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안나오는거지 휴식은 아니랍니다
육아휴직 들어가기 전에 몇몇 분들은 나도 휴직 가고 싶다며 부러워하곤 했다.
솔직히 30대 초반에 미혼이였던 나는 육아휴직이 부럽기도 했었다.
당시에 하던 일은 고객 대면 업무로 사람을 대하는데 상당히 지쳐있었다.
그에 반해 천사같은 내 아기와 함께 하는 시간은 큰 힐링이 될것 같았다.
원래 결혼을 늦게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짝도 없던터라
그 모든 과정을 거친 사람들이 부러울 따름이였다.
신랑을 만나기 전이라 결혼은 꿈도 못꾸던 나는
나에게 맞는 일에 대한 방향성을 잡는데 집중했고
다행히 성향과 맞는 자리에서 즐겁게 회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내 상황이 점점 안정되어가자 좋은 사람과도 인연이 닿였다.
나름 부지런히 30대 중반을 보내며 당연히 꿈꿔오던 아이 계획을
부지런히 세웠고 계획에 딱 맞게 소중한 아이가 찾아왔다.
나중에 죽기전에 돌아보면 정말 꿈같이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간 너무 꿈같이 좋은 세월을 보낸 것이다.
이제 진짜 실전이 시작되었다.
맘만 먹으면 휴가철에 갈 수 있던 해외 여행도
퇴근 후 여유있던 저녁 시간도
수다 떨고 싶을때 친구들과 가졌던 번개 약속도
여름 밤 신랑과 함께 보러간 심야 영화
한겨울에 기분 내켜 떠난 드라이브 여행
이 모든게 꿈처럼 사라져버렸다.
아이는 날 좋은 가을에 태어났는데 2시간 간격으로 먹고 자고하는 아기를
뒷바라지하고, 또 연약해 보이기만 한 신생아를 데리고 나갈 수도 없었다.
모유 수유를 하며 베란다 밖에 보이는 공원을 보면
왜 이렇게 단풍지는게 예쁜지 그 길을 걷고 즐기고 하던 시간이 너무 그리워져버렸다.
뭐가 그리 바쁘냐고 물으신다면 가을에는 태열로 우리 부부는
나름의 전쟁을 치뤘다.
이게 아토피인지 태열인지 구분도 어려웠고 나름 관리한다고 했는데도
계속 올라오던 태열.
몇군데 병원을 돌고 수딩젤도 써보는 등 이벤트 하나만 생겨도
정신이 쏙 빠졌다.
그와중에 아이는 부지런히 커갔다.
그리고 처음 엄마가 된 나는 본능적으로 아이 성장을 위한 소소하면서도 필수적인 미션들을 헤쳐나갔다.
아이 손톱 자르기, 젖꼭지 사이즈 바꾸기, 아기 체형에 맞는 기저귀와 옷 사기 등등
아기가 자는 시간에는 아기가 깼을때 원활하게 케어할 수 있도록
젖병 설거지 및 소독, 빨래, 생필품 구매, 그 외 잡다한 집안일을 마쳤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 내가 놓치는게 없도록 육아 관련 책을 읽기 바빴다.
아이 정신건강, 발달, 질병 대비 등 엄마로 성장하기 위해 배울게 너무 많았다.
모유수유 중이라 임신 때처럼 술, 커피, 회 같은 음식들도 여전히 먹지 못하고
정말 뭐든 자유로운게 없었다.
이쯤되니 회사에서 간단히 가지곤 했던 티타임이나
오롯이 점심을 먹기 위해 정해진 점심시간,
자유롭게 갈 수 있던(?) 화장실까지
직장생활은 노동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30대 중반인 나는 사실 10년 넘은 직장생활이 너무 익숙해져버렸다.
게다가 회사는 큰 조직에서 하나의 롤을 맡아 해내기만 해도 인정해주는 곳이다.
반면 육아는 아이의 하루하루를 포함한 삶의 기획부터 섬세한 육체적인 케어까지
체력과 판단력, 추진력 등 모든 능력을 24시간 발휘해야했다.
여러모로 답답하고 피곤했지만 내가 아이만을 위해 오롯이 투자할 수 있는 시기,
어쩌면 이 육아휴직 1년 뿐이다.
1년간 내 아이를 위한 엄마로 최대한 성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더 난이도가 높은 워킹맘으로 지내게 되면 아마 이 시간들이 큰 밑거름이 되겠지.
엄마가 되니 어릴때 꿈꾸던 다방면에 능력을 발휘하는 진정한 커리어우먼으로
한층 더 성장하게 될 것 같다.
고마워, 덕분에 1살부터 다시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