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P B, INTJ의 이야기
지난 2주 간의 후회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읽으면서 애써 잊고 있던 후회가 다시 떠올랐나요?
아니면 미련 없이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았나요?
물론 그렇게 간단히 마음을 바꿀 수 있었다면, 우리는 그것들을 후회라 부르며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지 않았을테지요.
하지만 그 혼란스러운 마음까지 가지고 다음 날을 살아가야한다는 걸,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후회 이야기 마지막 주, ENFP B, INTJ의 이야기입니다.
그 모든 후회까지 내가 되어
오늘 나는 다시 나아간다
모든 선택에는 후회가 따른다.
내가 내 자신을 위로하는 말이다. 나는 보통 사람들과 어찌 보면 조금 다른 비주류의 삶을 선택해왔다. 학교, 직장, 전반적인 삶의 흐름이 조금은 달랐다. 나는 특별해질 거야, 남들과는 다르게 살 거야 하는 마음으로 선택한 것은 아니고,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아왔는데 돌아보니 조금은 다른 삶이었다. 그에 따른 후회가 없냐고 묻는다면, 앞서 말했듯이 후회 없는 선택은 없다. 후회가 몰려오는 어떤 날은 밤새 이불을 발로 차곤 한다.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후회를 곱씹으며 힘들어하는 시간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첫 문장처럼 생각하려 노력하거나, 이젠 내 삶의 빅데이터가 쌓여 덜 후회하는 쪽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아무도 모를 성장일지 모르지만, 나름 뿌듯한 성장이다.
자기 위로를 거듭함에도 불구하고 평생 남을 후회가 있다면 아마 인간관계에 대한 후회가 가장 클 것이다. 인간관계에 대한 후회는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던 것, 그로 인해 감정을 소모했던 시간들이 가장 후회스럽다. 그 과정들을 겪어낸 나는 언제나 솔직해지려 한다. 내 감정에 솔직하고, 타인에게 느끼는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려 한다. 물론, 타인에게 표현하는 감정은 긍정적인 감정만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꼭 확실히 해야 할 부분이 있다. 나는 "나는 뒤끝이 없어, 솔직해." 하면서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부류를 혐오한다. 그런 부류의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타인을 대하는 내 자세를 늘 검열하려 노력한다. 혹자가 보면 피곤해 보이는 삶일지 몰라도 그 뒤에 나에게 밀려오는 후폭풍이 적어지기 때문에 잠시 피곤할 만한 가치가 있다.
아무 걱정 없어 보이는 재벌의 손자손녀도 어떤 후회는 있으리라. 생각하고 살다 보면 인생이 나름 단순해진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야 어떤 미련과 후회도 흉터를 남기지 않고 잘 아물어 간다. 다시 지난 선택을 할 것인가? 하는 물음이 있었다. 나는 아마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 대답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완성되었기 때문에 미련 없이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대신에 뒤를 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그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을 좀 더 노력해야 한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어떤 기술 발전으로 이뤄질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고 본다만, 그래도 기회가 생긴다면 똑같은 선택을 하더라도 그 안에서 다시 한번 잘 살아내고 싶다.
문득 후회라는 뜻이 정확히 궁금해서 검색을 했더니 '이전의 잘못을 깨닫고 뉘우침' 이라고 한다.
미련의 뜻은 '깨끗이 잊지 못하고 끌리는 데가 남아있는 마음' 이라고 한다.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라 생각해서 가끔은 그 선택들이 버거울 때가 있다.
버겁게 느끼는 그 이유를 꼽으라면 후회하는 과정과 순간이 더 괴로울 걸 알기에 그랬던 것 같다.
항상 모든 순간에서 최선의 최선을 찾으려고 항상 발버둥쳤었다.
미련갖는 내 자신이 너무나 꼴보기싫을 것 같아서 가끔은 잘못된 선택같음에도 내 자신을 합리화했던 적이 많았다.
그동안 후회라는 감정을 미련하다(터무니없는 고집을 부릴 정도로 매우 어리석고 둔함)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전의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는게 후회라는 의미라면 많은 사람이 실컷 후회하고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후회라는 감정이 잘못을 반성하며 이를 통해 더 나은 선택을 하고자하는 마음이라면,
나와 마찬가지로 많은 이들이 후회해서 뭣들하랴, 앞으로 나아가라. 후회하는건 시간낭비라고 말하지만
미련이라는 감정은 그 모든 선택과 비선택에 대한 집착 또는 애착이 아닐까.
후회와 미련을 지나치게 두려워하거나 다스리려 억누르곤 할 때,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때론 더 중요한 것을 놓치게 하곤 했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내린 모든 선택들이 그 순간 가장 최선의 선택임을 믿기로 했다.
후회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가지지 못한 순간들에 괴로워하고 잊지못해도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이기로 했다.
그렇게 믿기 시작하니 아주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내 선택에 대해 더 이상 '완벽'을 내려놓으면 그 선택을 통해 얻은 경험, 아니 혹은 새로운 길이 보이기 시작할거라고,
어떤 선택들은 내게 기쁨을, 아픔을, 그리고 또 어떤 선택은 새로운 길을 열어줬었다.
중요한 건 그 모든 것들이 모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조각들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여전히 후회의 순간은 아프고, 미련은 가끔 무겁다. 어떤 날은 그 감정들에 휘둘려서 하루를 망쳐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 감정들이 던져주는 질문들을 통해 내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볼 기회를 얻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나의 부족함마저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후회가 찾아오면 반성하고, 미련이 남으면 품어주며, 그렇게 조금씩 더 단단해져 가는 나를 믿기로 했다.
선택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들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내가 앞으로 만들어갈 이야기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