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딸이 정말 좋아하는 유일한 취미는 코인노래방 9번 방 VIP 단골손님이다. 아르바이트생 언니 오빠들이 충분히 서비스 시간을 더 줄 정도로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듯 딸도 지갑 안, 카드 잔액을 확인하고는 본인도 모르게 발걸음이 노래방으로 간다고 했다. 내가 학창 시절 시골 읍내 노래방에는 고등학교 2학년 가을 소풍 때 친구 따라 처음으로 가면서 미성년자 학생이 가면 안 되는 곳인 줄 알았다. 이미 다른 친구들은 노래방 게임방 그리고 당구장까지 다녔다며 저 혼자 우울 안 개구리가 아닌가 싶었다. 딸이 정말 좋아하는 코인노래방은 혼자서도 가고, 동생이랑도 심지어 친구들이랑 가면 2시간 노래 부르고 떡볶이 먹고, 와서 또 노래를 부른단다. 딸이 제일 좋아하는 멜로망스의 선물과 탑현의 호랑 수월 가를 부르면 그동안 몸속에 쌓인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다며 무척이나 좋아하는 딸은 정말 이 날 만큼은 말썽 피우지 않는 착한 딸이다.
한 번씩 몹쓸 삐딱선을 타면 우리를 너무 힘들게 하지만 노래방만큼은 진심으로 노래방을 다녀오는 날에는 그 행복함을 흩트리지 않게 좋은 말 칭찬하는 말만 한다.
"딸 아빠한데 호랑수월가 불러줄 수 있어?"
딸은
"맨 입으로 안 되지~노래방에서 갈고닦은 내 실력을 그냥 공짜로 들려줄 수는 없지"
하며 장난스러운 농담을 던지곤 한다.
"알겠어요 그럼 관중들을 불러 모을게요. 목 가다듬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나는 아내랑 큰딸 막내딸을 소파에 앉혔다. 큰 딸 막내딸은 "또야, 또 저 노래 불러" 하며 미소를 띠며 겨우겨우 앉았지만 아내는 둘째 딸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응원한다며 다시 들어도 듣고 싶은 노래이고, 잘 부르는 노래 계속 들어도 지겹지 않다며 용기를 준다. 나는 버리지 않았던 빈병에 숟가락을 꽂아 "해외순외공연을 금방 마치고 돌아온 우리나라 최고 가수 민아 씨 입장하여 주십시오 오늘은 바쁜 나머지 여기 모인 팬들에게 딱 2곡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딸은 부끄럽다며 홍당무 얼굴이 되어 공손히 인사를 하고 큰딸은 휴대폰으로 호랑수월가 반주를 켜기 시작하면서
~흐르는 저 하늘을 물어 채는 범처럼
태산에 날아들어 숨어드는 새처럼~
눈을 지그시 감고 잘도 부른다. 보기 좋게 음 이탈도 나오긴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부르는데 큰 박수를 안 보낼 수가 없다. 나는 금방 생수병을 건네면서
"다음 곡은 잠시 2분 뒤 계속 이어질 것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가족 팬들을 안심시켰다. 아내가 먼저 지갑을 꺼내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손에 쥐여 주었다. 물을 마신 후 다음 곡은 멜로망스 선물을 부르겠다며 큰 딸에게 반주를 부탁했다. 큰딸은 못다 한 숙제를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둘째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웃으며 화답을 해 주고 있다.
"나에게만 준비된 선물 같아 자그마한 모든 게 커져만 가"또다시 두 번째 곡이 불러졌고 아내는 또다시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손에 쥐여 주었다.
나는 또다시 가짜 마이크를 손에 쥐고
"앙코르 송 받습니다. 가수님께서 한 곡 더 부를 시간이 있다고 하니 신청받겠습니다"
이번에는 막내가 손을 번쩍 들더니 리무진 "신호등" 불러주세요를 한다. 딸은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노래를 시작했고 어느새 가족들 때 창곡으로 가족음악회는 그렇게 웃으며 한바탕 끝이 났다.
아내는 둘째가 자기 방으로 간 사이 귓속말로 살며시 이야기한다
"2만 원 줘야 해"
그리고 막내도 귓속말로 "다음에는 나도 시켜줘
너무 재밌어" 하며 오늘 이 시간이 너무 신난다며 잊어 먹기 위해 당장 일기장을 펼친다. 둘째의 노래 실력으로 온 집안이 웃음꽃이 피었다.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한두 가지 정도는 알아야 아이들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둘째의 또 다른 취미가 있다면 수만 가지의 물건들이 보기 좋게 "저 좀 데려가 주세요. 한 곳에 너무 오래 있었어요" 하며 미소를 보내고 있는 다이 땡 쇼핑이다.
집에 있기가 갑갑한 날이면 걸어서 30분 거리에
다이 땡 건물이 있어 자주 가는 곳이다. 가족들에게 입단속을 시켜 놓고 나한테 만 원, 엄마 한데 만 원, 언니 한데 만 원씩을 받아 다이 땡 전체를 눈 스캔한 후 빨간색 바구니를 들고는 제일 먼저 가는 곳이 문구류이다. 집에 뜯지도 않는 샤프연필하며 볼펜이 있음에도 이뻐 보인다며 또 사 오는데 잔소리를 줄이기 위해 "싼 걸로 잘 사 왔네. 아무 데나 두지 말고 아껴 쓰면 좋겠다" 며 가끔 빌리기도 한다. 지금도 내가 쓰고 있는 샤프펜슬과 지우개에는 둘째의 이름과 옆에 하트가 그려져 있다. 소소한 행복으로 자주 가는 건 좋지만 소지하고 있는 문구류 랑 젤리 초콜릿은 그만 샀으면 좋겠다.
돌아오는 주말 집이 아닌 코인노래방에서 딸이랑 한 바탕 신나게 대결하고 손 잡고 다이땡으로 쇼핑을 하면서 못다 나눈 이야기를 나눠야겠다. 매일매일 많이 웃는 딸로 남아줘! 고맙고 오늘도 내일도 아빠의 사랑은 변함이 없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