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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

그리움

by 유진

혜유는 몇 시간 동안 농구를 하다 민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 혜선이 신발장 앞에서 혜유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 어디 갔다 와?"

"학교."

"지금 이 시간까지 학교는 왜? 너 진짜 남자 친구 생겼어?"

"아니야."

"남자 친구 생겨서 저번처럼 또 고생하려고?"

"아니라고."

"그럼 뭔데? 지금 시간까지 누구랑 있었냐고!"

"아, 언니가 상관할 바 아니잖아!"


혜유는 혜선에게 소리를 지르고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혜유는 한숨을 쉬며 책상을 바라봤다. 당장이라도 자신이 책상 위에서 승현에게 전화를 해 한풀이를 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헤어진 지 1년도 넘었는데 왜 아직도 생각나는 걸까.


'이승현..'


혜유는 다시 한번 한숨을 쉬고 책가방을 정리했다. 그러곤 옷도 갈아입었다. 거울 앞에 서서 자신에게 중얼거렸다.


"이승현 잊어버리자. 주변에 좋은 친구들도 많잖아 . 근데 왜 자꾸 못 잊고 그래.."


혜유는 이런 자신이 바보 같았다. 원래 사랑이 이렇게 아픈 걸까 싶기도 했다.




민은 평소처럼 저녁 9시가 넘도록 농구를 하다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항상 집엔 아무도 없었다. 민에겐 엄마가 있었지만 돌아가신 아빠 몫까지 할일 때문에 바빴고,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형이 하나 있었지만 성인이 된지 오래라 자취를 해 본가에는 잘 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직장생활까지 겹치니 민의 형 또한 오고 싶어도 못 오는 게 맞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그러나 오늘은 어째서일까, 민이 집 안 불을 먼저 켜기도 전에 이미 집 안은 불이 켜져 있었다. 민이 의문을 품으며 현관문을 열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민의 형인 석이었다.


"뭐 하다 이렇게 늦게 오냐?"

"형..?"

"그래, 인마. 내가 네 형이다."

"형이 왜.. 여기 있어..?"

"내가 내 집도 못 오냐?"


민이 떨리는 눈동자로 석을 바라보았다. 대학생 때와는 비교도 안되게 부쩍 말라 보였다.


"아니, 그게 아니라.."


석은 민의 손에 들려있는 농구공을 바라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아직도 농구, 그거 하냐?"

"응.. "

"그때 포기한 거 아니었어? 초등학교 3학년 때 이후로."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자식, 되게 끈질기네. 뭐,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건 좋은 거지만."

"그래서 형은 갑자기 왜 온 건데?"

"그냥.. 집 생각도 나고 그래서. 근데 엄마는 언제 오셔?"

"새벽에."

"새벽.. 하긴, 아빠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 엄마가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지."


석은 민에게 이만 방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민은 농구공을 챙겨 방으로 들어갔다. 옛날에는 석을 보고 싶다고 울고불고 난리였는데 어느새 석은 잊고 외동과 다를 것 없이 자랐다.

그런 석이 연락도 없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니 당황스러웠다. 반가우면서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소식도 없던 형이 갑자기 집이 생각이 났다고..?'


민은 침대에 드러누워 골똘히 생각하다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잠에 들고 말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밖이 소란스러워 민은 자연스레 잠에서 깨게 되었다. 아무래도 엄마가 일을 끝내시고 돌아오신 것 같았다. 방 문을 살짝 열고 거실을 살피니 석과 엄마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네가 무슨 낯짝으로 여길 찾아와?"

"엄마..!"

"너 때문에 민이가 공부를 안 해서 성적이 개판이야. 알아?" "저 때문이라뇨..!"

"너 때문이지, 그럼 누구 때문인데?"

"그거야 민이가 좋아하니까 하는 거죠!"

"너만 아니었어도 나랑 민이랑 행복할 수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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