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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는 이름

by 김청라 Apr 0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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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인의 별세 소식은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다. 일반인들은 사내게시판, 카톡, 문자메시지를 통해 전달받는다. 예전에는 일가친척이나 지인들의 부고를 받게 되면 슬프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였는데, 나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요즈음은 ' 그런가 보다'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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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아침, 문자 한 통을 받고 깜짝 놀랐다. 자신의 폰번호로 자기의 부고 소식을 알려 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받은 부고 소식이 벌써 세 번째이다.


 처음 문자를 받았던 것은 직장상사였다. 나와는 상하이 출장도 같이 다녀왔던, 친분이 있었다. 그는 한 직급 승진을 앞두고 열심히 일하셨는데,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다른 부서로 발령 나서 가셨다. 그 후,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소식이 들렸고, 같이 근무했던 동료들과 병문안을 다녀왔었다. 그러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의 부고 소식을 접했다. 승진에 떨어지고 한직으로 밀려난 것이 스트레스의 윈인이 되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승진이 뭣 이길래 60세 정년퇴직도 못하고 가셨는지 모르겠다.


 두 번째는 업무상 알게 된 사람이다. 내 관점에서 볼 때, 잘 생겼고, 일도 잘하고, 성실하고 가정적인 사람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사표를 낸다며, 인사차 우리 회사에 들렸다. 이유는 와이프가 몸이 좋지 않아 간호와 아이 양육을 위해서라고 했다. 나는 "나이도 있고 재취업이 어려울 터인데, 괜찮겠어요"라고 했더니 " 가정이 우선이라 그동안 벌어 둔 돈으로 가정부터 챙기고 다시 살 방도를 찾으면 됩니다"라고 했다. 그런 후에 그와 소식이 단절되었는데, 삼사 년이 흐른 어느 날, 그의 부고 문자를 받았다. 사십 대 초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볼 길이 없었다.


 세 번째 받은 문자가 이번에 받은 것이다. 그는 직장 후배다. 옆 부서에 근무했었는데, 키가 작고 마른 체형이었다. 나는 한 달 일정의 교육을 받으러 가는 첫날, 도시철도 안에서 그를 보았다. 출입문 바로 옆 좌석에 마스크를 하고 눈을 감고 기대어 앉아 있었다. 야윈 사람이 더 말라 보였다. 무엇보다도 굴이 누렇게 떠 있었고, 손까지 누렇게 변해 있어, 완전 환자처럼 느껴졌다. 양복을 입고 있는 데다, 시간대가 출근 시간이라 출근 중인 것 같았다. 맞은편 좌석에 앉아서 바라본 그는 병색이 완연해 사람을 잘 못 봤나 싶어 다시, 자세히 봐도 그가 맞았다. 저런 몸으로 출근은 왜 하는 걸까, 지금 회사에 중요하고 급한 일이 있는 걸까, 회사 아니면 병원 가는 길인가,

 눈을 뜨면 인사하려고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는 몸의 움직임조차 없었다. 도시철도 승차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시야를 가려 그를 볼 수 없었고, 내릴 때 보니 그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예전에 다녔던 직장이 있는 역에서 내린 모양이었다. 그렇게 그와 도시철도 안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한 달 만에 부고 소식을 받은 것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그들의 전화에 전화번호가 입력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아내들이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나는 그들의 명복을 빌어주고 폰에서 번호를 지웠다. 세월이 갈수록 지워지는 번호가 늘어날 것이고, 전화번호가 입력된 지인들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인생들도 연락처와 함께 사라졌다. 지금 살아 있는 우리들도 때 되면 지인들의 폰에서 연락처가 지워지겠지, 그렇게 맺었던 인연들과 마무리를 하면서 떠나가겠지,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건 어쩌면 축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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