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까오방에서 슬리핑버스 타고 미딩으로
새벽에 눈을 뜨고, 베트남카톡 잘로(Zalo) 로 택시를 불러서 까오방 버스터미널로 갔다.
와준건 전전날 누이맛탄에 날 데려다준 그 친구.
전날 저녁에 침대버스로 야간이동을 하고, 하노이에 새벽 5시에 도착하여 하루종일 하노이를 관광하는것이 좀더 시간 효율 면에서 나았지만... 좀더 나은 컨디션으로 현실복귀를 할 필요도 있는 것 같아서 그냥 반나절 이상을 버리기로 하고 주간이동을 결정했다.
버스는 오전 7시 30분에 까오방을 출발하여, 오후 3시 50분에 하노이 미딩버스터미널에 도착하게 된다.
8시간의 버스를 타기 전 터미널에서 쌀국수를 한그릇 했다. 사실 이른 아침이라 이것밖에 되는 게 없었다.
반미를 먹고싶었는데 ㅠㅠ
싱글캐빈이고, 1층으로 예매했었다. 발라당 누워서 8시간 빈둥거리기 시작
졸다 인터넷하다 사진정리하다 하면서 그냥 8시간을 잘 보냈다. 노비는 이런 시간들조차 넘나 좋은것...
이상하게 흡연도, 화장실도 생각 안나서 휴게소 한 세번 들르는데 밖으로는 한번도 나가지 않았다.
버스는 이제 하노이 중심부에서 서쪽으로 약 10km 떨어져 있는 하노이의 신도시 미딩으로 진입한다.
비행기는 다음날 새벽 1시에 베트남을 떠난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버스 안에서 고민했는데...
동남아 신도시들을 가본적이 없기도 하고, 한인타운을 가본적도 없고, 이제 현실복귀도 준비해야하니 무리하지 말고, 미딩에서 시간을 죽이기로 결정했다. 일단은 다시 올드쿼터나 중심가로 그랩바이크 타고 가기 귀찮기도 했고..
카톡으로 조금 일반적 시세보다 비싼 한인마사지샵을 예약하고, 짐을 맡겼다.
뜨내기 관광객이 아닌 주 고객이 한국 교민일수밖에 없는 위치고 가격이 좀 비싸지만 평점이 괜찮으니 마사지도 잘하지 않을까 싶어서 ㅋㅋ
미딩의 대표적인 맛집들은 대부분 한식당이지만, 베트남음식 맛집들도 있다. 교민피셜 맛집PICK을 한 세개 정도 알아왔는데 매콤한게 땡겨서 분짜27로 갔다. 여기가 한국이여 베트남이여...
손님들도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마늘장아찌와 간 마늘을 듬뿍 넣게 해주는 것이 특징인듯한데... 맛은 중상 정도 느낌. 여럿이 가서 먹기엔 안정적인 선택이 될것같다.
여기가 베트남이여 한국이여 ...
음... 한국이네 - 대입 합격자 명단에 나와있는 대학교들은 다 우리나라 대학교들이다 ㅋㅋ
약간 굴림체 같은 교포느낌의 간판들도 조금 보이긴 했지만, 생각보다는 현재 한국의 트렌드를 거의 다 반영한 느낌의 거리였다.
생각보다 미딩은 깔끔하고, 미관이 좋았다. 약간 베트남인들의 취향과 한국인의 취향 중 공통된 부분들을 절충해서 디자인한것같은 느낌
쇼핑센터도 곳곳에 있고,
이런 로컬느낌의 거리도 존재한다.
그리고... 저녁은, 들어와있는 베트남여행단톡방 교민분들의 정모에 껴서 먹게 되었다.
이 정모에 끼게 된 계기는
(1) 비엣젯을 타는 나는 까오방 팍보 유적에서 만난 베트남 친구가 준 거대 젤리를 한국으로 가져갈 수 없었고, 그래서 단톡방에서 혹시 나눔받으실분을 찾았고
(2) 그러다가 이날 있는 소규모의 번개모임에 오라는 초대를 받았고
(3) 그 거대 젤리는 상온에 장시간 있으면 안된다는 게스트 하우스 주인분의 조언을 듣고 게스트하우스에 도네이션했으나.. 정모는 그대로 가게 되었다.
정모장소는 고기집이었고... 한국하고 돼지고기 무게당 가격이 거의 같길래 읭 하고있었는데...
교민PICK은 역시 믿을 수 있는거였다. 세상에 돼지고기를 시켰는데 칠리탕수육과 모듬회와 그 외 엄청난 스끼다시(?) 가 나오다니... 고기도 구워주신다.
하노이에는 6만명이 넘는 한국교민들이 살고있다. 거의 소도시 한개급. 이분들이 살며 느끼는 베트남에 대한 인상을 듣는것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마사지는 비싼 값을 했다. 정말 잘 받았고...
미딩터미널에서 공항까지는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데, 버스는 이미 끊긴 시간이라 그랩바이크를 타고 가면서 노곤노곤하니 졸뻔했다. 바이크가 공항 앞까지는 가지 못해서 톨게이트 부터는 걸어서 공항으로 들어갔다.
이런경험도 처음 해보네...
그리고 비행기에서도 내내 잘 자고
눈을 뜨니 인천국제공항에 거의 도착.
내 비행기는 착륙하고, 저 비행기는 이륙하고.
이렇게 5일 꽉채운 아름다운 베트남 북부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한글날이 임시공휴일이 되면서 급 떠난 여행이었는데,
덜 알려진 베트남 북부 자연의 아름다움, 사람들의 친절함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꼴랑 5일의 여행에 장거리를 이동해야 했기에 체력적인 무리가 따랐지만 그걸 감수할 가치가 있었다.
항공권을 포함한 총 경비는 65만원정도.
베트남 다시 또 여행할날이 오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