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7 댓글 2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사춘기

취미

by 등대지기 Mar 03. 2025
아래로

딸이 정말 좋아하는 유일한 취미는 코인노래방 9번 방 VIP 단골손님이다. 아르바이트생 언니 오빠들이 충분히 서비스 시간을 더 줄 정도로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듯 딸도 지갑 안, 카드 잔액을 확인하고는 본인도 모르게 발걸음이 노래방으로 간다고 했다. 내가 학창 시절 시골 읍내 노래방에는 고등학교 2학년 가을 소풍 때 친구 따라 처음으로 가면서 미성년자 학생이 가면 안 되는 곳인 줄 알았다. 이미 다른 친구들은 노래방 게임방 그리고 당구장까지 다녔다며 저 혼자 우울 안 개구리가 아닌가 싶었다. 딸이 정말 좋아하는 코인노래방은 혼자서도 가고, 동생이랑도 심지어 친구들이랑 가면 2시간 노래 부르고 떡볶이 먹고, 와서 또 노래를 부른단다. 딸이 제일 좋아하는 멜로망스의 선물과 탑현의 호랑 수월 가를 부르면 그동안 몸속에 쌓인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다며 무척이나 좋아하는 딸은 정말 이 날 만큼은 말썽 피우지 않는 착한 딸이다.

한 번씩 몹쓸 삐딱선을 타면 우리를 너무 힘들게 하지만 노래방만큼은 진심으로 노래방을 다녀오는 날에는 그 행복함을 흩트리지 않게 좋은 말 칭찬하는 말만 한다.

"딸 아빠한데 호랑수월가 불러줄 수 있어?"

딸은

"맨 입으로 안 되지~노래방에서 갈고닦은 내 실력을 그냥 공짜로 들려줄 수는 없지"

하며 장난스러운 농담을 던지곤 한다.

"알겠어요 그럼 관중들을 불러 모을게요. 목 가다듬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나는 아내랑 큰딸 막내딸을 소파에 앉혔다. 큰 딸 막내딸은 "또야, 또 저 노래 불러" 하며 미소를 띠며 겨우겨우 앉았지만 아내는 둘째 딸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응원한다며 다시 들어도 듣고 싶은 노래이고, 잘 부르는 노래 계속 들어도 지겹지 않다며 용기를 준다. 나는 버리지 않았던 빈병에 숟가락을 꽂아 "해외순외공연을 금방 마치고 돌아온 우리나라 최고 가수 민아 씨 입장하여 주십시오 오늘은 바쁜 나머지 여기 모인 팬들에게 딱 2곡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딸은 부끄럽다며 홍당무 얼굴이 되어 공손히 인사를 하고 큰딸은 휴대폰으로 호랑수월가 반주를 켜기 시작하면서

~흐르는 저 하늘을 물어 채는 범처럼

태산에 날아들어 숨어드는 새처럼~

눈을 지그시 감고 잘도 부른다. 보기 좋게 음 이탈도 나오긴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부르는데 큰 박수를 안 보낼 수가 없다. 나는 금방 생수병을 건네면서

"다음 곡은 잠시 2분 뒤 계속 이어질 것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가족 팬들을 안심시켰다. 아내가 먼저 지갑을 꺼내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손에 쥐여 주었다. 물을 마신 후 다음 곡은 멜로망스 선물을 부르겠다며 큰 딸에게 반주를 부탁했다. 큰딸은 못다 한 숙제를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둘째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웃으며 화답을 해 주고 있다.

"나에게만 준비된 선물 같아 자그마한 모든 게 커져만 가"또다시 두 번째 곡이 불러졌고 아내는 또다시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손에 쥐여 주었다.

나는 또다시 가짜 마이크를 손에 쥐고

"앙코르 송 받습니다. 가수님께서 한 곡 더 부를 시간이 있다고 하니 신청받겠습니다"

이번에는 막내가 손을 번쩍 들더니 리무진 "신호등" 불러주세요를 한다. 딸은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노래를 시작했고 어느새 가족들 때 창곡으로 가족음악회는 그렇게 웃으며 한바탕 끝이 났다.

아내는 둘째가 자기 방으로 간 사이 귓속말로 살며시 이야기한다

"2만 원 줘야 해"

그리고 막내도 귓속말로 "다음에는 나도 시켜줘

너무 재밌어" 하며 오늘 이 시간이 너무 신난다며 잊어 먹기 위해 당장 일기장을 펼친다. 둘째의 노래 실력으로 온 집안이 웃음꽃이 피었다.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한두 가지 정도는 알아야 아이들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둘째의 또 다른 취미가 있다면 수만 가지의 물건들이 보기 좋게 "저 좀 데려가 주세요. 한 곳에 너무 오래 있었어요" 하며 미소를 보내고 있는 다이 땡 쇼핑이다.

집에 있기가 갑갑한 날이면 걸어서 30분 거리에

다이 땡 건물이 있어 자주 가는 곳이다. 가족들에게 입단속을 시켜 놓고 나한테 만 원, 엄마 한데 만 원, 언니 한데 만 원씩을 받아 다이 땡 전체를 눈 스캔한 후 빨간색 바구니를 들고는 제일 먼저 가는 곳이 문구류이다. 집에 뜯지도 않는 샤프연필하며 볼펜이 있음에도 이뻐 보인다며 또 사 오는데 잔소리를 줄이기 위해 "싼 걸로 잘 사 왔네. 아무 데나 두지 말고 아껴 쓰면 좋겠다" 며 가끔 빌리기도 한다. 지금도 내가 쓰고 있는 샤프펜슬과 지우개에는 둘째의 이름과 옆에 하트가 그려져 있다. 소소한 행복으로 자주 가는 건 좋지만 소지하고 있는 문구류 랑 젤리 초콜릿은 그만 샀으면 좋겠다.

돌아오는 주말 집이 아닌 코인노래방에서 딸이랑 한 바탕 신나게 대결하고 손 잡고 다이땡으로 쇼핑을 하면서 못다 나눈 이야기를 나눠야겠다. 매일매일 많이 웃는 딸로 남아줘! 고맙고 오늘도 내일도 아빠의 사랑은 변함이 없단다.

토요일 연재
이전 06화 사춘기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