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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일상

by 유엘 Feb 2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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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의 말에 혜유는 많이 당황한 듯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빙긋 웃으며 답했다.


"알겠어, 고마워. 나 생각해 주는 건 너밖에 없네."


학교가 끝나고 혜유와 연정은 언제 어색했냐는 듯이 하나가 되어 하굣길도 함께 했다. 집으로 향하는 길, 혜유와 연정은 웃으며 다른 친구들과 다름없이 수다를 떨었다.

그때, 금발 머리의 남학생이 혜유의 앞으로 다가와 숨을 고르며 혜유를 멈춰 세웠다.


"신혜유, 잠깐만.. 헉헉.."

"누ㄱ.. 설마 주환이야?"

"어, 맞아. 헉헉..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고 내일 아침에 공연 있으니까 강당으로 와. 8시! 알았지?"

"그거 알려주려고 뛰어 온 거야? 전화로 알려줘도 되는데.."


주환은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들어 보였다. 언뜻 보면 멀쩡해 보이기만 했던 휴대폰은 액정이 깨져 있었다.


"보다시피 휴대폰이 이래서."

"아.. 그렇구나.. 미안해, 괜히 나 때문에 뛰게 했네."

"괜찮아. 내일 8시다! 늦으면 안 돼."

"응, 알겠어. 고마워."


주환은 대충 손인사를 하고 서둘러 다시 학교 방향으로 뛰어갔다. 연정은 뛰어가는 주환을 잠시 바라보다가 혜유에게 물었다.


"누구야?"

"최주환이라고, 방송부 기장이야. 미국 혼혈이기도 하고?"

"그래서 금발이었구나.. 근데 너 방송부였어?"

"응? 아, 맞네. 연정이는 모르겠구나. 나 방송부야. 이제 2년 차에 접어들지. 2학년 때부터 했으니까.."

"너 공부도 잘한다고 들었는데 방송부까지.. 대단하다."

"에이, 대단하긴. 연정이 네가 더 대단해."


혜유의 말을 들은 연정이 장난스레 물었다.


".. 그거 빈말이지?"

"아니거든! 진짜 네가 더 대단해."


그렇게 투닥거리기도 하고, 한참을 웃기도 하다가 혜유와 연정은 각자의 집과 학원으로 헤어졌다.


집에 도착한 연정은 아까 교환한 혜유의 번호를 아무 말 없이 들여다보았다. 혜유의 프로필 사진은 길고양이와 찍은 사진이었다. 혜유다웠다. 연정은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휴대폰을 내려놓고 문제를 풀었다.




혜유는 학원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학교는 다르지만 학원에서는 그 누구보다 친한 친구인 민서가 혜유에게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하이!"

"응, 하이~. 오늘숙제 다 했지?"

"당연하지! 저번에 한 번 빼먹은 건 실수였어. 자꾸 그거 가지고 이렇게 놀릴래?"


민서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혜유를 째려보았다. 혜유는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알겠어, 안 놀릴게."

"너 저번에도 그래놓고 오늘도 놀렸잖아. 나 이제 너 안 믿기로 했어!"

"진짜 안 그럴게. 약속!"


혜유는 장난스레 웃으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너 이번이 마지막이다? 또 그러면 진짜 가만 안 둬."


민서는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새끼손가락을 걸어 약속을 했지만 속으로는 혜유의 그런 장난을 좋아했다.


수업이 끝나고 나니 어느새 시간은 어느새 자정까지 2시간 남짓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 되었고, 낮과 다르게 거리는 조용했다.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은 확실히 드물어졌다.

혜유는 그로부터 조금 더 걷고 나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혜유가 집에 들어오고 이제 막 성인이 된 혜유의 언니인 혜선이 기다렸다는 듯이 방문에서 혜유에게 말을 꺼냈다.


"너 왜 이렇게 집에 늦게 들어와?"

"학원 끝나고 온 건데? 동생 학원 끝나는 시간도 모르나.."


혜유가 한숨을 쉬며 방으로 들어가자 혜선도 혜유를 따라 방으로 들어오며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 하늘 같은 언니가 말씀하시는데, 어찌 감히 너 같은 천민이 말대꾸를 할 수가 있는가."

"뭐래.."

"너, 너. 이거 완전 언니 무시하는 말투구만? 오랜만에 침대에 던져줘야 하나?"

"언제 적 얘기를 하고 있어, 언니. 그거 나 초등학교 3학년 때 얘기야. 너무 혼자 과거에 사는 거 아니야?"


혜유의 말을 들은 혜선은 발끈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곤 혜유의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


"우리 동생님, 누가 보면 일진일 줄 알겠어요? 너 나 몰래 담배도 피우는 거 아니야?"


혜선의 말을 들은 혜유의 엄마가 방으로 들어오며 혜선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그래도 너보다는 공부 잘하니까 동생 괴롭히지 마."

"아, 엄마! 나는 혜유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엄마, 언니 좀 데려가. 너무 시끄러워."

"뭐? 시끄러워?! 야! 언니는 너에게 충고를..! 아얏! 아, 왜 계속 때려!"

"조용히 하고 네 방으로 들어가기나 해."

"아, 싫어! 난 혜유 볼 거야!"


혜유의 엄마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혜선을 데리고 방을 나갔다. 혜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책상에 앉아 숙제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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