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 INFP의 이야기
후회라고 하면 여러분에게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사소한 일인가요, 기억도 하기 싫은 커다란 일인가요?
하지만 모두 이젠 고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떤 후회든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내일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아서 더 고통스러운 걸까요?
지난주에 이어지는 후회 이야기 2주 차입니다.
INFJ와 INFP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후회는 영원히 뒤따라오겠지만
나를 앞지를 수는 없다
후회는 선택에서 비롯된다. 무엇을 골랐기 때문에, 혹은 고르지 않았기 때문에, 때로는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느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감정이다.
후회가 두려워 선택을 회피하기도 했다. 무수히 많은 고민 끝에 간신히 하나를 선택하고도, 혹시나 생길 일을 두려워하며 이후의 상황까지 걱정했다. 그러다 차선책에 차선책을 더하며 끝없이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그렇게 쌓아 올린 고민 속에서, 정작 내가 무엇을 원했는지조차 잊어버리기도 했다.
그러던 중, 누군가 "후회는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나에게 후회는 늘 잘못된 선택에서 오는 감정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의 과정은 언제나 혼란스러웠다.
더 나은 선택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후회가 전혀 들지 않는 길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다. 그 시점에 내가 택한 것이 최선이었다는 말이 있다.
맞다. 어떤 선택이든 후회는 뒤따를 것이다. 다른 선택을 했다면, 그 선택에서는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또 생겼을 테니까. 그렇다면 나는 더 이상 후회를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나를 괴롭히는 끝없는 고민도 멈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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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있기에 무릇 후회한다.
그렇다. 우리가 후회하는 일들은 모두 과거에 있다. 과거 없이 후회도 없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후회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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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두 글자 중 '후'는 뒤를 의미한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인간은 그 ‘뒤’로 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그 ‘뒤’가 없다면 어떨까? 문학적 허용도, 어떤 가정도 아니다. 현대 물리학에 따르면 지금, 혹은 미래와 분명히 구별되는 과거는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3차원을 사는 인간의 희미한 시선 때문에 생기는 착각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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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원의 점 두 개가 하나의 선 위에서 만나면 각각의 점은 다른 점을 넘어 그 옆으로 이동할 수 없다. 3차원의 우리가 보기엔 그저 선 바깥으로 나가 서로를 피해 가면 되지만, 점들은 그럴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후회막심한 과거를 바꾸러 가지 못하는 이유다. 우리는 그저 가던 길을 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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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흐르지 않고, 과거와 미래의 차이를 서술하는 방정식이 없음에도…3차원을 뱅글뱅글 도는 내 마음의 궤적엔 후회가 남아있다. 그러므로 나는 외로운 밤에 누워 생각한다. 살짝 기울어 도는 지구를. 믿을 수 없는 속도로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를. 우리 은하 변방에서 끊임없이 도는 태양을. 안드로메다 은하를 향해 날아가는 우리 은하를. 나의 마음을 나보다 더 거대한 것, 그리고 내가 후회를 떠올리는 속도보다 더 빠른 것으로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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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나를 채우는 우주는 나를 둘러싼 우주와 다를 바 없고 그 순간 후회란 마치 열반에 든 부처의 그것과 같이 승화한다. 나의 후회란 얼마나 작고 무의미한지. 지금을 살라는 말은 또 얼마나 물리학적으로 긍정할 수 있는 말인지. 그렇게 까무룩 잠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