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십시오
성심당, 빵으로 온기를 나누는 공간
쇼펜하우어가 말한 '고슴도치의 딜레마'는 현대인의 고독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은유다. 우리는 타인에게 상처받지 않기 위해, 혹은 자신의 영역을 방어하기 위해 스스로 날카로운 가시를 세운 채 살아간다.
그런데 대전에는 이 고슴도치들이 기꺼이 가시를 눕히고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공간이 존재한다. 바로 '성심당(聖心堂)'이다.
부동산 인문학자 닥터리즈의 시선으로 본 성심당은 단순한 빵집이 아니다. 도심에 있으면서도 겨울 손님에게 따뜻한 아랫목을 내어주는 시골 인심을 간직한 곳이다.
1. 장발장의 빵과 성심당의 빵: 생존을 넘어 공존으로
빵 이야기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이 훔친 빵이다.
장발장은 누님과 7명의 조카를 먹일 빵을 구하려 빵집에 침입해 빵 한개를 훔쳤고,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그가 훔친 빵은 굶주린 가족의 생명을 구하고 싶다는 절규였지만 비정한 세상은 그 절규를 외면했다. 장발장이 살았던 세상은 용서가 없는 가혹할 정도로 추운 곳이었다.
70여 년 전 밀가루 두 포대로 시작된 노점 찐빵집, 성심당은 따뜻함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김태훈의 저서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은 이 공간의 따뜻한 서사를 잘 기록하고 있다.
대전 시민들이 사랑하는 빵집, 성심당
부동산 실무자의 관점에서 성심당은 쇠락해 가는 대전 원도심(은행동) 상권을 지탱하는 강력한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다.
그러나 부동산 인문학자의 관점에서 성심당은 대전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문화적 자산'이다.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절, 피란민의 허기를 달래주던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은 70여 년이 흐른 지금 대전 시민의 자부심이 되었다.
미리엘 주교의 은촛대가 장발장의 영혼을 구원했듯, 성심당이라는 공간은 대전 시민과 방문객들에게 '빵을 나누는 행위'를 통해 타인과 연결되는 '공동체의 감각'을 복원해주고 있다.
2. '쿰 파니스(Cum Panis)', 배제의 도시에서 만난 환대의 공간
'동료'를 뜻하는 영어 단어 'Companion'의 어원은 라틴어 '쿰 파니스(Cum Panis)'에서 유래했다. 직역하면 '빵을 함께 나누어 먹는 사람'이다.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십시오"라는 성심당의 사훈은 이 쿰 파니스의 정신을 공간적으로 구현해 낸 것이다.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십시오
부자와 빈자가 뒤섞여 긴 줄을 서고, 갓 구운 튀김 소보로의 고소한 향기를 평등하게 공유한다.
이 혼잡한 공간에서 고슴도치들의 가시는 힘을 잃는다. 좁은 매장 안에서 서로 어깨를 부딪치면서도 불쾌해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같은 빵 냄새를 맡으며 살아가는 '동료'임을 무의식 중에 인지하기 때문이다.
잘 반죽된 빵이 부풀어 오르듯, 성심당을 중심으로 골목 상권이 생명력을 얻는 모습은 도시 재생이 지향해야 할 진정한 모델을 제시한다.
3. 노잼 도시를 빵잼 도시로 바꾼 로컬 브랜드
오랫동안 대전은 '노잼(No-Jam:재미없는) 도시'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안고 있었다.
국토의 중심이자 교통의 요지라는 기능적 효율성은 극대화되었으나,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매력적인 서사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심당은 대전을 '빵잼 도시'로 탈바꿈시키며 도시 브랜딩의 판도를 바꿨다.
부동산의 진정한 가치는 그곳에 머무는 '시간의 질'에 의해 결정된다. 사람들은 단순히 빵을 구매하기 위해 대전에 오는 것이 아니라, 성심당이라는 공간이 뿜어내는 활기와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지불한다.
성심당의 오븐에서 나오는 열기는 도시 전체의 적막함을 깨우고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성심당은 이익의 상당 부분을 지역 사회와 직원에게 환원하는 '무지개 프로젝트'를 가동한다고 한다. 이는 부동산 경제학에서 말하는 '긍정적 외부효과'다.
기업의 선한 철학이 공간에 투영될 때, 그곳은 단순한 상업 시설을 넘어 시민들이 사랑하고 지키고 싶어 하는 '장소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가시를 거두고 빵 향기를 맡는 저녁
고슴도치들은 여전히 춥고 외롭다. 스마트폰 화면 속으로 숨어버린 현대인들은 타인에 대한 경계심으로 더 날카로운 가시를 세우곤 한다.
하지만 대전 성심당 앞의 긴 행렬 속에서, 우리는 잠시 그 무거운 갑옷을 내려놓는다. 갓 튀겨낸 소보로의 바삭함과 단팥의 달콤함이 입안에 퍼지는 순간, '나'라는 고립된 섬은 비로소 '우리'라는 다리로 연결된다.
부동산 인문학자로서 내가 꿈꾸는 도시는 마천루가 숲을 이루는 차가운 도시가 아니다.
성심당처럼 고소한 빵 냄새가 골목을 채우고, 그 향기를 따라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도시. 고슴도치들이 상처받을 걱정 없이 서로의 곁을 내어주는 '공존의 공간'이 많아지는 도시다.
☕️ 고슴도치의 일기
삭막한 도시에서 가시를 세우고 있는 고슴도치들에게 이 글이 성심당 빵 향기처럼 기억되기를 바란다.
아직은 찐빵이지만 언젠가는 따뜻한 인문학적 향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며 고슴도치는 빵 반죽을 치댄다. 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