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이야기
주식을 25년 3월부터 시작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진작 시작했어야 맞다. 목돈을 예금에 넣어두는 건 돈을 태우는 것과 같다고 친구가 1년 전부터 귀에 피가 나도록 이야기를 했다. 피가 날 때쯤 예금이 만기 되었다.
내가 들었던 예금은 세전 3.5% 1000만 원을 1년간 은행에 예치했을 때, 대략 내가 받는 금액은 30만 원 남짓.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해가 없던 나에겐 이 정도면 괜찮은 게 아닌가 생각했다. 내가 맡긴 돈을 돌려받지 못할 리는 없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아니더라, 돈은 가만히 두면 녹더라. 내 돈은 가만히 있는데 시장에 풀리는 돈은 많아지니 1년 전의 1000만 원과 1년 이후 이자까지 포함한 1030만 원 중 누가 더 가치가 높냐고 묻는다면 1년 전의 1000만 원이 높다.
그래서 주식을 시작했다.
아주 사람이 진이 빠진다. 돈이 늘었다가 줄었다가. 커다란 빨간 막대에 설레었다 차가운 파란 막대에 시렸다가 아주 사람을 들었다 놨다 난리굿이다.
사소한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게 어디 쉬운가.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다 보니 더 신경이 쓰인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는 도중에 뉴스에 귀를 바짝 기울이게 된다.
처음에 내가 생각했던 것은 '나는 아직 주식 시장을 모르니 공부를 더 하고 진입을 하자'였다. 하지만, 예금이 만기 되고 손에 돈이 쥐어지자 전액을 주식시장에 투입했는데, 금액이 한두 푼이 아니다 보니 내 온 신경이 증권사 계좌의 막대기들에 쏠려있다.
확실히 이익과 손해가 매일매일 반영이 되다 보니 내 나름의 기준을 세우기 위해서 여러 정보들을 빠르게 흡수하게 되더라. 손 떼고 공부를 한다고 느는 게 아닌 것 같다.
뭐든지 그렇지만 주식시장이 그래 보인다. 하이고 건방져라 꼴랑 한 달 정도 주식 해봤다는 놈이 이런 생각을 다 한다. 뭐 어쩌겠는가 이런 생각이 드는 걸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어릴 적 아버지께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그거 뭐 쳐다본다고 달라지나" 맞는 말이다. 내가 차트를 쳐다본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니고 주가가 오르길 바라는 마음을 물 떠놓고 빌어봐야 달라지는 게 없다.
해야 할 일은 어떤 가격에서 손절해야 할지 고민하기, 이익이 충분히 낫다면 욕심부리지 말고 분할매도하기 등이 있겠다.
원칙은 분할매수에 분할매도이지만, 급등하는 주식을 따라가겠다고 크게 추매를 하다가 큰 손실을 보기도 하고, 저점이라 생각해서 매수했다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현금이 없어서 발을 동동 굴리기도 했다.
참 우리의 인생과도 닮아있는 것 같다. 그렇게 2주 동안 주식계좌와 지지고 볶고 난리를 치는 과정에서 내 계좌에서 -100만 원이 찍혔을 때 절망했다.
'아니! 수업료 치고는 너무 비싸잖아 차라리 예금할걸'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 지가 주식시장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내키는 대로 사고팔면서 수익을 기대하다니 아주 건방진 녀석이다.
이 건방진 녀석은 테슬라 폭락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필히 급락 이후에는 반등이 있을 것이다. 오늘 밤 끝장을 보자'
그렇게 가지고 있던 주식을 모두 매도하고 테슬라를 풀매수했다. 휴대폰을 내야 했기에 다음날 벌벌 떨면서 일과를 보내고 휴대폰에 찍여있는 숫자를 보고 놀라 나자빠질 뻔했다. 지금까지 봤던 손실을 한방에 복구하고도 남는 수익을 본 것이다.
안다. 아주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그런데 어쩌냐 주식을 시작한 지 2주밖에 지나지 않은 주린이가 100만 원을 날리고 눈이 돌아가있었던 상황이다. 만약 저 도박과 같은 선택이 파란불이 들어왔다면, 내 쌈짓돈은 또 국민은행으로 들어갔지 싶다.
손실을 복구하고 냉정하게 규칙을 지키면서 매매를 하기 시작했다. 주식에 100퍼센트는 없으며 손실을 일부 감수하더라도 버텨야 하는 상황에서는 버티는 법을 배우고 있다.
초심자의 행운이 따랐는지 3월에는 아주 마음에 드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개인정비시간에 주식계좌 쳐다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의 나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다.
"그거 뭐 쳐다본다고 달라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