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주거란 무엇인가

고급 주거의 정의와 한국 시장의 진화

by 지감독

하이엔드 주거를 기획하면서 수많은 레퍼런스들을 찾아보고, 직접 방문하고, 경험하고 있는 요즘이다. 끝없는 리서치의 과정에서 국내외의 고급 주거 공간들을 보다 보면, 이미지로는 화려하지만 비슷한 구성이 반복되거나,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던 공간이 오히려 실물에서는기대에 못미쳐 '눈속임'처럼 느껴질때도 있다.


조감도와 실제 결과물 간의 간극으로 논란이 있는 '디아드 청담' (이미지 출처: 네이버)


정말 ‘고급스러운’ 공간인지, ‘하이엔드’라 부를 수 있는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단순히 멋진 이미지나 표면적인 디자인을 넘어서야 한다. 특히 높은 분양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상품인가를 검증하는 과정이 필수다. 하이엔드 주거는 단지 가격이 높다고 해서 고급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 가격이 어떤 설계 전략에 기반했는지, 어떤 입지커뮤니티를 품었는지, 어떤 브랜드 기획 아래 탄생했는지—이 모든 배경과 맥락이 설득력을 가져야만,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는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 시리즈는 바로 그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고급스러움이라는 감각을 단순한 디자인 요소를 넘어 입지 전략, 타깃의 정의, 브랜드 기획의 배경, 공간 구성의 논리까지 하이엔드 주거를 구성하는 본질을 앞으로 이 시리즈를 통해 다층적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하이엔드 주거 정의

글로벌에서 하이엔드 주거는 단순히 비싼 집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경험의 총합으로서의 주거 공간, 즉 입지, 브랜드, 디자인, 커뮤니티, 서비스까지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기획한 거주 경험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형태 중 하나가 바로 브랜디드 레지던스(Branded Residence) 이다.

이는 호텔 체인을 포함한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가 주거 공간의 기획, 설계, 운영에 직접 관여하여 브랜드 고유의 철학과 경험을 공간에 반영하는 형태를 말한다. 과거에는 St. Regis, Four Seasons, Aman과 같은 호텔 브랜드 중심의 모델이 주를 이루었지만, 현재는 Porsche, Bentley, Armani, Fendi Casa등 자동차, 패션, 인테리어 브랜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브랜드들은 단순한 명성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하이엔드 주거의 기준을 감각삶의 방식으로 확장하며, 고급 주거 공간의 경험 수준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40104_200373_5033.jpg 미국 마이애미에 위치한 애스턴마틴(Aston Martin) 레지던스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고급 주거의 형태는 다양하다.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는 오랜 전통의 프라이빗 저택이나 유서 깊은 고급 아파트, 단독형 럭셔리 하우징이 존재하며 이들도 분명 하이엔드 주거로 분류된다.

하지만 오늘날 하이엔드 주거라는 개념이 하나의 카테고리로서 주목받기 시작한 배경에는 브랜디드 레지던스의 확산과 그 구조적 특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브랜드가 직접 기획에 관여하여 고유의 정체성을 공간에 녹여내고, 디자인과 서비스, 운영까지 일관된 철학 아래 구현되기에, 브랜드 자체가 품질과 감도의 보증 수단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브랜디드 레지던스는 단지 고급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고급을 어떻게 기획하고 실현하는지에 대한 답을 내놓은 구조적 모델로서, 오늘날 글로벌 하이엔드 주거의 상징적인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의 하이엔드 주거 해석과 전환

한국 시장에서 하이엔드 주거라는 용어는 비교적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단순히 평당 분양가가 높은 집, 특정 지역의 고가 아파트를 지칭하는데 사용되었지만, 점차 가격이 아닌 기획의 수준과 감도의 깊이로 그 기준이 옮겨가고 있는 전환기에 있다.

6-70년대 성북동, 평창동, 한남동 일대의 마당이 있는 2층 단독주택이 대표적인 고급 주거 형태였다. 이후 8-90년대 방배동, 청담동을 중심으로 고급 빌라와 단독형 주택이 등장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목동 하이페리온, 분당 파크뷰 같은 주상복합 아파트가 새로운 고급 주거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최근에는 한남 더힐. 나인원 한남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호텔 수준의 커뮤니티 시설과 서비스, 브랜드의 철학이 반영된 공간 구성, 차별화된 라이프스타일 제공 등 총체적 기획력이 고급 주거의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면적이나 가격이 아닌 공간을 둘러싼 기획과 철학, 그리고 감도의 완성도가 하이엔드 주거를 정의하고 있다.

그림1.jpg 왼쪽부터, 성북동 단독주택- 청담 빌라-타워 팰리스-한남 더힐


이는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디드 레지던스가 보여준 구조와 철학을 점차 한국 시장에서도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며, 이제는 단순히 비싼 집이 아닌, 기획의 완성도와 감도에 의해 고급 주거가 평가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는 고급 주거의 가치를 단순히 외관이나 분양가로 판단하던 시대를 지나, 그 공간이 어떻게 기획되었는지, 어떤 철학과 논리를 담고 있는지, 사용자의 삶을 어떻게 감싸고 있는지까지를 함께 보아야 한다. 하이엔드 주거는 '비싼 집'이 아니라, 설득력 있는 이야기와 감도 높은 경험이 집약된 결과물이어야 하며, 이 리포트는 그러한 관점에서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기준과 흐름을 짚어보고자 한다.

앞으로 이 시리즈에서는 하이엔드 주거를 구성하는 기본 요건부터, 국내외의 대표 사례, 브랜드 철학이 녹아든 공간 기획, 감도를 완성하는 디테일까지 다각도로 접근하며 그 기준을 구체화해보려 한다. 단순히 멋진 공간이 아닌, 진짜 하이엔드란 무엇인가를 함께 고민하고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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