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디올 백보다 나를 더 설레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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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y 포지


현실적인 이유도 분명 존재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서울을 사랑한다.



교환학생으로 유럽에서 지내던 대학생 시절, 베네치아 여행 중 한 호텔에 머물렀다. 로비 벽면에는 뉴욕, 런던, 베네치아, 그리고 서울이 적힌 시계가 나란히 걸려 각 도시의 현지 시각을 분주히 가리키고 있었다.



그 풍경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다른 어떤 화려한 도시를 준다 해도, 나는 그 중에서 결국 서울을 택할 것이라고.




베네치아에서 만난 서울의 시간





서울에 내 집을 사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지방 생활을 청산하고 상경한 지 벌써 4년이 흘렀다. 이직과 동시에 서울에 발을 들이며, 다시는 이곳을 떠나지 않겠노라 다짐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물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결혼 전 남편의 코인 투자 실패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이러다 집을 못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좌절감에 며칠 밤을 지새웠다.



월세 신혼집에 살면서 서울 아파트를 매수할 기회가 오길 간절히 기다렸다. 내 마음속 1순위는 언제나 마포였고, 그중에서도 동마포 공덕 부근이었다.



신기하게도 사람은 적는 대로 이뤄내는 존재인가 보다. 올해 내 만다라트에 선명하게 적어두었던 목표가 현실이 되었다.



첫 월급 300만 원으로 시작해 5년 만에 1억을 모았고, 10년 만에 드디어 서울에서 내 집을 가지게 되었다.




2025년 올해를 시작하며 세웠던 만다라트 계획표 중 일부




지나고 보니 모든 순간이 기막힌 운의 연속이었다.


- 남편 친구 결혼식이 끝난 토요일 저녁, 마포에 부동산을 보러 가자던 남편의 제의


- 수많은 중개사무소들 중 우연히 일잘알 부동산에 들어간 것


- 계약 직전에 조언을 얻고 싶어 찾아간 송희구 작가님 강의에 마침 딱 두 자리가 취소되어 나온 것


- 돈 장난을 치려던 나쁜 집주인을 만나 계약이 파토 났지만, 덕분에 훨씬 좋은 조건의 매물을 운명처럼 만난 것


- 토허제 발표 직전에 매수하여 실거주 의무 없이 갭 투자가 가능했던 타이밍


- 2025년 하반기 주식 시장의 호황 덕분에 자금 마련에 차질이 생기지 않은 것


- 기존 세입자가 갑자기 나간다고 해서 당황했지만, 오히려 더 높은 전세가로 새 계약을 맞추게 된 것



이 모든 우연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오늘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몇 달 전 마음에 들어서 생일 선물로 미리 받을까 고민했던 540만 원짜리 디올 백도, 왠지 사지 말아야 할 것 같은 직감이 들어 내려놓았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잘한 선택이다. 당시엔 여유 자금이었지만, 결국 집을 사는 과정에서는 단돈 10만 원이 아쉬워 주식 단타까지 치며 자금을 끌어모아야 했다.



어깨에 수백만 원짜리 새 명품 백을 메는 것보다, 내 이름으로 된 서울 아파트의 취득세를 기꺼이 낼 수 있는 현실이 나에겐 훨씬 더 값진 선물이다.



유럽의 한 호텔 로비에서 서울을 그리워하며 시계를 바라보던 대학생은 시간이 흘러 이 도시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집을 마련했다.



나의 첫 서울 아파트 매수기는 여기서 기분 좋게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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