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상극도 이런 상극이 없다.
MBTI 극T 남자와 극F 여자의 만남.
처음엔 MBTI가 반대구나 싶었는데,
정말 하나부터 열가지 다 반대였다.
성격, 성향, 가치관 등 많은게 달랐다.
정말 비슷한 부분이 있나? 싶을 정도로. .
남들도 이런가? 이게 원래 정상적인 것인가?
나와 다른 사람이니, 다른게 당연한 것 아닌가.
싶지만 우린 달라도 너무 달랐다.
예를 들면
나는 다투거나 기분이 상하면 당장 대화를 하고싶어하지 않는다. 왜냐면 싸우는 것도 싫은데 큰소리 나는건 더 싫고 기분이 상한 상태에서 대화를 하다보면 진심이 아닌 말이 나올때도있고 더 서로가 상처받고 감정이 상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되도록 시간을 갖고 난 후에 감정이 조금 가라앉았을 때 대화를 하고싶어하고 시간이 좀 필요한 사람이다.
반면 그이는 당장 대화를 해서 풀어야 하는 타입이고, 내가 말이 없어지거나 대답이 느리면 답답해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어디 놀러 갈 때 계획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그이는 워낙 즉흥적인 타입이라 즉흥으로 아무때나 놀러가자 하는 사람이다.
다치거나 실수를 했을 때도 나는 그사람이 괜찮은지 물어보고 걱정하는 반면 그이는 조심 좀 하라면서 말은 툭 내뱉고 걱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이것 외에도 여러가지 반대인 부분들이 많았어서 그럴 때마다 어떻게 우린 서로 이렇게 다르냐고 이야기했었고, 그럴수록 상극도 이런 상극이 없다 생각했었다. 사소한 일로 다투고 감정이 크게 상하는 일이 여러 번 반복되니 싸움에 지치고 힘들었다. 그래서 곧 헤어지겠구나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우리가 3년 이상 만나고 결혼할 수 있었던
제일 큰 이유는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게 제일 컸다. 사랑하니까 투닥거리 하면서도 그렇게 만났다. 운명의 장난 같았다.
그래서인지 많은 부분들이 반대였지만, 천천히 조금씩 맞추며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싸울 땐 진짜 너무 싫고 좋을 땐 또 너무 좋은데 왜 이렇게 다투는거지? 생각해보니 이것도 서로에 대한 감정이 있기 때문에 다툼이 일어나는 거라고 생각했다. 마음이 없고 관심도 없었으면 신경조차 안 쓰일 것을 그렇게 신경쓰고 애정을 쏟으니 다투기도 하는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을 달리하니 그사람이 이해가 되었다.
그냥 그사람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니 이해할 수 있었다.
대화를 많이 해보고 많이 다퉈보니 다투고나서 대화를 할 때 나랑 어색한 분위기와 냉랭한 분위기로 있는게 싫어서, 그 시간이 아까워서 얼른 대화해서 풀고 재밌게 놀고싶은 마음이 크다는 걸 알았다. 그 마음을 알고나니 나도 그사람에게 맞추며 서로 대화하고 얼른 풀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날이 좋아서, 기분이 좋아서, 여유가 생겨서, 어디론가 훅 떠나는 여행도 같이 다녀보니 즉흥도 나름대로 낭만이 있고 즐거웠다. 시간 지나고 나니 그 모든게 추억이다.
계획형이었던 나는 참 신기하게도 가끔 즉흥으로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다치거나 실수했을 때 그이가 하는 말들도 나와는 다르게 걱정하는거였다.
나는 다정다감한 스타일이지만 그이는 츤데레스타일이다. 그래서 내가 정말 아프거나 무슨 일 있으면 제일 먼저 도와주고 옆에서 내내 간호해주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이제 예전엔 서운했던 것들이 크게 서운하게 느껴지지않고 원래 이런 사람이구나, 생각하니 그냥 이해가 되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도 크고작은 일로 다툴 때 있지만 화해하고 돌이켜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하하호호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고있다.
싫을 땐 원수같이 싫지만,
좋을 땐 천생연분처럼 좋은 거 보니
이런게 부부인가싶다.