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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과 비혼 사이. 그 중간 어디쯤

노총각의 연애이야기.

by 가생이 Feb 28. 2025

나는 30대 후반이지만 아직 미혼이다. 그렇다고 비혼주의자는 아니다. 친한 친구들이나 내 주변사람들 대부분 결혼을 했으며, 아이를 낳아 잘 기르고 있고, 부부가 서로 존중하며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며 지내고 있다. 나 또한, 그런 가정을 꿈꿨었다. 지금은 그런 마음이 많이 희미해지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완전히 지우고 있진 않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왜 내가 생각했던 꿈처럼 되지 않았을까? 상황이나 여건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단순히 내 문제일까? 원인과 결과를 따지고 들자면 끝도 없을 것 같다. 결과가 원인이 된 건지 원인이 결과가 된 건지 정확히 인과관계를 내놓기엔 당사자인 나의 마음이 줏대없이 시시때때로 변하였으니까 말이다.

30살 된 기념으로 간 여행에서 찍은 사진이다. (2016)

20대 때, 나는 연애할 사람과 결혼할 사람은 구분해야 하지 않으며, 결혼의 전제는 연애 때 서로에게 보여준 신뢰와 변치 않는 사랑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또 나이가 차서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보다는 나이가 많이 늙었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이랑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이런 생각이 나를 현 상황까지 이끌고 온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지금 유부남인 친구에게나, 나보다 나이 많은 결혼선배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비웃으며 코웃음을 치겠지만, 어찌 됐든 내가 20대일 때 이런 생각을 가지며 한 여자와 연애를 5년 이상 했으며(생각해 보면 20대의 절반이다.), 헤어진 이후로도 가장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준 연애였다. 왜냐하면 친구 소개로 시작된 첫 연애였으며, 내 인생에서 가장 긴 연애였으며, 결정적으로 나랑 헤어지고 나서는 6개월 만에 다른 남자와 결혼했으니 꽤 기억에 많이 남아있는 연애다. 헤어진 직후, 꽤 긴 기간 동안엔 그 친구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며 원망을 많이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각의 폭이 넓어졌고, 주변 지인의 연애사를 여러 개 듣고 나서는 그 친구의 그 당시의 입장을  많이 이해하게 됐다. 운명의 장난인지 한창 그 친구와 사귈 때 내 친한 친구(A), 그 친구의 친한 친구(B)를 소개해줬었는데 그 커플(A-B)은 결혼에 골인을 했다. 명절 때마다 A를 만나는데 그때마다 헤어진 그 친구의 소식을 간간히 듣는다.  지금은 아이 셋을 아주 씩씩히 잘 키우고 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친구는 주변 남자들의 이상형에 가장 가까웠던 여자였던 것 같다. 6개월 만에 다른 남자가 그 친구와 결혼을 했으니까 말이다. 외모는 평범했으나, 항상 웃는 상이 었고 어떤 일이든 적극적이었고, 여성스럽기도 했고 귀여웠으며 자기 관리는 꾸준히 해서 누구에게나 호감을 불러일으킬 상이 었다.

그 친구는 내가 임용고사에 합격하고 나서, 작은 단칸방 월세살이도 괜찮으니 결혼을 하자고 먼저 말한 친구였다. 허세도 없었다. 그러나 내 딴에는 어엿한 집 장만을 해서 결혼 생활을 시작하고 싶었기에,  어느 정도 일을 배우고 돈을 모으면 결혼을 하자고 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난 직후에 얼마 안 가 헤어졌고 6개월 만에 나 말고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다.



헤어진 시기가 29살 때쯤이었으니 10년 전의 일이었다. 그 일을 겪고 난 후 2~3년 동안은 그 어떤 여자와도 제대로 된 연애를 시작할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황당하면서 충격적인 일이었으니까. 사랑했던 사람에게 그런 배신감 드는 일을 살면서 얼마나 당해보겠나.) 그나마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의 나이가 되어서야 그 친구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항상 내 앞에서 결혼이야기를 했고, 하고 싶어 했고, 가정을 이루고 싶어 했으며 아이들을 좋아했었다. 매사 하는 일이 야무졌기에 어른들의 이쁨도 많이 받았다. 나는 그런 말들을 귀담아 들었어야 했고 염두에 뒀어야 했었다.


나이가 들면서 연애와 결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매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주름은 늘어날 것이고. 그에 반해 너구리 같이 하나, 둘 세속적인 조건들과 나도 모르게 여러 가지 현실적인 걱정거리가 붙어나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섣불리 누굴 만나는게 많이 두렵다. 어렵고.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나에 대한 이해를 내가 잘하고 있나 의문이 해결이 안된다는 점이다. 나는 남편으로서, 사위로서, 또한 아빠의 역할을 동시에 해나갈 수 있는지 나한테 끊임없이 질문한다.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준비가 된 미혼인것이고 , 답을 내리기 망설여진다면 비혼으로 사는게 맞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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