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그 사과는 달콤했겠지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1)> 리뷰

by 더 레터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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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대만 영화나 홍콩 등 중화계 영화 하면 드는 스테레오타입이 있습니다.

근데, 그 특징은 장르 별로 뚜렷하게 구분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로코같은 장르는 보통 웃기는 데 집중하거나, 메세지를 전달할 서사를 쌓는 데 집중하는 방법 둘 중 하나만을 사용한다고 생각해요. 둘 다 용이하게 할 수는 없으니, 선택과 집중이라는 연출 방식을 보여준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선택과 집중을 적절히 하면, 이야기의 텐션을 유지하되 주제의식을 잘 고취할 수 있는 예리한 도구가 됩니다.


다 이유가 있었다” 라는 말이 있듯이, 눈살이 좀 찌푸려져도(이건 취향을 좀 탈 것 같은데, 저는 용인할 정도였긴 합니다) 그 요소가 전부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무엇보다도, ‘정답을 알고 있지만, 그 해답을 온전히 기다리게 만드는 재주’는 서사가 가진 가장 큰 무기이자,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기도 합니다.

저도 중간마다 분석하는 걸 까먹을 정도로 피식 웃기도 했고 눈을 찌푸리기도 했지만, 그만큼 저를 몰입시켰다는 점에서 전 이 영화를 고평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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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만으로 의미 있는 연출

저는 보면서 주성치의 영화(cf. 소림축구)나, 마살라 영화(cf. 세 얼간이)등이 생각납니다.

이는 일부러 과장되고, 어떻게 보면 꽤 많이 저질스러운(이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습니다) 유머 코드를 핵심으로 초반 스토리의 빌드업을 진행합니다. 커징텅은 아예 집에서는 나체로 다니고 있고, 쉬보춘의 별명은... 네... 아무튼 그렇습니다.

아무튼, 저는 이러한 요소를 '어리숙한 남성성의 표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소룡의 격투기를 연습하거나, NBA 카드를 모으는 등의 '강인한 이미지'로써의 남성미를 상징하는 요소입니다. 휴지나 옷에 묻은 물감 자국 등은 강인하지만 '어리숙한' 남성미를 추구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어리숙한 남성성을 상징하는 요소는 과장된 요소와 의도적으로 경박하게 비춰지려는 연출을 통해 극의 분위기를 주도합니다. 로맨틱 '코미디'로써의 요소이죠.

그러나, 이러한 연출은 존재 자체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해당 연출을 '제거했을 때' 극의 분위기를 한순간에 '로맨틱' 코미디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죠.

중요한 순간에 텐션을 확 잡아버리는 '킬 스위치'같은 개념입니다.

그저 웃기고 가볍고 천박해보였던 커징텅이 션자이에게 자신의 영어 교과서를 내 주었을 때, 학주에게 반항했다가 벌을 받을 때 그 용기를 칭찬할 때, 대입시험을 망친 션자이의 등에 커징텅이 아무 말 없이 손을 얹을 때- 그 모든 '순간'에는 앰비언스나 기타, 드럼 위주의 커징텅의 테마가 션자이의 키보드와 어울리는 현악기로 바뀝니다.

물론, 필요 이상의 과도한 성적 및 더러운 표현은 저도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심하긴 했습니다. <조제...>에서와 같이 '미성숙한 남성성의 상징' 정도로 쓰이지만, 여기서는 의도적으로 불쾌함을 넣었기 때문입니다.(저도 별점 반개 깎았습니다)

아무튼, 필요한 성적 표현은 지속해서 조금씩 등장합니다. 결정적인 순간에서 이러한 표현은 '킬스위치'로써 그것이 '애정'의 목적에서 사라질 때, '성장하는 온전한 남성'으로써의 성장 가도를 보여주는 상징적 척도가 됩니다.

동시에, 너무 늦게 변화한 '성숙한 남성성'은 여전히 못말리고 유치한 커징텅을, 정작 작별과 수용의 순간에는 누구보다 밝고 긍정적이게, '션자이'가 바랬던 모습에 도달한 커징텅으로써, '평행 세계'에 대한 회상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해주는 타당한 증거로써 작용합니다.


남성성의 성장이라는 요소로써 추가적으로 언급할 부분이라면, 션자이를 잊기 위해 달리기를 하고 트랙에 쓰러진 커징텅을 달리 샷으로 촬영한 장면에서 그는 7번 레인과 8번 레인 사이에 누워 있습니다. 저는 이를 '칠전팔기' 라고 생각했습니다. 즉,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면 커징텅은 션자이를 망설임 없이 붙잡을 것이라고. 그는 아직 미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그러고선 결국 그 달리기가, 션자이로부터 멀어지기 위했던 그 걸음이, 아이러니하게도 션자이의 안부를 묻기 위해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갔던 커징텅의 모습을, 보름달이 비춥니다. 그러고선 커징텅은 깨닫죠. '만약' 이라는 존재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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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한 입 크게 베어 물기까지 / 노스탤지어

이제 제일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죠. 제목(원제: 너는 내 눈의 사과야)에 대한 이야기와, 뭐... 저는 개인적으로 굳이? 라는 생각이 들지만,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를요.


성장하는 동안 가장 잔인한 것은, 여자아이는 같은 나이대의 남자아이보다 영원히 더 성숙하며, 그 성숙함을 견뎌낼 남자아이는 없다는 것. - 커징텅


커징텅은 사실 누구보다 두려웠습니다.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그가 허세에 찬 태도를 지향하는 이유는, 그의 내면은 항상 외로웠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면의 외로움을 인지한 후 그것에 잠식당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었습니다. 회피형은 아니었지만, 정작 결정적인 순간이 목도하면 그는 생각을 포기했습니다.

생각해보면, 항상 그는 어려운 문제를 흘러넘기려 했습니다. 본인의 입을 빌리자면 "깊게 생각하지 않는 타입"이다. 주위 친구들이 그저 맹목적으로 어리숙한 남성성과 성적 호기심을 기조로 한 단순 돌진 고백(공격)과는 달랐습니다. 친구들은 자신을 위해 션자이를 좋아했지만, 커징텅은 '우리'를 위해 션자이를 좋아했습니다.

션자이는 자신의 방식대로 나름 표현을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나 그 진심이 상대방에게 닿지 않아서 문제였던 겁니다. 결정적인 순간까지 커징텅을 이끌어 왔지만, 그 결정적인 순간만큼은 상대방에게 듣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행동에 대한 가치판단을 내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서로의 방식을 각자 이해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졸업식에서 속삭인 말도, 연등에 새긴 글자도, 션자이는 이미 모든 이야기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그 손톱만큼의 단 한 순간. 한 발자국으로써의 다짐이 부족해서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기에 저는 더욱 마음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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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결론적으로, 각자는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가 다시 각자의 길로 멀어집니다. 그러고선 가장 위급한 순간에 서로를 찾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철길을 따라 나란히 걸었던 그때로 돌아갈 순 없습니다. 서로 나란히 걸었던 철길에서 션자이는 결국 내려갔기 때문입니다. 커징텅은 아무 말 없이 선로에 남아 휘청거리고 있었죠.

선로에 남아 휘청거리던 커징텅은, 전화를 하며 을 기억해냅니다. 밤하늘에 뜬 보름달보다 먼저 밤하늘 그 자체를 기억합니다. 그 밤하늘은 그저 여느 때와 같은 사사로운 밤이 아니라, 션자이와 다가가기 위해 먼저 자기 자신을 가꾸고 사랑했었던 그 밤을 기억합니다. 션자이와 같이 남아서 학교에서 공부를 했던 수 많은 밤도 기억합니다. 비오는 날 션자이를 뒤로 하고 떠났던 밤을 기억합니다.

그 모든 밤이 아름답지는 않았습니다만, 밤은 어리숙한 남성성에 사로잡힌 유약한 날라리 커징텅의 시간에서부터,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션자이를 흠모했던 진심어린 '커징텅'으로써의 시간이었습니다.

수화기를 든 커징텅은 수많은 밤 속 과거의 커징텅을 돌아봅니다. 누구보다 어리숙하고 못마땅했던 이야기들이 쌓여 갑니다. 그러나 수없이 모여든 사랑과 넘쳐나는 기억들은 서로를 업고 쌓아 하나의 거대한 바벨탑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선 션자이라는 신의 사랑을 얻기 위해 다른 누구보다 그녀를 향해 높게 올라간 커징텅의 바벨탑은, 결국 신에게 닿지 못하고 무너져 내립니다. 비로소 커징텅은 선로에서 발을 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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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선 자신의 눈 속 사과였었던 션자이. 그녀만을 향한 누구보다 따스하고 순수한 마음을 커징텅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유치하게 인정합니다. 유쾌하게 한 입 물어버리는 것이죠. 추억과 미련을 한 입에 삼켜버린 것입니다.

결국 션자이에게 닿지 못했던 커징텅의 키스는 작별 키스이기에 가장 나답고 유치하게 보낸 것 같습니다. 이는 여태까지 이야기했던 '만약에'를 불러일으키는 트리거이자, 자기 자신이 션자이를 진정으로 사랑했고 그녀도 마찬가지였음을 알았지만 이는 이루어지지 못한 이야기임을 인정하는 셈이 됩니다. 그는 역설적이게도 현실을 인정하고 사랑했었던 그녀를 진심으로 보내줌으로써 <라라 랜드>와 같은 '만약에'를 보여줍니다.

커징텅은 그저 신랑의 위치만을 원했던 그의 과거 행적을 주마등처럼 돌이켜봅니다. 션자이도 '만약에'를 같이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남자가, 그리고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했었던 그이가, 그를 떠나는 뒷모습 사이로 진심어린 박수갈채를 보내었다는 그 사실을 알았기에, 션자이는 웃으며 눈시울이 붉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커징텅은 션자이를 '향수'로써가 아니라, '노스탤지어'로써 기억하기에 박수를 보냈고, 이 박수소리를 독자에게 들려주기 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제목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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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징텅은 우리가 언젠가 향수로 힘들어할 때, 우리 옆에서 누구보다 유치하게 사과를 한입 콱 베어 물겁니다. 그러고선 우리에게 질문하죠. "그때 바라만 보던 그 사과도 정말 달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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