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아무 대책 없이 필사적이기만 한 건가?

노인과 바다

by 디노

『노인과 바다』에서 자신의 바늘에 걸린 큰 물고기에 대해 노인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대체 몇 살 먹은 고기인지, 너무 현명해서 뛰어오르지 않는 것인지, 전에 여러 번 낚시 바늘에 걸린 적이 있어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아는 건 아닌지, 자신의 상대가 그저 노인이라는 걸 고기가 알고 있는 건 아닌지. 노인은 그러면서 생각한다. "이 고기가 무슨 계획이라도 있는 걸까? 아니면 나처럼 아무 대책 없이 필사적이기만 한 걸까?"




저는 이 대목이 유독 오래 남았다. 인간의 삶이 그렇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삶을 ‘계획대로’ 사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계획보다 생존에 더 가까운 삶을 산다.
매일 아침 알람에 깨어나 출근하고, 퇴근 후 정체된 도로를 뚫고 집에 오면 하루가 저물어 있다.
그렇게 지나가는 하루하루를 붙잡고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지만, 명확한 대답은 쉽지 않다.


누구나 삶에서 큰 고기를 한 마리쯤은 만난다. 그게 생계일 수도 있고, 가족 문제일 수도 있으며, 나 자신일 수도 있다. 그 고기와 싸우는 동안, 우리 손에는 ‘계획서’가 있는 게 아니다.
대부분은 그날그날 버티며, 어찌어찌 줄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거다. 산티아고처럼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이다. 노인은 물고기를 온전히 지켜오지는 못했다. 상어 떼에 다 뜯기고, 결국 남은 건 뼈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실패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싸웠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을 누가 실패자라고 하겠는가. 나는 이런 삶의 태도야말로 요즘 우리가 점점 잃어가고 있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고단하다.

그 속에서 우리가 진짜 해야 할 일은, 지금 내 자리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어떤 자세로 이 삶을 감당할 것인지를 정하는 일이다.


계획 없이도 괜찮다. 필사적인 삶에도 의미는 있다. 산티아고가 다시 바다에 나갈 준비를 하듯, 우리도 오늘의 삶에 맞설 준비만 되어 있다면, 이미 충분히 잘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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