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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운전

by 김청라

운전을 못 하니 여러 가지 걸리는 일들이 많았다. 차를 얻어 타고 다니면 왠지 기가 죽는다. 다른 일들은 남들 못지않게 해내는데, 유독 운전만큼은 그렇지 못하다. 네 명의 회원 모임이 몇 개 나 된다. 모임에서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운전할 줄 안다. 함께 멀리 놀러 가면 그들이 돌아가며 차를 가지고 온다. 그때마다 몸은 편하게 가는데 마음은 매번 불편했다. ‘도로 연수를 해서 차를 몰고 다닐 거야’ 그렇게 결심해 본 것이 30년이 흘렀다. 면허증을 딴 것이 30년 전이니 말이다.


달동네 우리 집 옆에 운전학원이 있었다. 이사 가면 여기까지 와서 배우기가 힘들 것 같아 서둘러 등록했다. 처음에는 앞뒤로 차를 움직이는 연습부터 했다. 앞으로 가는 건 괜찮았는데, 후진만 하면 차가 삐뚤게 나갔다. 반복되니 강사가 말했다.

“ 아줌마! 나는 아줌마처럼 이렇게 운전 못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못해도 어째 이리 못할 수 있는지...” “ 아저씨! 내가 잘하면 여기 와서 왜 배우겠어요. 못하니까 배우는 거잖아요.”

다음은 코스 연습이었다. 긴장한 탓인지 그만 구조물을 들이받아 버렸다. 순간 아찔했다. 이 강사가 나한테 뭐라고 퍼부을까, 걱정되었는데 조용했다. 웬일이야, 슬쩍 강사 얼굴을 봤다,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연습 중 사고는 학생에게 책임이 없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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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연습을 마치고 남부면허시험장에서 시험을 봤다. 시험 차량은 엑센트와 르망이 있었는데 학원에서는 엑센트로만 연습하고 르망은 조작하는 법을 강사로부터 설명만 들었다. 두 번 떨어지고 세 번째 시험 날, 시험장에서 앞 시험자가 타고 나간 차량이 들어오길 기다렸다. 들어오면 내가 그 차를 타고 시험을 보는 것이다. ‘이를 어째’ 하필이면 르망이 들어왔다.

“저기요, 저, 차량 좀 바꿔주세요.”

“안 됩니다. 뒤 사람 기다리니 빨리 타세요”

울며 겨자 먹기로 차에 올랐지만, 시동도 제대로 못 걸어보고 떨어졌다. 다시 원서를 냈다. 그날은 첫 시간 첫 번째 시험자였다. 나는 시험용 차를 몰고 S 코스에 진입했는데, 코스 한가운데에 다른 시험용 차량이 길을 막고 멈춰 서 있었다. 피할 수도, 진행할 수도 없는 상황, 결국 시간 초과로 또 불합격했다. 억울했다. 시험 사무실로 가 따졌다.

“시험장 중간에 차를 치우지 않고 있으면 어떡합니까?”

“앞에 시험 주행 중인 차가 있으면 진입하지 말고 기다렸다가 앞차가 빠져나가면 진행하라는 방송 못 들으셨어요”

”아뇨, 들었어요, 그런데요. 저 차는 주행 중인 차가 아니라 선생님들이 시험장 세팅을 해놓지 않아서 그런 거잖아요.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겁니까, 나는요, 오늘 첫째 시간 첫 시험자라고요, 앞에 주행 중인 차가 있을 리 없잖아요”

내 주장이 합당했는지 그들은 이 상황을 지켜본 두 사람을 증인으로 세운 뒤 재시험 기회를 줬다. 합격했다.


장거리 시험은 북부면허시험장으로 치러 다녔다. 자꾸 떨어지니 사무실에 장거리 시험 보러 간다고 말하기 민망했다. 원서에 수입 증지가 더덕더덕 붙어 더 붙일 데가 없을 지경이었다. 내 원서를 본 사람들이 힘내라고 위로해 줬다. 출발선에 섰다. 첫 코스인 ‘턱’에서만 서너 번 떨어졌으므로 여기만 잘 통과하면 승산이 있었다. 무사히 통과했다. 신호등 멈춤 등등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차량 내부에 있는 기기가 만점부터 시작해 기준에 맞지 않으면 1점 2점 등 감점 카운트를 하게 되어 있었다. 그렇게 얻은 점수를 두고 합격 여부를 체크했다. 나는 주행하는 동안 감점 없이 종착점 30미터를 남겨 두고 있었다. 그때 시험관이 급하게 다가와 차를 세우라고 했다.

“내리세요”

“왜요”

“차량 기기가 고장 났습니다.”

“내가 고장 안 냈는데요. 차 잘 움직입니다”

“카운트 기기가 작동을 안 했습니다. 언제부터 다운이 안되던가요? “

”잘 모르겠는데요. 그냥 감점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닌가요? “

”처음부터 재시험 쳐야 됩니다 “

" 내가 ‘턱’ 저거 겨우 넘었는데.. 무슨 말하는 거예요. 내가 고장 낸 것도 아닌데, 왜 처음부터 봐야 합니까?

나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버텼다. 그는 안 되겠다 싶은지, "처음부터는 아니고, 저 지점부터 다시 합시다."하고 제안했다. 우리는 적당한 출발선에서 합의하고 거기서부터 시작해 마침내 합격하였다. 시험 차에서 내리자 사람들이 손뼉 치며 축하해 주었다.


그렇게 면허증을 따고 운전을 30년 세월 동안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운동신경과 별 상관없다는데 운전대 잡는 것이 무섭기만 했다. 이번에는 정말 용기를 내어볼까 한다. 운전을 할 줄 알면 얻어지는 생활의 편의, 그 유혹에 넘어가 볼까 한다. 계획도 세웠다. 먼저 친정어머니 모시고 맛집을 투어 하고 싶다. 연세가 많아 멀리는 못 가고 가까운 맛집을 찾아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 다음은 면허증 없는 친구와 함께 명승지를 여행하고 싶다. 그 친구는 척추 수술, 목 수술로 건강이 좋지 않다. 그리고 나도 웬만큼 나이를 먹은 지라 운전면허증 반납할 나이도 오고 있다.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도로 연수를 서둘러야겠다. 아니면 생활비를 아껴 저축해야겠다. 자율주행차를 사려면 돈이 필요하니까, 언제쯤 상용화가 될지 몹시 기다려진다. 어쩌면 내가 도로 연수하는 것보다 자율주행차가 더 빨리 이루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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