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브런치북) 외 나의 일상]
여행과 일, 그 어딘가의 사이
3박 4일이었지만 유독 짧게 느껴졌던 제주에서의 시간.
이게 무슨 감정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제주에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지로 돌아오니 알 수 없는 안도감과 현실이 시작되었다는 불편감의 양가감정이 나를 괴롭힌다.
사실 어느 시점부터 제주도에 갔다 오면 늘 그랬던 것 같다. 제주는 나에게 애증 그 자체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애'가 더 크다)
1. 간밤에 비가 와서 기온이 확 떨어졌다. 비가 오면 늘 바다색은 탁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를 바라보니 답답했던 마음이 잠시나마 시원해진다.
2. 제주 온 지 삼일 만에 처음으로 본 유채꽃! 3년 전 정확히 이맘때쯤 친한 동생과 유채꽃밭에서 신나게 사진 찍은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나는 미래가 창창한(?) 꿈나무였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3. 약속이 있어 시내로 돌아왔다. 뚜벅이의 장점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소소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 뭔가 일본 느낌 나서 찍은 사진.
4. 나는 블루리본을 상당히 신뢰하는 편이다. 웨이팅을 좋아하지 않지만, 블루리본 가게는 그래도 조금 할 만하다. 누군가 리뷰에 이 타코 하나 때문에라도 제주에 올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해서 매우 기대했다.
5. 정말 맛있었지만, 먹기가 쉽지 않았던 타코. 더군다나 한 손을 못쓰니 먹는 게 상당히 힘들었다.
같이 온 일행이 '만일 이곳에서 소개팅했는데 이 타코를 먹는 모습을 보고도 상대가 마음에 든다면' 그것은 무조건 결혼각이라고 했다. (그 정도로 먹는 모습이 좀,,, 그런 곳,,,)
나는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데, 정말 의외로 생선 타코가 가장 맛있었다!
6. 비 오는 제주의 창 밖 풍경, 그리고 디저트가 훌륭하다고 해서 찾아간 곳.
5명이서 1인 1 커피+1 디저트를 시키자 사장님이 당황하셨다. "네? 5개요?"
카페에서만 81,000원을 결제했다.. ㅎㅎ 밥값보다 많이 나온 거 실화인가 (근데 솔직히 말하면 혼자 3개도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7. 제주에 그래도 자주 오는 편인 나는 흑돼지, 갈치 등 관광객 느낌의 음식은 이제 잘 먹지 않는다. 도민 맛집에 다니는 게 훨씬 행복하다. 도민 추천 제육볶음. 극강의 맛,,
배가 더 고팠더라면 공깃밥 2그릇도 가능했을 것 같다. 달고 맵고 불맛 나고! 혀는 행복하고, 위장은 불행할 것 같은 그런 맛. (암튼 극찬임)
8. 공항 가기 전 브런치. 이 예쁜 곳에서 시간이 없어 20분 만에 흡입해야 했던.. 여유로웠더라면 좀 더 행복했을 텐데. 그나저나 아침부터 눈뜨자마자 많이도 먹었다. 떠나기 직전까지 알차게 위장 채우기!
9. 난기류로 비행기가 어마어마하게 흔들렸다. 내가 인생에서 탄 비행기 중 탑 3 안에 들 정도로? 옆에 계신 분은 식은땀을 엄청 흘리며 너무 힘들어하셨다. 난 그저 과식 때문에 속이 울렁거렸을 뿐.. 그래도 무사히 땅을 밟았다.
제주 안녕! 당분간은 안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