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목록: 서울 집 (5년 전 담음)_01
서울에 살겠다는 마음 하나로 근무지까지 옮겼지만, 여전히 집을 사지 못한 채 몇 년이 흘렀다.
나의 두 번째 직장 생활 - 3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서울에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도시의 한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아무 연고 없이 직장 때문에 내려간 지방이었기에, 주말마다 친구들을 보러 서울로 올라가곤 했다.
지방 생활이 힘들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버거웠던 건 ‘도태되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회사에서는 승승장구하고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이 바쁠수록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나’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당시 전국적으로 부동산 청약 열풍이 불고 있었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은 더욱 커져갔다. 2020년과 2021년 즈음이었다.
내가 살던 지역의 집값도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었지만, 내가 진짜 살고 싶은 곳은 오직 서울뿐이었다. 서울 아파트에 청약을 넣으려면 최소 자격요건으로 최소한 2년은 서울에 거주해야 했고, 그때부터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 시절 내 생각의 한계는 청약이었다. 감히 부동산을 직접 ‘산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다.)
나는 고민은 오래 하더라도, 한 번 마음먹으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편이다. 서울로 올라가겠다고 결심한 뒤 적절한 타이밍을 봐서 팀장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근무지를 서울 본사로 옮기고 싶습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서울에 살고 싶어서요.”
그 이유도 솔직하게 말했다. 그저 서울에 살고 싶은 것뿐이라고.
이해해 주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안 된다고 하면 퇴사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내 1차 계획은 근무지 이동, 실패하면 2차 계획은 이직이었다.
나의 당당함에 팀장이 내 진심을 읽은 걸까?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바로 말했다.
“그래요, 다음 달부터 서울로 옮겨서 일해요.”
전 회사 팀장은 고지식한 사람이라, 내가 서울을 고집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을 확률이 크다. 그럼에도 그가 내 요구를 들어준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내가 없으면 팀이 돌아가지 않는 구조였다. 당시 한국에서 프로젝트를 이끌던 사람은 단 두 명뿐이었고, 그중 한 명은 육아휴직 중이었다. 남은 나는 한국 내 모든 프로젝트를 맡고 있었고, 내가 퇴사하면 팀은 사실상 마비될 상황이었다.
둘째, 코로나라는 특수한 시기 덕분에 이미 전 직원이 재택근무를 경험한 상태였다. 재택근무에도 회사가 잘만 돌아가는 것을 확인했으니, 팀장 입장에서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회사에서의 상황과 시대 상황까지 잘 맞아떨어진 것이 팀장이 유연한 판단을 하는 데 한몫했을 거라고 본다.
그 주말, 회사의 승인을 받자마자 곧장 집을 보러 서울로 올라갔다. 본사가 용산에 있었고, 근무지를 옮기더라도 종종 지방에 내려가야 할 일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용산과 서울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집을 구했다.
그렇게 4년 만에 다시 서울로 올라왔고, 마포에서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