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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

과거와 현재

by 유엘 Apr 0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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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의 부모는 민이 남학생을 발견하고부터 오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남학생을 데리고 제정신이 아닌 듯 보였던 남학생의 부모가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이미 한참을 늦었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시골이다 보니 큰 병원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남학생의 부모는 민이 자신의 아이와 함께 농구를 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되고 민은 남학생의 장례식장에 갈 수 있었다.


장례식장에 가자마자 보인 건 영정사진 속의 남학생이었다. 그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아직도 남학생이 죽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남학생의 엄마는 민의 두 손을 잡았다.


"우리 정현이랑 놀아줘서 고마워."

".. 네?"

"네가 정현이랑 농구도 해주고, 말도 걸어줬다며."

"그건 맞지만.."

"한 살 더 많은 형 놀아주느라 수고했다. 정현이도 가면서 기뻐할 거야."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남학생의 이름은 김정현이었고, 민과 동갑이 아닌 한 살 더 많은 6학년이다는 걸.


집에 돌아온 민은 저녁밥도 먹지 않고 바로 방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 정현을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살아있었을 때 같이 농구해서 행복했다고, 덕분에 살아갈 힘을 얻었다는 말을 해주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민을 무겁게 짓눌렀다. 민은 방에서 베개를 꼭 끌어안고 울부짖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한번 사고로 잃게 된 아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고 민이 중학교에 올라가야 할 때가 됐을 때, 동네는 시골이다 보니 중학교가 있지 않았다. 그래서 민은 도심지로 올라갔다.


잠시 과거를 회상하던 민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흙이 잔뜩 묻은 자신의 손바닥을 털었다. 과거는 과거로 남겨두기로 하고 정현의 몫까지 농구를 해야겠다는 목표를 가진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후 6시가 되자 연정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터디 카페라는 곳을 가보게 되었다. 집 나와서 이게 무슨 고생인가 싶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숨통이 조여 오는 집보다는 밖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했다.


요금을 결제하고 연정은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연정은 스터디 카페를 고개를 돌려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곳도 생겼구나 하며 둘러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연정의 어깨를 두드렸다. 순간 식겁해서 뒤를 돌아보니 주환이 서 있었다.


연정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목을 가다듬었다.


"ㅇ, 왜?"


주환은 자신의 검지를 입술 쪽에 가져가 대었다. 조용히 말하라는 신호였다. 주환은 연정의 옆에 앉았다.

"그냥.. 반가워서."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닌데 뭐가 반갑다고.."


주환은 사람들의 눈치를 보더니 가방에서 포스트잇을 꺼내 무언가를 열심히 적었다. 그리곤 연정에게 건넸다.


스터디 카페에선 조용히 해야 돼서. 근데 너 여기 자주 와?


연정은 헛웃음을 짓고 답장을 적었다.


아니. 그냥 가출해서 온 거야.


연정의 글을 보고 놀란 주환이 급하게 글을 적었다.


너 가출도 해? 와.. 너 되게 모범생 같았는데 아니구나. 얼른 집에 들어가. 부모님 걱정하시겠다.
우리 부모님은 그런 걱정 안 하는데.
걱정 안 하신다니? 속으로는 엄청 걱정하고 계실걸.
우리 부모님은 그런 사람 아니야.
부모님들 마음이 다 똑같지 뭐.. 나 가출하면 우리 집은 그냥 난리 났을 걸?
부럽네. 난리도 나고.
뭐가 부러워? ;; 너 가끔 보면 좀 이상한 것 같아.
공부나 해. 공부하려고 온 거 아니야?
ㅇㅇ.. 너도 해라.


연정과 주환은 더 이상 포스트잇을 주고받지 않고 각자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연정은 공부를 하는 중간중간 주환을 힐끔 쳐다봤다. 공부를 하는 주환의 모습은 몇 시간이고 공부할 것처럼 자세가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에 비해 연정은 공부하는 도중에도 자세를 꽤 여러 번 바꾸기 일쑤였다.


한참을 공부하던 연정은 꾸벅꾸벅 졸다가 자신도 모르게 잠에 들었다.

금,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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