르게 말하면 '성 마리아 성당(Bazylika Mariacka, 영어로 St. Mary's Basilica)'이다. 외형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다면 왼쪽 탑과 오른쪽 탑의 높이가 다르다는 점. 왜 저렇게 설계했는지는 뒤에 가서 얘기하고, 일단은 안에 먼저 들어가보자. 자자, '소방관'이라는 말에 이끌려 들어오신 독자 분들도 계신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분들도 조금 진정하시고, 지금은 교회 안에 들어가는 게 우선이다.



들어가기 전에 하나만 얘기하자면, 이곳은 관람을 목적으로 들어갈 경우 돈을 내야 한다. 다행히도 이 성당은 다른 유료 성당들과 다르게 입장료가 비싸지는 않고, 일반인을 기준으로 15~20zt 사이이다. 우리 ESN 팀(?)은 학생 신분으로 들어갔으니 저것보다는 더 싸게 들어갔겠지? 이와는 별개로 성당의 탑도 방문하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해당 비용은 따로 지불해야 한다. 이 글을 쓰는 날짜 기준으로는 일반인의 경우 18z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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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처음에 들어간 입구는 성당 내부의 측면 부분이었다. 그래서 위 사진을 보면 흐려서 잘 안 보이겠지만 관광객을 위한 화살표가 왼쪽을 향해 있을 것이다. 즉 저 사진의 정면 부분은 교회의 옆쪽이라는 말씀. 투리가 카지미에시 지구에 갔을 때도 입구가 이런 식으로 되어 있는 성당이 있었다. 이렇게 입구가 예배당의 정면 쪽이 아닌 경우도 폴란드에는 흔히 있으므로 미리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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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예배당의 제단 부분은 이쪽이다. 많은 성당의 경우 벽과 천장을 보면 천장화가 그려져 있는데, 이 성당은 제단 위쪽 천장이 푸른 배경에 독특한 별무늬가 들어가 있었다. 작아서 보이지는 않겠지만 위 사진 속 정면의 파란 천장에 달린 점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또 하나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성당 주변의 장식들이 황금색을 띤 것이었다. 규모도 크고, 나름 웅장해 보이지 않는가?



성모 승천 교회는 크라쿠프의 시가지 중심에 있다. 그래서 투리가 카지미에시 거리에서 길을 잘못 들어도 20분만(?)에 도착할 정도로 교통편이 편리한 축에 속한다. 이 교회는 14세기에 지어졌으며 폴란드의 벽돌 고딕 양식으로 대표적인 장소이다. 독일의 쾰른 성당을 보면 상당히 길고 삐죽삐죽한 느낌이지 않나. 고딕 양식이 딱 그런 느낌이다. 이 교회가 원래부터 고딕 양식으로 설계된 건 아니고, 13세기 초기에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모습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그러다가 14세기가 되어서야 고딕 양식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real alter.png 십자가 쪽을 확대한 사진. 아쉽게도 투리의 사진첩에는 없어서 위키백과의 사진을 빌려왔다ㅜ



저 제단 위 석상을 자세히 보면 성 마리아의 모습이 담겨 있는데, 이 교회에서 아주 유명한 작품이다. 놀랍게도 저 석상은 철제가 아닌 목조 고딕 양식이라는데, 1477년부터 1489년까지 22년에 걸쳐 만들어졌다고 한다. 저 작품도 대단하지만, 애초에 이 교회 자체의 가치가 높아서 폴란드 내에서는 독보적인 문화유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얼마나 대단했는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독일군이 저 보물을 교회에서 훔쳐갈 정도였다고 한다. 물론 전쟁이 끝난 직후에는 다시 돌려받아서 1956년에 완전히 복원시켜 원래 위치로 돌아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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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투리가 찍은 내부 사진을 하나하나 보면서 설명을 이어가보자. 이 교회의 작품들에는 19세기 당시 가장 유명했던 예술가들이 참여해서 벽과 스테인드글라스에 성경 장면이나 마리아를 찬양하는 문구를 새겨놓았다고 한다. 그것도 아주 정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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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보니까 확실히 교회의 사이즈가 얼마나 큰지 실감이 난다. 사실 북탑의 길이가 81M, 남탑의 길이가 69M인 것을 생각하면 그다지 이상하지는 않다. 이 두 탑은 좌우 높이 차이가 확연한데 북탑은 나팔수가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탑, 남탑은 종탑으로 사용된다. 두 탑의 높이를 이렇게 다르게 한 이유에는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는데, 젊은 형제가 서로 탑을 지으면서 자기 탑이 크길 바라다 동생이 질투심에 형을 죽여서 지금의 높이로 멈췄다고 한다. 동생은 죄책감에 빠져 첨탑 위에서 자살하는 결말을 맞고 말이다.



일명 '형제 첨탑 설화'라고 하는 위의 이야기는 사람들한테 널리 알려져 있지만, 북탑이 다른 탑을 감시하기 위해 일부러 처음부터 높이를 다르게 설계했다는 말도 있다. 실용적으로 따지면 이쪽이 더 현실적인 배경처럼 느껴지기는 한다. 이런 기능적인 부분에서 두 탑이 다르기는 하지만, 북탑에는 팔각형 고딕 돔과 아름다운 금관까지 더해져 있는 등 외관에서도 차이가 있다.



20250322_172703.jpg 천장 쪽을 향해 찍은 사진. 찍는 방향을 십자가 앞쪽으로 잡은 것 같다.



점점 저녁이 가까워지자, 교회는 아까보다 불을 더욱 환하게 켰다.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빛이 있어야 하니까. 본인은 교회가 밝아지니 볼 맛이 더 생겼지만 일부 동기들은 교회나 성당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듯, 교회를 금방 빠져나갔다. 조금 늦게 온 투리의 입장에서는 감사(?)한 셈이지만. 사실 투리가 도착했어도 들어가는 시간은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단체예약으로 이 성당 관람을 신청했는데, 투리가 왔음에도 아직 표 계산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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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교회의 예배당 입구 쪽을 바라본 사진. 뒤의 파이프 오르간마저 완벽한 황금빛을 띠고 있다. 파이프 오르간 하니까 갑자기 생각나는 말인데, 교회는 파이프 오르간을 미사 때는 사용하지만 시간을 알릴 때는 종소리를 이용한다. 일반적으로 교회나 성당에서는 정해진 시간마다 종을 울리는데, 보통의 경우는 전자음이나 자동장치로 대체를 한다. 그런데 이 교회는 또 다른 게, 시간을 알릴 때 종소리를 설정하는 게 아니라 나팔수가 나팔을 직접 분단다.



종이 아니라 사람의 수제(?) 트럼펫음을 쓰는 데에는 그 배경이 있는데, 그 소리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13세기에 몽골 침공 당시의 사건을 기리는 역사적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1241년, 몽골군이 크라쿠프를 침공했을 때, 당시 크라쿠프 성벽의 높은 탑에 있었던 파수꾼은 몽골군의 접근을 보고 시민들에게 경고의 의미로 나팔을 불었다고 한다. 그 덕분에 시민들은 방어 준비를 할 수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파수병은 목에 적군이 화살이 날아와 즉사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나팔 소리는 거기에서 "뚝" 끊겨버린다.



그래서 트럼펫 소리가 울릴 때, 이 교회에서는 의도적으로 파수병의 음악이 멈춘 시간에 딱 맞추어 연주를 멈춘다. 이 트럼펫 소리는 헤이나우 마랴츠키(Hejnał mariacki)라고 하는데, 전통적으로 자정을 포함해 6시간 간격으로 하루 4회 연주한다고 한다. 이때 부는 방향은 동서남북을 향해 네 번인데, 그중 동쪽 방향 연주는 라디오로 생중계되며 폴란드 국영 방송에서 매일 정오에 방송된다고 한다. 다만 우리는 해당 시간대에 교회를 방문한 건 아니라서 트럼펫 소리를 직접 듣지는 못했다. 후기를 들려주지 못해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20250322_173516.jpg 헌금함 사진



여기서 놀라운 사실. 그렇게 트럼펫을 부는 전통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도 고려될 만큼 귀한 문화이지만, 정작 그 중요한 연주를 하는 사람들은 '소방수'들이다. 농담 같겠지만 진짜다. 이들은 심지어 교회 소속 사람들도 아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는데, 우리한테는 트럼펫 소리가 하나의 관광 요소처럼 느껴지겠지만 현지인들한테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들은 그 음악 소리를 감시탑 기능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이 교회의 북탑이 그렇게 기능하고 있었다. 시간을 알리는 것뿐 아니라 도시의 화재와 침입, 이상 상황을 가장 먼저 전달하는 역할도 그 음악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전통에 의해 그 역할을 계승할 수 있는 소방청의 소방관들이 연주를 하는 것이다.



물론 한 명이 하루 내내 거기서 기다리면 연주하는 건 아니고, 6시간마다 한 번씩 다른 소방관과 교대하면서 연주를 이어간다. 즉 한 사람이 한 번씩 한다는 셈이다. 그나저나 소방관들 중에 트럼펫 연주자가 그렇게 많을 줄이야. 이런 파견 근무 때문에 트럼펫을 배워야 하는 소방관은 아마 전세계에서 크라쿠프가 유일할 것이다. 아니, 애초에 교회로 정식 파견을 나가는 소방관이 있는 도시가 크라쿠프 말고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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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조용히 교회를 돌아다니다 나오니, 벌써 석양이 지고 있었다. 처음 봤을 때도 이 교회, 다른 성당들과는 뭔가 다르긴 했는데, 이런 재미난 썰들도 많아서 상당히 흥미로운 곳이었다. 과연 크라쿠프의 대표적인 교회라고 칭송받을 만하다.



이상이 이번 글의 전부이다. 위 성당을 끝으로 흑투리의 크라쿠프 2일차 일정도 끝이 났고, 그 이후로는 저녁과 클럽 죽돌이로 하루를 마쳤다! 글을 마치기 전에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혹시라도 크라쿠프 시가지에서 트럼펫 소리를 듣는다면, 그 배경에 담긴 파수병의 희생과 그 의지를 계승하는 소방관들의 노고를 잊지 말아주시길. 탑에서 소방관 분들을 만난다면 인사를 건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분들은 도시를 지키는 '그들의 친절한 이웃(Your friendly neighborhood, Fireman)' 되시는 분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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