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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SNS/악플

by 등대지기 Mar 0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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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내가 다니던 대학시절에는 길거리 공중전화 앞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허리춤에 차고 다니던 알록달록 삐삐가 한창 유행을 했다면 지금은 온통 스마트폰 문화가 발전하면서 길거리에 모든 사람들이 자동차를 조심하며 앞, 뒤 주위를 살피고 걷는 게 아니라, 전부 거북목으로 고개를 숙이고 마치 좀비처럼 스마트폰에 빠져 사는 문화로 바뀌어 버렸다.

나는 항상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보며 좀비가 되는 것보다 차라리 음악을 들으며 한쪽 귀에 이어폰, 한쪽 귀는 자동차 경적을 들을 수 있게 비워 놓으라고 했다. 아무리 설득하고 이해시키려 했지만 이 녀석 또한 다름없이 길거리를 걸을 때 고개를 숙이고 좀비가 되어 스마트폰에 들어갈 기세이다. 또한 요즘 대세는 누구나 어린 초등학생부터 아랑곳하지 않고 공개적인 SNS 가 문제라고 본다. 유튜브 또한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본인의 얼굴까지 공개하면서 유튜브를 찍고 있으니 나의 고지식한 성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를 많이 봐 왔기에 썩 원하지 않는 것 중 하나다.

"얘들아 SNS으로 인해 뉴스에 폭행 폭언으로 상처받는 일들을 많이 봤지. 큰일 난다 우리는 하지 말자" 하며 아이들에게도 조심하라고 당부를 했음에도 부모님 말은 죽어라 말을 안 듣는 이 녀석이 결국 여름방학 어느 날 저녁 또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다. 나무늘보 증조할머니쯤 되어 보일 정도로 정말 동작이 느린데 SNS 이 문화에는 어찌 이리 동작이 빠른지 휴대폰을 작동하는 손가락의 움직임은 정말 빠르다. 그리고 SNS 방장만이 삭제할 수 있다는 계정에 모자이크 나 이모티콘으로 숨김없이 무슨 자신감으로 얼굴을 공개하고는 아무렇지 않게 태연하게 지낼 수 있는지, SNS를 하는지도 몰랐는데 큰 애 친구들이 어디서 봤다며 바로바로 연락이 와서 알았다. 큰애도 둘째 때문에 세상 부끄러워 도저히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겠다고 폭풍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을 했다. 정말 머리가 터질 정도로 종잡을 수 없는 사고뭉치다. 큰애 친구들의 연락망을 통해 SNS에 들어가 보니 벌써부터 수 십 개의 악플들이 달려 있었다. 아내는 그동안 참고 있던 분노가 결국 터지고 말았다.

"도대체 너는 생각이 있는 거니? 없는 거니? 이렇게 네 얼굴 공개하면 누가 좋다고 하냐? 정말 창피해서 이 동네에서 살 수가 없다 없어. 언니 친구들은 그렇다 치고 네 아는 애들 전부 이렇게 악플 댓글 달아놨는데 악플 댓글 보고 기분이 좋냐? 안 좋냐? 들어가 있어 꼴도 보기 싫어"

막내는 엄마의 분노에 무서워 자기 방에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책을 본다며 들어가 버리고 큰 녀석은 이런 분위기의 집이 너무 싫다며 스터디 카페를 간다며 나가 버렸다.

아내는 방장에게 문자를 아무리 보내봐도 연락이 되지 않았고 악플 댓글은 점점 보기 좋게 늘어만 갔다. 악플로 인해 청소년들이 심한 상처 속에 마음이 다치거나 심지어 자살까지 생각하는 뉴스를 너무나 많이 봐 왔기에 나는 그 악플 댓글을 보지 않았고 방장에게 연락을 하고 경찰서까지 전화를 해 봐야 하는 숱한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당장 이 녀석 휴대폰을 뺏어 친한 친구 몇 명만 남겨두고 모든 전화번호를 삭제시키고 가입되어 있는 모든 SNS에서 탈퇴를 시켰다. 아내와 내가 예민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딸이 철없는 행동을 하는 건지 자꾸만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이 녀석 공개된 얼굴이 전국으로 퍼져 나가고 있을 걸 생각하니 더 화가 났다. 수면제 라도 먹고 잠들고 싶었다.

나는 악플 댓글 아래 댓글을 이어 달았다

"악플 단 사람들 모두 신원 파악해서 경찰서에 신고할 것이며 방장은 이 글을 본다면 개인 문자메시지로 전화번호 남겨 놨으니 연락 부탁드립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그날 밤은 연락이 오지 않았다. 왜 이렇게 자식 키우는 일이 힘든지 모르겠다. 다른 집 아이들처럼 문 걸어 잠그고는 하지 않는다만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눈물이 날 정도였다.

뒤 날에도 온 통 이 SNS에 신경이 쓰였고 내가 그렇게 댓글에 글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겁 없는 청소년들은 "댁은 누구신데요? 경찰서에 어떻게 신고하실 건데요" 하며 댓글 밑에 댓글을 달아 놓았다.

다시 한번 더 방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연락 안 주시면 경찰서 찾아가서 신고하겠습니다. 저는 별거 바라지 않습니다 저 사진 삭제 부틱드립니다"

걱정 한 아름 안고 대안을 아내랑 통화를 하는데

방장에게 답장이 왔고 전화번호를 물어 전화를 했다. 방장과 통화를 하면서 몇 번째 사진 어떤 색깔의 옷차림으로 된 인상착의를 말해 주면서 사진을 삭제 요청을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삭제를 해 주었다. 방장의 SNS 방 에는 미성년자들의 모습들이 참 많이도 있던데 다들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거 같았다.

물론 서로 정을 나누고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며

참 살 만한 세상이지만 간혹 무서운 범죄들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는다.

오늘도 개인 정보나 본인의 신상에 대해서 보호되지 않는 SNS나 유튜브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한 번 더 주의를 주었다.

그리고 제발 뉴스에서 청소년의 폭행 폭언 범죄들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둘째의 엉뚱 발란 한 사고뭉치 사춘기는 언제쯤 끝이 날까! 하루하루 불안하고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 비타민 하나 먹고 정신을 부여잡아본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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