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TJ, ENFP A의 이야기
벌써 6월이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금까지의 다섯 달은 어떠셨나요? 하지 못한 것, 하지 말아야 했던 것...사소한 후회가 떠오르나요? 아니면 그런 것 없이 충분히 열심히 살아온 것 같나요?
여러분은 후회를 많이 하는 편인가요?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후회하고 사는 걸까, 그렇다면 이토록 무거운 후회를 어떻게 이겨내는 걸까 궁금하지 않나요?
이번 주는 미디어 이야기에서 키워드 이야기로 돌아와서, 후회에 대한 글이 업로드됩니다.
3주 동안 다양한 후회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첫 주는 ESTJ, ENFP A의 이야기입니다.
후회할 시간에 새로운 모험을,
새로운 메뉴를 고를 수 있다는 걸
자기 확신형 인간 ESTJ-A 인간에게 후회란?
이 단어로 이번 글쓰기 모임을 하자고 내가 제안했는데 막상 글을 쓰자니 악상이 잘 안 떠올랐다. 왜 그런고 하니, 내가 자주 떠올리는 단어 또는 감정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글에서 "왜 나 ESTJ-A 인간은 후회라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가"에 대해서 세 가지 이유로 설명하고자 한다.
첫 번째, 가장 크게 후회되는 일을 꼽자면 당장에 떠오르는 것이 없다. 분명 나도 인생에 후회되는 일들이 있을 텐데 왜 후회했던 일이 떠오르지 않을까. 작년에 코인에 들어가지 않은 것만 해도 후회할법한데 그 감정이 솟구치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이런 게 확신형 성격 유형인 인간의 전형일까?
두 번째, 후회 보단 해결책을 떠올리느라 급급하다. 나도 분명 잘못된 선택을 왕왕하는 인간이고 그 점은 인정을 한다. 다만 뭔가 일이 벌어졌을 때 "왜 그랬지? 그러지 말걸"이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까?"라는 생각이 먼저 돌아간다. 침체되어 있는 시간이 확실히 여타 F성향의 사람들보다 짧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을 통해 느끼는 바이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을 안 해서 후회하는 경우가 잘 없다. 해서 결과가 안 좋은 경우는 위에서 말한 대로 해결책을 찾기 급급하다면, 안 해서 후회하는 경우가 있기 마련인데 나 같은 경우에는 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어떻게든 시작하는 편이라 안 해본 것에 대한 후회는 잘 없는 편 같다.
글을 마치려다 보니 내가 이 주제를 왜 이번 주에 하자고 한지 이유가 이제야 명확해졌다. F 구성원이 많은 우리의 성격 유형 모임에서 과연 후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나는 후회를 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후회라는 걸 하게 되면 후회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이다.
고3 때 수능 보기 2주 전에 반장이랑 싸웠던 일, 공무원 준비한다고 몇 년을 날린 일, 첫 직장에서 너무 빨리 퇴사한 일 등등... 지금 내 인생을 돌아보면 솔직히 아쉬운 게 너무 많다.
과거를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괴로워져서 이젠 과거에 대해 잘 곱씹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후회도 잘 안 한다.
후회를 잘 안 하면 좋은 점이 있다. 일단 마음이 편해진다. 과거의 내가 싼 똥을 오늘 치우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지, 과거의 내가 즐겼으니 됐다'라는 마인드가 된다. 그리고 적당히 싼 똥은 은근하게 도파민도 돌면서 어찌어찌 잘 치우게 되면 뭔지 모를 쾌감도 느껴진다.
예를 들면, 일을 다 하지 않았음에도 칼퇴가 하고 싶어서 칼퇴를 해버리고, 데드라인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 되었을 때 분초를 다투며 일을 해내면 기가 쭉 빨리면서 안도감도 들면서 뿌듯하기도 하다.
오늘 점심으로 시킨 메뉴가 실패하더라도 괜찮다. 오늘 이후로 그 가게의 그 메뉴에는 미련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후회를 잘 안 하는 내가 후회를 너무 잘해서 힘든 사람을 위해(?) 몇 가지 반박해 보겠다.
첫째, 과거에 한 말 때문에 후회가 된다면 그럴 필요 없다. 다른 사람들은 생각보다 내 말에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그리고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전에 이런 말 했었잖아'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그땐 그랬는데, 지금은 아니야'라고 업데이트해주면 된다.
둘째, '그때 그 인연에게 그러지 말걸(이를테면 손절)' 같은 인간관계에 대해 후회된다면 그럴 필요 없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그때 그 사람한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도 그때의 '나'의 뇌 속 빅데이터에 의해 누군가에게 비슷한 행동과 말을 했을 것이다. 그때 그렇게 했으니 지금의 성숙한 내가 만들어진 거다.
또 다른 후회될 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잘 떠오르지 않는다. 다른 종류의 후회가 있다면 말해 달라. 반박해 주겠다. 내 반박을 듣고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안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